[임가을]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연극계 대모 손숙이 한국 연극계 풍토에 대해 따끔한 회초리를 들었다.
손숙은 10일 오후 서울 강서구 소재의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열린 연극 ‘사의 찬미’의 프레스콜에서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한 전용석 프로듀서와의 오랜 인연을 계기로 깜짝 사회를 맡았다.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연극계 대모 손숙이 한국 연극계 풍토에 대해 따끔한 회초리를 들었다.
손숙은 10일 오후 서울 강서구 소재의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열린 연극 ‘사의 찬미’의 프레스콜에서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한 전용석 프로듀서와의 오랜 인연을 계기로 깜짝 사회를 맡았다.
1963년 연극 ‘삼각모자’로 데뷔해 수많은 무대를 밟아온 원로 배우 손숙은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5번(1975/1977/1979/1983/1999) 수상한 유일한 인물로, 한국 연극계의 살아있는 역사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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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그가 소개한 ‘사의 찬미’는 1990년 극단 실험극장의 30주년 기념작으로 무대에 올랐던 윤대성 작가의 동명 희곡을 새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격동의 시대인 1920년을 살아간 젊은이들의 사랑과 자유, 예술에 대한 열망을 그린 작품은 당시 윤호진이 연출을 맡고, 윤석화, 송영창, 송승환이 연기를 펼쳤다.
35년 전 이 연극을 직접 감상했다고 말한 손숙은 “이 작품을 보면서 윤석화가 참 윤심덕을 잘한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윤석화는 아파서 누워있고, 윤대성 작가는 세상을 떠났다. 그만큼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 다시 ‘사의 찬미’를 공연한다는 게 감개무량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의 찬미’는 윤대성 작가의 작품과는 조금 다른 듯 보인다. 개화기의 지성인들, 신식 공부를 했던 젊은이들의 사랑과 인생,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면서, “허무주의, 낭만주의가 판치던 시절인데, 그 시절의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잘 봐주시고 도와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손숙의 소개가 끝나고 ‘사의 찬미’의 주요 장면 시연이 이어졌다. ‘윤심덕’ 역의 전소민, 서예화, ‘김우진’ 역의 이충주, 윤시윤, ‘나혜석’ 역의 이예원, ‘홍난파’ 역의 이시강, 도지한, ‘요시다’ 역의 박윤희, 김태향, ‘정점효’ 역의 박수야가 번갈아 연기를 펼쳤고, 이를 지켜본 손숙은 기자간담회가 시작하기 전 최근 공연계에서 당연시된 멀티 캐스트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멀티 캐스팅이란 하나의 배역에 여러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을 뜻한다. 캐스팅 되는 배우의 수에 따라 2명은 더블, 3명은 트리플, 4명은 쿼드러플 캐스팅이라 말한다. 이에 반대되는 말은 하나의 배역을 오로지 한 배우가 소화하는 원 캐스트가 있다.
멀티 캐스팅은 하나의 배역을 각기 다른 매력과 해석으로 소화하는 배우들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한 배우가 담당하는 회차 수가 적으며, 1인극을 제외하고는 수많은 페어의 경우의 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연기의 밀도가 떨어지고, 배우에 따라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달라져 관객들에게 일정한 질을 선보일 수 없다는 약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스타 마케팅과 반복 관람으로부터 비롯되는 수익성, 동일 기간에 여러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으로 인한 스케줄 문제 등의 요인으로 현재 공연계에서는 멀티 캐스팅이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손숙은 “제가 나이가 든 배우여서 그런지 더블, 트리플 캐스팅을 차용하는 연극계 풍토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문을 열며 “사실 트리플을 하려면 연습을 세 배 해야 하지만, 실상은 3분의 1밖에 안 하게 된다. 더블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연극의 질이 얼마나 떨어지겠나. 저도 나이가 들어서 공연 기간이 연장되면 더블을 해야한다. 늘 죄송하고 연습을 이것만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을 늘 갖고 있고, 이건 한번 연극인들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이 들고 속상하다”고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곧 개막을 앞둔 ‘사의 찬미’에는 젊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무대에 도전하는 배우들도 캐스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손숙은 이날 연기한 후배들을 위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손숙은 “죽을 만큼 해야 한다. 내가 볼 때는 지금도 모자란다. 공연하면서도 죽을 만큼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 한다. 우리는 저 나이 때 한두 달 연습하면 너무 힘들어서 열흘은 울었던 것 같다. 그러면 조금씩 실력이 느는 걸 느꼈다. 즐겁게 하니까 예쁘긴 하지만 사실 좀 걱정도 된다”면서 진심 어린 충고를 건넸다.
이러한 충고의 원천은 연극과 후배 배우를 향한 그의 아낌없는 애정이었다. 행사 내내 유쾌한 분위기를 이끈 그는 기자간담회를 마무리하며 “이 나이가 되니까 이 힘든 무대를 서는 젊은 배우들이 무조건 다 예쁘고 기특하고 안쓰럽다”면서, “이 배우들이 지금 이 무대를 잘 만들고, 더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손숙은 곁에 앉아 있는 후배 배우들에게 “연극을 두렵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면서, “관객과 무대가 얼마나 두려운 것 인지만 알고 끝나도 한 걸음 더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선배로서 해줄 수 있는 말”이라는 격려의 말을 전했다.
한편 ‘사의 찬미’는 오는 11일부터 8월17일까지 LG아트센터 U+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저작권자ⓒ SWTV.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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