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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박스쿨 뿌리③ 윤석열 정권 노조 탄압도 '리박 아버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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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박스쿨 뿌리③ 윤석열 정권 노조 탄압도 '리박 아버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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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박스쿨과 아스팔트 삼총사(김상진·안정권·배인규)를 탄생시킨 '극우 대부' 이희범 자유연대 대표가 가진 직함은 20개가 넘는다. 이 씨는 올해 1월 자신이 만든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스스로를 ▲윤석열 후보 대선 캠프 시민사회본부 본부장 ▲대통령인수위 인수위원(국민통합) ▲평화통일자문위원회 자문위원이라고 밝혔다. 지난 대선 때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캠프에서 시민사회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희범은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공학연)과 애국단체총협의회(애총)의 사무총장 등 국정원 관변 단체 간부직으로 시작한 뒤, 현재까지 수십 개의 단체를 추가로 만들고 관리하며 윤석열 정권과 유착해왔다. 리박스쿨도 이희범의 도움으로 탄생했다.

그런데 이희범이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도 관여한 흔적을 뉴스타파가 포착했다. 이희범은 민주노총 같은 노동조합을 견제하기 위해 '국민노조'라는 반노동 조직을 만들었는데, 윤석열 정권이 배후에서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육군사관학교에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을 촉발한 것도 바로 이희범이었다.

민주노총·한국노총 대항 위해 만든 국민노조
현재 서울 인사동 종로빌딩에 위치한 국민노동조합(국민노조). 국민노조는 단순한 노조가 아니다. 이 씨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양대노총과 싸우기 위해 만든 반노동 성향의 단체다. 국민노조는 2018년 7월 설립허가를 받았고, 2020년 5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국민노조를 만드는 기획 회의만 2년을 했다는 유튜버 성창경 씨는 "국민노조는 좌파 세력과 싸우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소개했다. 리박스쿨 손효숙 대표를 통해 자유연대에 합류한 자유호국단 오상종 씨도 국민노조 설립에 동참했다. 오 씨는 "국민노조 활동은 집회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고발로 이어져 결과물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국민노조는 적극적으로 고발 활동을 벌였다. 2021년 5월, 국민노조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노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같은해 9월에는 전국택배노조위원장 등을 협박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해 1월에는 류희림 청부민원 사건을 공익신고한 방심위 직원을 고발했다.


윤석열 정권 뒷받침한 ‘국민노조’… 상임고문은 김문수
뉴스타파가 입수한 국민노조 내부 문건에는 이번 대선에 출마했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상대 전 검찰총장의 이름이 '상임고문'으로 등장한다.

또 국민노조는 특이하게도 '정치인 조합원'을 두고 있었는데, 여기에는 심재철 전 국회부의장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김진태 강원도지사,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힘과 국민노조가 밀접하게 연관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0년 출범한 국민노조 내부 문건에는 정치인 10여 명이 등장한다. 김문수 전 경사노위원장은 상임고문을 맡았다. '정치인 조합원'에는 현직 의원들도 포함됐다.
윤석열 ‘건폭 몰이’ 앞장선 국민노조
국민노조는 윤석열 정권의 각종 '노동탄압'의 논리를 제공하는 역할도 했다. 2022년 윤석열 정권이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충돌할 당시 국민노조의 김준용 사무총장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화물연대 파업 대응 방안에 대한 발제를 맡았다. 당시 경사노위원장은 김문수였다.


2022년 10월에는 윤상현 의원실과 함께 '노란봉투법'을 비판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김문수 전 후보가 상임고문 자격으로 참석한 것으로 확인된다.

윤석열 정권이 2023년 건설현장 폭력행위를 근절하겠다며 민주노총·한국노총 건설노조를 이른바 '건폭'으로 몰아붙일 때도 국민노조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토론회를 열고 '건설현장 폭력행위 증언대회'를 하는 등 정권의 건폭 조작을 뒷받침했다.

이 행사에서 이희범은 “앞으로 건설 현장의 비리를 고발 받겠다. 국회와 논의해 검찰과 경찰에 제보해서 반드시 잘못된 것을 시정하겠다”고 발언했다. 이후 이희범은 자신의 사무실인 종로빌딩에 노조의 폭력행위를 신고하는 ‘노조비리중앙신고센터’를 만들고 현판식까지 열었다.


민주노총 택배노조 ‘맞불’로 국민노조 택배본부
윤석열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노조를 향한 혐오를 드러냈다. 2021년 택배노동자들의 CJ대한통운 본사 점거농성을 두고 “법을 위반하면 엄정하게 다뤄야 한다”고 말하거나, 택배노조를 원망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택배 대리점주를 언급하며 “노조가 괴물이 됐다”고 발언했다. 보수 언론은 택배노조를 가리켜 ‘귀족 노조’, ‘양아치 노조’라는 내용의 혐오 기사를 쏟아냈다.

국민노조 택배산업본부는 민주노총 산하 택배노조의 쟁의행위에 맞불을 놓고 고발을 하기 위해 2021년에 만들어졌다.


2021년 국민노조 산하 택배본부 협약식. 이희범 국민노조 위원장(오른쪽 두 번째)과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가운데)이 참여했다. (출처 : 국민노조)
국민노조 내부 문건에는 국민노조 주요 활동이 “반 민주노총 투쟁 및 불법 경제활동 고발 운동”이라며 “전국택배노동조합 고발”하겠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


국민노동조합은 주요 활동으로 '반 민주도총 투쟁 및 고발 운동'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자료 : 국민노동조합 소개 문서)
국민노조 택배산업본부도 민주노총 택배노조와 싸워야 한다며 조합원을 모집했다. 지난 3월, 국민노조에 가입한 CJ대한통운 대리점주들이 택배 기사들에게 “조합비를 내주겠다”며 국민노조 택배본부 가입을 종용한 것으로 드러냈다. 이런 식으로 가입한 국민노조 택배본부 조합원들은 대리점주가 “국민노조에 가입해서 택배노조와 싸워야 한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고 증언했다.

2022년 서울행정법원은 국민노조 택배본부의 충북 지역 모 지부가 어용 노조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용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노조를 설립해 택배노조의 파업 등 쟁의행위를 저지하려는 목적이 개입된 것으로 보여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무늬만 노조인 명백한 가짜 노조란 사실을 법원이 판결로 확인해준 셈이다.


국민노조 산하 제대군인자유노조, 홍범도 흉상 제거 주장
국민노조는 산하에 국민건설산업노조, 대한민국퇴직공무원노조, 택배산업본부, 공공통합노조, 제대군인자유노조, 전국장애인건설산업노조 등을 만들었다. 국민노조 산하 노조들은 윤석열 정권 동안 민주노총에 ‘맞불’을 놓는 고발전을 벌였다.


2023년 11월, 서울 종로빌딩에 위치한 자유연대 사무실에서 제대군인자유노조 설립 총회가 열렸다. 가장 왼쪽에 선 인물이 이희범 대표.
특히 2023년 11월, 노조설립 신고를 한 국민노조 산한 제대군인자유노조는 홍범도 흉상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한 단체다. 신원식 당시 국민의힘 의원이 2023년 8월 국회에 예비역 단체를 불러 홍범도 흉상 이전을 주장할 때 제대군인자유노조가 참석했다. 이날 제대군인자유노조는 “홍범도가 소련 공상당원 특혜를 받았다. 흉상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육군사관학교는 교내에 있는 홍범도, 김좌진, 이회영 등 독립군의 흉상을 이전하기로 결정했다가 지난 5월에야 현재 위치에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이처럼 이희범은 국민노조 산하에 각종 어용노조를 만들어 주요 정치적 국면마다 '맞불'을 놓은 역할을 해왔다. 그는 노조뿐만 아니라 다양한 단체를 만들어 윤석열 정권의 각종 탄압 정책을 뒷바라지했다.

이희범의 페이스북에 게시된 단체들만 추려도 20개가 넘는다. 이희범은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2016.6) ▲제주4.3특별법폐지시민연대 ▲자유언론국민연합(2020.6) ▲자유시민서울시장후보공천연대(2020.9) ▲폭정종식 민주쟁취 비상시국연대(2020.12) ▲국민건설노조(2021.11) ▲좋은교육감후보추대 발기인대회(2021.9) ▲앞서가는시민들의모임(2022.1) ▲국민노조 택배산업본부(2022.3) ▲언론테러범시민대책위원회(2024.2) ▲범죄자정치추방연대(2024.4) ▲조중동 절독 운동본부(2025.1) 등을 설립했다.

민주주의 공론장을 오염시키고 정권의 노조 탄압 정책에 부역한 관변단체 수장 노릇을 했는데 박근혜 때처럼 윤석열 대통령실이 금전적인 도움을 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리박스쿨 게이트의 뿌리가 극우 대부 이희범으로 드러난 만큼 경찰은 수사 범위를 대폭 확대해서 이참에 극우 세력을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스타파 박종화 bell@newstapa.org

뉴스타파 전혁수 jhs0925@newsta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