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다행으로 큰 부상은 면했다. 파열이 아닌 부종 수준이다. 일단 전반기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쉬고, 올스타 휴식기까지 관리를 잘하면 장기 결장 없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최형우는 아쉽게 올스타전 출전권을 반납하고 당분간은 회복에 전념할 계획이다. 다음 주 한 차례 병원 검진을 더 받고, 여기서 상태가 괜찮다는 진단을 받으면 다시 정상 훈련에 복귀할 전망이다.
후반기 첫 4연전까지는 여파가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최형우의 전반기는 화려한 기록 속에 끝났다. 원래 잘 치는 타자고, 훗날 KBO리그에 명예의 전당이 생긴다면 무조건 들어갈 선수이기는 하지만, 42살의 나이에 이런 타격 성적을 남겼다는 자체가 역사적인 일이었다. KBO리그 역대 40대 타자의 역사를 싹 다 바꿀 기세로 달려 나가고 있다. 어쩌면, 앞으로 리그 역사에 40대 타자가 이런 타격 성적을 다시 남길 수 있을지가 의문인 수준이다.
최형우는 9일까지 시즌 83경기에서 타율 0.329, 14홈런, 55타점, 출루율 0.432, 장타율 0.564, OPS(출루율+장타율) 0.996을 기록하며 대활약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전반기 OPS 1위는 확정적이다. 2위 르윈 디아즈(삼성·0.955)와 거리가 꽤 멀기 때문이다. 안현민(KT)은 아직 규정타석 미달이다. 42살의 나이에 3할 타율, 4할 출루율, 그리고 장타율 0.500 이상을 모두 달성했다.
그 가운데 최형우가 중심에서 버텨줬기에 팀 타선이 최악의 고비를 넘기고 반등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백업 선수들이 주전으로 올라서면서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시행착오가 있다. 하지만 최형우가 중심에서 쳐 줘야 할 때 활약을 해주며 주축 선수들의 공백을 상당 부분 홀로 책임졌다. 올해 득점권 타율은 0.347이었고, 주자가 있을 때도 0.360의 타율로 시즌 평균보다 높았다. 14개의 홈런 중 주자가 있을 때가 10개였다.
그렇게 최형우가 허리를 지탱해주면서 어린 선수들이 이 치열한 전쟁에 적응할 수 있었다. 사실 나이를 고려했을 때 더 많은 휴식이 필요했지만, 어려운 팀 사정을 고려해 성실하게 많은 타석에 들어섰다. 시즌 중반 팀이 5할 승률 아래에서 고전할 때는 농군 패션을 제안해 선수단 분위기를 환기시키기도 했고, “주전들이 부상에서 돌아와도 네 자리를 지켜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후배들을 독려했다.
이제 KIA는 주축 타자들이 하나둘씩 돌아오며 정상 전력을 찾아갈 전망이다. 당장 후반기 시작부터 나성범 김선빈이 돌아올 수 있다. 두 베테랑 타자들의 정상 가세는 팀 타선에 무조건 플러스 요인이 된다. 추가 부상자가 없다는 가정 하에 8월에 김도영까지 돌아오면 완전체 타선이 된다. 지난해 막강 화력의 재현을 기대할 수 있다. KIA가 만약 올해 원하는 성적을 얻게 된다면, 최형우는 후반기 성적과 관계없이 최고의 공신으로 평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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