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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하고 않았으며’… 제자 논문 非文까지 베낀 이진숙

조선일보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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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하고 않았으며’… 제자 논문 非文까지 베낀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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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정부 장관 후보자들 잇단 의혹
이재명 정부 1기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가 오는 14일 시작되는 가운데 일부 후보자의 논문 표절, 농지법 위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상당수 후보자는 사실관계를 소명하기보다 “청문회에서 밝히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2009년 3월 대한건축학회 논문집에 발표한 ‘공동주택 야간경관조명 사례조사를 통한 조명디자인 감성평가’는 한 달 전 발표된 제자 김모씨의 석사 학위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표와 사진도 첨부됐다. 이 후보자는 김씨의 논문에 지도교수로 참여한 뒤 한 달 후 비슷한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며 본인은 ‘제1 저자’, 제자는 공동 연구자로 표시했다.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2003년 7월 대한건축학회에 발표한 논문(왼쪽)과 전년 8월 제자가 발표한 논문. 상당 부분 내용이 비슷하다. /자료=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실 그래픽=박상훈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2003년 7월 대한건축학회에 발표한 논문(왼쪽)과 전년 8월 제자가 발표한 논문. 상당 부분 내용이 비슷하다. /자료=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실 그래픽=박상훈


두 논문에는 잘못된 문장까지 동일하게 들어가 있다. 이 후보자 논문엔 ‘사용하고 않았으며’라는 문장이 있는데, 제자 김모씨의 석사 학위 논문에도 같은 표현이 나온다.

이 후보자가 2003년 7월 대한건축학회에 발표한 논문 ‘UGR(Unified Glare Rating·눈부심 등급)의 보정 및 불쾌글레어 주관 평가를 위한 실험적 연구’는 2002년 8월 제자 권모씨의 석사 학위 논문 제목 및 내용과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자의 논문에서 ‘상당히 증가할 수 있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 후보자의 논문에는 ‘상상히 증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충남대 측에 이 후보자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공식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표절이 아닐 수도 있고 그럴 수도 있고 경계에 있는 것 같다”며 “청문회를 통해 해명 가능하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 논문 검증을 주도했던 교수 학술 단체 연합체인 ‘범학계 국민 검증단’은 이 후보자의 논문을 검증한 결과 연구 윤리에 어긋나 문제가 있다고 보고 사퇴를 요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가 ‘자녀 조기 유학’을 보내고 그 과정에서 초·중등교육법을 위반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실에 따르면 이 후보자가 충남대 교수로 일하던 2006~2007년 두 딸을 미국의 기숙사형 고등학교에 진학시켰다. 둘째 딸은 의무교육 과정을 마치지 않고 중학교 3학년 때인 2007년 미국 학교로 진학했다. 법적으로 부모가 함께 미국에 있어야 하지만 당시 이 후보자는 한국에 있었다. 이 후보자는 이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장관 후보자는 구윤철 기획재정부·정동영 통일부·정은경 보건복지부·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등 총 4명에 달한다. 일부 후보자는 거주지에서 떨어진 지방 농지를 사면서 내용 없는 부실한 영농계획서를 제출하고 ‘농업 경영 능력’ 항목에 자기 노동력을 70~100%라고 적기도 했다. 현행법상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 농지를 보유하면 농지법 위반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실에 따르면 정동영 후보자 배우자 민모씨는 지난 2021년 1월 전북 순창군 동계면의 2030㎡ 농지를 구입하며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에 ‘농업기계·장비 보유 현황’이나 ‘농업기계·장비 보유 계획’ 등을 작성하지 않았다. 노동력 확보 방안에는 ‘자기 노동력’ 항목에 ‘O’ 표시를 했다. 자기 힘으로만 농사를 짓겠다는 뜻이다. 김기현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 법에 따르면 농업경영계획서에 농지 면적, 소유 농지 이용 실태, 농업 기계 등 확보 방안 등을 반드시 기재해야 하지만 민씨는 사실상 백지에 가까운 계획서를 제출했다”며 “현장에 가보니 농사를 지은 흔적도 없어 사실상 불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후보자는 2010년 5월 경기도 양평군 농지 1151㎡를 사들이며 자신의 직업을 ‘자영업자’라고 적고 노동력 확보 방안에 ‘자기 노동력 70%’라고 적었다.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실에 따르면 이 시기는 한 후보자가 서울에 거주하며 분당에 있는 네이버 이사로 재직하던 시기다. 한 후보자는 농지 관련 의혹에 “전체적으로 자경의 취지에 부합하지만, 일부 부족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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