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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처럼 7~8년 장기 계약… 첼시의 실험 “일단 성공”

조선일보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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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처럼 7~8년 장기 계약… 첼시의 실험 “일단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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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클럽월드컵 결승 진출
데뷔 두 번째 경기에 두 골을 터뜨렸다. 지난 2일 6000만파운드(약 1120억원)의 이적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유니폼을 입은 브라질 공격수 주앙 페드로(24) 얘기다. 첼시는 9일 멀티 골을 터뜨린 페드로의 맹활약에 힘입어 브라질 플루미넨시를 2대0으로 누르고 2025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월드컵 결승에 선착했다.

페드로가 브라이턴에서 첼시로 둥지를 옮길 당시 거액의 이적료만큼이나 눈길을 끌었던 것은 8년이라는 계약 기간이었다. 통상 프로축구 구단은 선수와 계약할 때 계약 기간을 5년 이하로 잡는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활동량이 많고 격렬한 축구는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기량 저하)’의 영향이 크다. 또한 뜻하지 않는 부상으로 선수의 경기력이 크게 저하될 수 있어 장기 계약을 꺼리는 것이다.

그래픽=백형선

그래픽=백형선


하지만 첼시는 축구계에선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 여러 선수와 7년 이상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첼시는 페드로와의 계약 사흘 뒤인 지난 5일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제이미 기튼스(21·잉글랜드)를 데려오며 7년 계약을 맺었다.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12년 계약), 후안 소토(뉴욕 메츠·15년 계약) 등 선수 계약 기간이 10년을 훌쩍 넘기는 MLB(미국 프로야구) 방식을 연상케 한다.

첼시가 이 같은 ‘MLB식’ 장기 계약 전략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시점은 2022년부터다. LA 다저스 공동 구단주인 미국인 사업가 토드 볼리(52)가 구단을 인수한 이후다.

장기 계약 전략의 초기 목적은 분명했다. UEFA(유럽축구연맹) FFP(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제를 우회하는 것이다. UEFA는 FFP를 통해 유럽 구단들이 일정 수준 이상 적자를 내지 못하도록 하고, 시즌별 지출액이 수입의 70%를 넘기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첼시를 인수한 볼리는 UEFA가 구단의 이적료 지출을 산정할 때 선수 계약 기간으로 나눠 계산하는 허점을 파고들었다. 실제로 첼시는 2023년 우크라이나 출신 미하일로 무드리크(24)를 6200만파운드(약 1160억 원)에 영입하며 8년 6개월 계약을 맺었는데, 회계상으로는 6200만파운드를 8.5(8년 6개월)로 나눈 약 730만파운드를 지출한 것이 됐다. 첼시의 ‘변칙 작전’에 UEFA는 이후 계약 기간과 무관하게 최대 5년까지만 분할 계산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하지만 첼시는 이후에도 장기 계약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선수 영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엔 유럽뿐 아니라 미국과 중동 등 다양한 리그 팀들이 공격적인 투자로 선수를 데려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액 이적료와 함께 선수 입장에서 안정감을 주는 장기 계약을 제안하면 보다 높은 확률로 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


‘선수 되팔기’에 강점이 있는 것도 첼시가 장기 계약 전략을 유지하는 이유로 꼽힌다. 다년 계약을 맺은 선수가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손해를 최소화하며 다른 팀에 트레이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이다. 이적 시장 분석 업체 트랜스퍼마켓이 발표한 EPL 최근 10시즌 통산 이적료 수입 순위에서 첼시는 1위를 기록했다. 총 14억4000만유로(약 2조3200억원)로, 2위 맨체스터 시티(9억2200만유로·약 1조4800억원)보다 약 60%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

일각에선 “장기 계약 전략은 팀에 막대한 손실을 입힐 수 있는 ‘무모한 도박’과 같다”고 지적한다. UEFA가 이적료 지출 산정 방식을 바꾸게 한 계약의 당사자인 무드리크는 지난달 금지 약물 양성 반응이 나오며 최대 4년 징계를 받을 위기다. 징계가 현실화되면 선수 커리어 자체가 끝나고, 첼시는 재정 손실과 전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설상가상으로 UEFA 클럽재정관리기구는 지난 5일 “첼시가 축구 수입 및 선수단 지출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3100만유로(약 5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단일 시즌 기준 유럽 구단에 부과된 제재금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FFP(Financial Fair Play)

프로 축구팀의 적자가 일정 기준(3년 기준 6000만유로·약 965억원)을 초과하면 과징금을 매기거나 국제 대회 출전에 제약을 가하는 규정. 특정 팀이 막대한 자금력으로 이적 시장을 장악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막는다는 취지로 UEFA(유럽축구연맹)가 2011년 도입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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