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사설] 주력 기업 실적 부진, 장기 구조적 현상으로 봐야

조선일보 조선일보
원문보기

[사설] 주력 기업 실적 부진, 장기 구조적 현상으로 봐야

서울구름많음 / 0.0 °
삼성전자와 LG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56%, 47%씩 감소해 나란히 반 토막이 났다. 시장 예상치에 휠씬 못 미친 어닝 쇼크였다. 반도체와 함께 국내 산업의 양대 기둥인 자동차도 심상치 않다. 올 상반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 그룹의 점유율은 1년 전보다 3.4%포인트 하락하며 2위에서 3위로 내려앉았다.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25% 관세가 본격 적용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반도체 추가 관세까지 실행되면 충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철강 분야에서 동국제강은 중국산 저가 공세로 인천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석유화학에서 롯데케미칼·LG화학은 에틸렌 과잉 공급으로 적자를 기록 중이다. 그나마 3년 치 일감을 확보해 호황이라는 국내 조선 3사도 올 상반기 수주에서 목표의 절반도 못 채우거나 전년 대비 크게 떨어진 성적을 거두고 있다. 세계적으로 선박 발주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중국 공세에 밀리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3~4년 뒤에는 국내 조선소 독이 비는 최악의 상황도 우려된다. 주력 업종들이 줄줄이 내리막이다.

한국 대표 기업들의 부진은 트럼프 관세 여파가 크다고 하지만 그렇게만 볼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최근 10년간 반도체·디스플레이·스마트폰·자동차·석유화학·철강·조선·배터리 등 8대 주력 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모조리 뒷걸음질 쳐왔다. 단순한 경기 사이클의 문제가 아니라 경쟁력 자체가 훼손되고 뒤처지고 있다는 뜻이다.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의 급격한 부상이다. 대중 기술 우위는 역전된 지 오래이며 그 격차는 확대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여전히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이 부족하고, 아직도 가공무역과 저가 다량 생산에 의존하는 낙후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또 전체 연구개발(R&D) 비용은 늘었지만 기술력 향상의 성과가 미흡한 것도 문제다. 글로벌 경쟁력을 잃은 업종에 대해선 정부 주도의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전혀 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 상황에서 빚을 내 돈을 푸는 방식으로 경기를 회복시키려 한다. 임시방편일 뿐이다. 지금의 위기는 경제 사이클이 아니라 기업 경쟁력의 근본에 온 위기다. 노동 개혁, 규제 개혁, 구조조정 등 근본을 바꾸는 수술을 해야만 한다.

[조선일보]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