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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과학기술 선구자 최형섭 기리려 … 20년째 현충원 찾죠"

매일경제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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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과학기술 선구자 최형섭 기리려 … 20년째 현충원 찾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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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사와 료 도쿄대 명예교수는 오랜 기간 일본 과학기술 정책의 기반을 다진 인물이다. 도쿄 미래공학연구소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최형섭 전 과학기술처 장관이 잠든 국립대전현충원 국가사회공헌자 묘역을 20년째 참배하는 일본 석학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하다.

자신의 사비를 털어 최 전 장관의 기일인 5월 29일이 되면 매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는다. 올봄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그동안 경제산업성, 문부과학성, 내각부 등 정부 주요 사업을 입안하거나 이를 평가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 인터뷰를 마친 뒤에도 그는 방위성에서 요청한 120억엔(약 1120억원) 예산의 안전보장 과학기술 관련 연구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국과 일본의 과학기술 정책을 오랜 시간 보아온 노교수는 한국 과학기술 정책에도 아낌없는 통찰과 조언을 던졌다. 그는 "기초과학은 10년, 20년이 넘는 긴 시간을 거쳐야 진정한 의미의 과학적 성과가 나온다"며 "이를 인내하며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초연구에 중점을 두고 장기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산업화 기술을 중심으로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연구에 정책의 중심을 둔다는 것. 이러한 양국의 정책 차이는 노벨상 수상 기록으로 드러난다. 물리학상과 화학상, 생리의학상 등 노벨과학상을 받은 일본인 수상자는 25명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아직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그는 이러한 과학기술 정책 차이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히려 양국의 협력 가능성을 높이는 작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일본의 원천기술을 한국이 받아들여 상업화하는 윈윈 모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적 협력은 한일 산업계에 공동의 적인 대중국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을 키운다고 그는 강조했다. 히라사와 교수는 "한일의 역사적 관계와 지정학적 요인, 기술적 협력 등을 고려한 상호 공생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것에 소극적인 일본을 한국이 적극적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사명감을 가진 국가 연구자의 육성도 시급하다고 당부했다. 연구에 대한 각오와 윤리관을 가진 연구자가 최근 들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 전 장관 묘역에 새겨져 있는 '연구자의 덕목'을 한국 연구자들이 곱씹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구자의 덕목은 △학문에 거짓이 없어야 한다 △부귀영화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시간에 초연한 생활 연구인이 돼야 한다 △직위에 연연하지 말고 직책에 충실해야 한다 △아는 것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반성해야 한다 등 다섯 가지로 돼 있다.

그는 "현재 젊은 세대는 과거와 달리 오랜 시간 연구에 집중하지 않고 이권 수집에만 바쁜 경우도 많다"며 "국가 연구비를 사용하는 연구자는 사리사욕이 아닌 국가를 위해 연구해야 하고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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