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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론'인가... 아쉬운 불펜 운용 반복되는 롯데

MHN스포츠 박승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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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론'인가... 아쉬운 불펜 운용 반복되는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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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김진욱.

롯데 자이언츠 김진욱.


(MHN 박승민 인턴기자) 비슷한 양상의 역전패를 또 한 번 허용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5-8로 패배하며 3위로 추락했다.

이날 경기 롯데 선발로 나선 홍민기가 5이닝 동안 7개의 삼진을 솎아 내며 1실점만을 허용했지만, 이어 등판한 구원 투수들이 줄지어 실점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롯데는 지난 4일 광주 KIA전에서도 불펜이 역전을 허용하며 패전 수모를 겪었다. 이날 8회 등판한 최준용이 위즈덤에게 동점 2점 홈런을 허용했고, 이어 등판한 투수들이 최준용의 책임 주자들을 홈으로 들여보내면서 역전패로 이어졌다.

롯데 김상수.

롯데 김상수.


롯데는 이번 시즌 팀 타율 1위, 팀 OPS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타선의 힘을 기반으로 3위에 올라 있다. 다만 투수 부문에서는 팀 평균자책점 4.77을 기록하며 9위에 위치하고 있다.

구원 부문에서는 팀 세이브 1위, 팀 홀드 3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구원 투수의 평균자책점 역시 4.77로 이 부문 리그 8위이다. 아쉬운 투수들의 성적에 더해, 많은 불펜을 소모하면서도 경기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8일 경기 역시 그러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5회 두산 선발 최민석을 공략하는 데 성공해 한 이닝에만 대거 4득점을 기록한 롯데는 경기를 굳히기 위해 정현수를 투입했다. 6월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며 압도적 활약을 펼친 정현수였지만 7월 등판한 두 경기에서 모두 실점을 기록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정수빈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마운드를 내려간 정현수는, 이어 등판한 김강현이 양의지에게 적시타를 내주며 두산의 추격을 허용했다.


정현수로부터 김강현의 교체는 우타자 양의지 타석에서 이루어졌다. 이번 시즌 좌타를 상대로 피OPS .621, 우타를 상대로 피OPS .778을 기록 중인 정현수는 등판한 31이닝 중 좌타자를 상대로만 23.2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롯데 김강현.

롯데 김강현.


김강현은 좌타자와 우타자 상대 기록 차이를 크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김강현은 주로 팀이 지고 있거나 크게 이기고 있는 상황에 등판하는 역할을 맡아 왔으며, '중요 상황'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야구에서 펼쳐지는 각 상황은 그 중요도에 따라 LI(Leverage Index)로 나타낼 수 있다. LI는 1을 평균값으로 가지며, 그 이상일 경우 상대적으로 중요한 상황으로 인식된다.


김강현은 LI 0.7 이하의 로우 레버리지 상황에서는 피OPS .578을 기록하며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0.7~1.6 사이의 중립적 상황에서는 피OPS .763을 기록했다. 1.6 이상의 중요 상황에서는 1.225의 피OPS를 기록하며, 주어진 상황의 중요도가 높을수록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새가슴'이라는 평가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지표이다. 이날 김강현이 등판한 상황은 롯데가 3점 차 승리하고 있는 6회 말 주자 2루 상황이었고, 이 상황의 레버리지는 1에 해당한다.

결국 김강현은 양의지를 상대로 좌중간 1루타를 허용하며 정현수의 책임주자 정수빈이 홈을 밟는 것을 허용했다. 이어 후속 타자 김재환을 처리했지만,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김강현은 오명진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며 마운드를 정철원에게 이어줬다.

김강현은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중심으로 추격조와 롱릴리프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팀이 크지 않은 점수 차로 승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용받기 위해서는 LI가 높은 상황에서 부진한 본인의 약점을 극복할 필요성이 있다.

롯데 구승민.

롯데 구승민.


김강현을 이어 마운드에 오른 정철원은 유격수 전민재의 실책으로 출루를 허용했지만, 후속 타자들을 모두 처리하며 이번 시즌 사직에서의 약점을 극복하고 0.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이후 롯데는 7회 말 공격에서 상대 실책으로 득점을 추가하며 다시금 승기를 가져왔다.

하지만 8회 초 등판한 구승민이 선두타자 정수빈에게 볼넷을 내주며 출루를 허용했고, 롯데 벤치는 구승민을 빠르게 이날 1군으로 콜업된 김진욱으로 교체했다. 좌투 상대 상대적으로 약점을 보이는 케이브를 상대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김진욱은 올 시즌 우타자 상대 OPS(.911)에 비해 좌타자 상대로 더 높은 OPS(1.438)을 기록하며, 좌타 상대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결국 김진욱이 제이크 케이브에게 2점 홈런을 맞으며 동점을 허용했다. 롯데 벤치는 다시 한번 투수 교체를 감행했다.

김진욱에 이어 등판한 김상수는 김기연을 땅볼로 처리했지만, 김재환과 박준순에게 연속안타를 허용하며 1사 2,3루 상황을 만들었다. 롯데 벤치는 7회 홈런을 기록했던 후속타자 오명진을 자동 고의 4구로 출루시키며 만루 작전을 펼쳤지만, 박계범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김상수는 추재현과 김민석을 범타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지만, 역전에 성공한 두산이 승기를 잡은 이후였다. 이어 9회 등판한 송재영 역시 케이브에게 승리에 쐐기를 박는 1점 홈런을 허용했다.

롯데는 4이닝 동안 7명의 구원 투수를 출격시켰지만, 이들이 7실점을 기록하며 패전을 기록했다. 이날 선발로 나선 홍민기가 5이닝 동안 7개의 삼진을 솎아 내며 1실점으로 분전해 준 것에 비하면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홍민기의 데뷔 첫 승리 기회 역시 사라졌다.

롯데 송재영.

롯데 송재영.


경기가 끝난 이후 팬들은 불펜 운용과 관련한 다양한 의문을 제기했다.

우선 지난 6일 경기 이미 불펜으로 등판했던 홍민기는 선발로 나선 8일 경기에서 많은 투구 수를 기록할 수 없었다. 63개를 투구하면서도 5이닝을 소화한 홍민기는 제 몫 이상을 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어 등판한 정현수가 출루를 허용하자 롯데는 팀 승리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김강현을 투입시켰고, 추가 실점을 허용했다.

정철원의 기용에 있어서도 의문이 남는다. 이번 시즌 정철원은 팀이 필요한 상황에서 줄곧 멀티 이닝을 소화해 왔다. 지난 6일 광주에서 KIA를 상대로 1.2이닝을 투구한 정철원은 8일 경기를 앞두고 하루 휴식일을 가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롯데 벤치는 8일 경기에서 0.2이닝을 소화한 정철원을 8회에 등판시키지 않았다. 대신 이번 시즌 부진한 성적을 기록 중인 구승민을 등판시켰다. 6월 콜업 이후 2경기 1.1이닝을 무실점으로 처리했던 구승민이지만, 마운드에서 볼넷 하나만을 허용하고 내려왔다.

이후 등판한 김진욱과 김상수 역시 이번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8일 선발로서 좋은 모습을 보인 롯데 홍민기.

8일 선발로서 좋은 모습을 보인 롯데 홍민기.


2점 차 승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철원에게 멀티 이닝을 맡기지 않은 점에 더불어, 최준용이 등판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 의문부호가 붙는다.

2점차 경기를 이기고 있는 상황에 필승조인 정철원-최준용-김원중을 7, 8, 9회에 이어서 등판시키는 것은 롯데의 이번 시즌 전형적인 불펜 운용 패턴이었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최준용이 등판하지 못했고, 결국 리드를 두산에 넘겨주며 김원중의 등판 기회가 사라졌다.

만일 전반기 이미 40이닝을 넘게 소화한 정철원에게 긴 이닝을 맡기지 않으려 했으며 이날 최준용에게 휴식이 부여됐다면, 가용 가능한 전력하에서 합리적 기용이 이루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현수에 이어 최근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김강현을 기용했고, 구승민이 흔들리자 좌투수 상대로 약점을 보이는 케이브를 상대로 김진욱을 투입했다.

김진욱이 무너진 상황에서 가용 가능한 자원은 김상수와 송재영, 김원중에 불과했다. 김태형 감독이 의도한 바와 경기가 다르게 흘러갔을 것으로 추측된다.

롯데는 현재 4위 KIA와 0.5G 차, 5위 SSG와 2G 차로 붙어 있다. 남은 경기에서 지금의 순위를 유지하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경기에 나서는 구원 투수들이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은 감독과 벤치의 몫이다.

한편, 롯데는 9일 오후 6시 30분 부산 사직구장에서 두산과의 시즌 11차전을 갖는다.

사진=롯데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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