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이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고 있다. /SBS |
“사람 죽인 게 하나 더 있습니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여대생과 주부 등 여성 10명을 무참히 살해한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자신의 추가 범행을 자백하는 영상이 최초로 공개됐다. 수의 차림에 수갑을 찬 강호순은 담담한 표정으로 자신이 강원도 정선에서 여성을 차량에 태워 살해하게 된 과정을 털어놨다.
강호순의 이 같은 자백 영상이 공개된 건 지난 3일 방영된 SBS ‘꼬꼬무’(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다. 강호순의 신상은 언론 등을 통해 여러 차례 공개된 바 있지만, 자백 영상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2009년 2월 17일 안산지청 진술 녹화실에서 자신의 추가 범행을 고백하는 장면이다.
강호순은 자백 내내 담담했다. 검사가 “갑자기 뭐 급한 일로 연락을 했냐”고 질문을 던진 점을 보면 강호순이 먼저 면담을 요청한 것으로 추정된다.
강호순은 “제가... 별건으로 숨긴 게 하나 있습니다”라며 입을 열었다.
그리곤 경찰 조사 등에선 드러나지 않은 자신의 추가 범행을 고백했다.
강호순은 한숨을 한 번 내쉬더니 “강원도에서 사람 죽인 게 하나 더 있다”고 했다. ‘강원도 어디에서냐’는 물음에 강호순은 “정선”이라고 답했다.
‘정선에는 왜 갔냐’고 묻자, 강호순은 “그냥 혼자서 놀러다녔다”고 했다.
이후 강호순은 살해 당시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털어놨다. 강호순은 “아침 시간이었을 거다. 오전쯤. 한 아가씨에게 ‘군청 가는데 어디로 가냐’고 물어보니까 그 아가씨도 마침 군청 간다더라. 그래서 태워서 가다가 성폭행한 뒤 죽였다”고 했다.
당시 안산지청 발표에 따르면, 실제로 강호순은 2006년 9월 7일 정선군청 여직원 윤모(당시 23세)씨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호순은 당일 오전 7시 50분쯤 윤씨를 승용차로 납치해 10시간 지난 같은 날 오후 7시쯤 손으로 살해한 뒤 암매장했다고 자백했다고 안산지청은 밝혔다.
이 때까지는 이 사건이 강호순의 첫 번째 살인으로 여겨졌다. 강호순이 스스로 자신이 저지른 첫 번째 살인이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강호순. /조선일보DB |
다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강호순의 첫 범행은 2005년 10월 경기도 안산시 장모집에 불을 질러 아내와 장모를 살해한 사건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강호순은 방화가 아닌 실화로 오인될 수 있도록 화재 현장에 의도적으로 모기향을 피워 두고 경찰 조사과정에서 모기향에서 불이 번진 것처럼 거짓 진술했다. 하지만 화재감식 결과 화인은 유류와 같은 인화성 물질을 사용한 방화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공식 확인된 강호순의 범행은 총 10건이다. 피해자는 모두 여성으로, 강호순은 에쿠스를 타고 다니며 스스로를 신사적인 남성으로 포장해 접근한 것으로 파악됐다. 암매장까지 하는 등 치밀한 방법으로 범행을 숨겨왔으나, 2008년 말 군포에서 자신이 살해한 21살 여대생의 신용카드로 70만 원을 찾았다가 덜미가 잡혔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강호순의 여죄가 더 있을 거란 시각도 있다. 강호순의 축사에서 발견된 곡괭이에서 2개의 여성 DNA를 검출해 확인했는데, 지금까지 그가 저지른 범죄 피해자 중 그 누구와도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호순은 이에 대해선 인정을 하지 않고 있다.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 자안리 도로변에서 피해자 암매장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조선일보DB |
강호순은 2009년 7월 항소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상고장을 법원에 제출하지 않으면서 형이 확정됐다. 16년째 미집행 사형수로, 현재 서울구치소에서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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