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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형사재판소, 탈레반 지도자에게 '여성박해 혐의'로 체포영장 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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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형사재판소, 탈레반 지도자에게 '여성박해 혐의'로 체포영장 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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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측 "ICC 인정하지 않는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최고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의 모습. 2016년 5월 탈레반이 공개한 날짜 미상 사진이다. AFP 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최고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의 모습. 2016년 5월 탈레반이 공개한 날짜 미상 사진이다. AFP 연합뉴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는 탈레반 최고지도자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ICC는 8일(현지시간)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 탈레반 최고지도자와 압둘 하킴 하카니 아프가니스탄 대법원장에게 반인도적 박해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ICC는 이들이 여성을 성별로 차별했으며 교육과 사생활의 권리, 이동·표현·사상·양심·종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탈레반은 1996∼2001년 첫 통치 때는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공언했지만, 2021년 미군 철수 이후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뒤 여성을 박해하기 시작했다. 여성의 중등교육을 사실상 금지하고 남성 보호자 없이는 외출을 금지하는 등 이슬람 원리주의에 기반해 여성의 인권을 억압했다.

탈레반은 이날 ICC의 결정에 반발했다. 탈레반 정부의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은 "그런 근거 없는 발표는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대한 강력한 신념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우리는 ICC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ICC가 체포 영장을 발부하면 원칙적으로 ICC 회원국 125개국은 체포 당사자가 자국을 방문하면 범죄 수배자로 체포, 헤이그 재판소로 인도해야 한다. 다만 회원국이 이행하지 않아도 이를 강제할 수단이나 권한이 없다는 점은 문제다. 탈레반의 최고지도자가 외국을 방문하는 경우도 거의 없기에, ICC의 체포영장 발부가 실질적인 효력은 없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탈레반은 지난 3일 세계 최초로 러시아와 외교관계를 맺었다. 러시아는 2016년 ICC를 탈퇴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2023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혐의로 ICC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당시 러시아는 체포 영장을 발부한 ICC 검사장을 체포하겠다며 '맞불' 영장을 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