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권수연 기자) 긴 부진 끝에 다시 정상에 오르는데 성공한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우리금융캐피탈)가 결승에서 만난 김보라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스롱은 지난 8일 오후 자신의 SNS를 통해 "친구(김보라)에게"로 시작되는 게시글 하나를 올렸다.
이틀 전 막을 내린 2025-26시즌 2차 투어 '하나카드 L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자웅을 겨룬 '절친' 김보라에게 전하는 마음이었다.
스롱은 게시글을 통해 "경기를 치를 때는 가슴이 아팠다. 항상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 너 없었으면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내가 힘들 때 말하지 않아도 알아봐주는 것은 너 뿐이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있지만, 너 같은 친구는 단 한 명 뿐이다. 네가 웃으면 나도 행복하다. 너는 내 기쁨"이라고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내가 넘어졌을 때 조용히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은 바로 너였다. 언제나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너 덕분에 나도 더 강해졌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한국어로 김보라에게 진심을 전한 스롱은 해당 편지글 위에 캄보디아어로 재차 "9년 동안 절친한 친구로 지내며 결승까지 함께 달려왔는데, 이 스포츠를 치르며 마음이 이렇게 아픈 것은 처음이다. 김보라가 (추후에) 우승을 차지하길 바란다"고 다시 한번 적었다.
앞서 스롱은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6시즌 2차 투어 '하나카드 L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김보라에 세트스코어 4-1로 승리했다.
근 1년이나 파죽지세로 달려오던 김가영(하나카드)의 9연승 도전을 막아세운 스롱은 이번 대회에서 다시 반등했다. 23-24시즌 8차 투어(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이후 자그마치 1년 4개월 만에 거둔 개인 통산 8번째 우승이었다.
스롱은 이번 우승으로 LPBA 우승수 2위 자리를 굳혔다.
직전까지 스롱 피아비는 지독한 부진에 발목을 잡혔다. 데뷔 후 어느정도 기복은 있어도 시즌 당 최소 1, 2회는 우승했던 그가 24-25시즌에는 한번도 결승에 오르지 못했던 것이다.
22-23시즌 LPBA 최초 그랜드슬래머(개인투어 우승, 팀리그 우승, 월드챔피언십 우승)이자 초대 대상 수상자였던 이름값에 다소 걸맞지 않은 시즌을 지냈다.
"내가 이제 우승을 못하는 선수가 됐나" 우려했던 스롱은 이번 대회에서 모든 짐을 훌훌 털어내고 다시 한번 환호했다.
경기 후 스롱은 그간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던 이유로 어려웠던 집안 사정 등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런 스롱을 뒤에서 묵묵히 받쳐준 것은 절친한 친구 김보라였다.
스롱은 1990년생, 김보라는 1991년 생으로 1살 터울이나 둘도 없는 친구로 오랫동안 함께 하고 있다. 김보라는 프리시즌 스롱의 봉사활동을 함께 할 정도로 매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중이다.
그런 친구와 결승에서 함께 만나게 된 스롱은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어쨌든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고, 김보라는 더군다나 첫 결승이다. 김가영처럼 독보적인 존재가 아닌 이상, LPBA 선수들은 깜짝 결승에 진출한 후 오래도록 다시 기회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부지기수다.
자신의 반등만큼이나 친구의 성공을 바랐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스롱이 한 수 위였다.
2023년 심장병 어린이 돕기 자선 당구대회에서 스롱과 함께 한 김보라 |
경기 후 인터뷰하는 김보라 |
경기 후 김보라 또한 "나를 꺾은 것이 내가 사랑하는 친구 스롱이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둘의 우정은 깊고 진했다.
김보라는 스롱의 힘든 시기를 가장 지척에서 지켜본 친구 중 하나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예전에는 (이)유주 언니와 스롱과 셋이 한 달에 한두번 정도 당구를 같이 쳤는데, 스롱이 지난 1년 동안 힘든 시절을 보냈다"며 "그래서 스롱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경기장에서 보는 것 외에는 자주 못 봤다. 대신 연락을 많이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스롱의 우승은 캄보디아 매체에도 전해졌다. '프놈펜포스트'는 7일(한국시간) 보도를 통해 "캄보디아 최고 캐롬 선수인 스롱 피아비가 한국에서 열리는 25-26시즌 LPB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왕국에 또 다른 승리를 안겨줬다"고 전했다.
스롱은 "1년 반 동안 무거운 책임감과 고통을 겪어왔다"며 "이 모든 것을 국가적인 자존심으로 버텨왔다. 국민과 모든 것을 위해, 그리고 캄보디아와 한국의 모든 분들을 위해 승리하려 했고 딛고 일어섰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 프로당구 PBA는 오는 12일부터 4일간 드림투어(2부) 개막전을 개최한다. 이어 22일부터는 '웰컴저축은행 PBA 팀리그 2025-2026' 개막라운드를 진행한다.
사진=PBA, 피아비 한캄사랑,MH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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