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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진의를 알기 힘든 대통령실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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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진의를 알기 힘든 대통령실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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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일 민주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들과 가진 만찬에서 “국민에게 약속했던 입법들이 차질 없이 추진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8일 전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 의장은 대통령이 거론한 법안들로 방송법,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양곡법,지역화폐법 등을 들었다. 이 대통령은 방송법에 대해 “방송을 국민에게 돌려 드리겠다는 취지를 잘 구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KBS, MBC, EBS 등 공영방송 이사 수를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친여(親與) 단체 및 인사들에게 확대하는 방송법에 대해 일각에선 “정권의 방송 장악 시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지적엔 일리가 있다.

이상한 것은 이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태도다. 대통령실 대변인은 7일 오전 민주당 강경파가 주도해 온 방송 3법에 대해 “국민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방송법이 필요하다”며 신중론에 무게를 두는 듯했다. 대변인은 이것이 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민주당이 6시간 뒤 국회 상임위에서 법안을 처리했다. 대통령실 발표와 다른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법안 처리 뒤 열린 만찬에서 “(방송법 처리는) 내 뜻과 같다”고 했다. 같은 법안을 두고 아침과 저녁 대통령의 생각이 달라진 건지, 처음부터 대통령은 속도 조절을 주문하고 여당은 속도전을 벌이기로 역할 분담을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방송법과 노란봉투법,양곡법은 친여 성향 언론노조, 민노총, 농민 단체들이 요구한 법안이다. 그러나 대선 이후 이 대통령 참모들은 “이젠 여당이 됐기 때문에 정부 의견도 듣고 법이 시행됐을 때의 문제점도 개선하면서 진행하겠다”며 합리적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전체를 대표하는 통합의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통합과 협치를 강조했다. 그래서 방송법, 노란봉투법 같은 법안을 일방 처리하지 않고 여야가 더 논의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대통령과 대통령실 메시지와 달리 민주당은 일방 처리 속도전을 하고 있다. 대통령이 취임 한 달 회견에서 협치를 강조한 다음 날 국회 법사위원장 등 핵심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했다. 청문회와 상임위 토론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데도 무슨 밀린 숙제 하듯 서두르고 있다. 이것이 실은 이 대통령의 본심인지, 아니면 친여 단체들이 내민 대선 청구서 때문에 대통령의 생각이 바뀐 것인지 궁금하다. 지금처럼 대통령 메시지가 진의 파악이 어려울 정도로 혼란스럽게 나오면 국정도 혼란에 빠질 위험이 있다.

[반론보도] <[사설] 진의를 알기 힘든 대통령실 메시지> 관련

본 신문은 지난 7월 9일자 오피니언 섹션에 <[사설] 진의를 알기 힘든 대통령실 메시지> 이라는 제목으로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실의 메시지와 달리 방송3법을 ‘일방처리 속도전’으로 처리하였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방송3법은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국정 철학과 긴밀히 교감하며 추진한 것이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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