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시 24분… 한일전 킥오프 시간에 숨겨진 비밀 [방구석 도쿄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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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단위로 촘촘히 방송 짜는 日 중계 특성 탓
뉴스·드라마도 같은 경우 흔해, 디테일로 시청률 승부
3년 만 성사된 한일전… 동아시안컵 우승컵 누가 들까

2021년 3월 일본 요코하마 닛산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축구 한일전에서 이강인(왼쪽)과 요시다 마야가 몸싸움하고 있다./대한축구협회

스포츠에서 ‘한일전(韓日戰)’이란 요소는 특별합니다. 종목과 무관하게 두 나라는 늘 라이벌로 꼽혀요. 이긴 팀은 자국에서 영웅이 되고, 진 팀은 따가운 눈총을 피하기 힘듭니다. 양국 선수들이 한일 더비에 스포츠 이상의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건 축구입니다. 양국에서 모두 인기 종목인 데다 2002년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기도 했죠. 다들 뇌리에 남은 인상적이었던 한일전 축구 경기가 하나씩 있으실 겁니다.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 로고/동아시아축구연맹

오는 15일 남자 축구 한일전이 열립니다. 경기 용인에서 열리는 2025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전. 한국(피파 랭킹 23위)과 일본(15위), 중국(94위), 홍콩(153위) 등 참가국 전력을 비교했을 때 이날 경기의 승자가 우승자가 될 공산이 큰데요. 약 3년 만에 치러지는 한일전입니다. 마지막 경기(2022년 7월 일본 나고야)에선 한국이 0대3 대패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킥오프 시간이 조금 특이합니다. 오후 7시 24분에 시작해요. 7일 치러진 중국전, 11일 홍콩전은 모두 오후 8시 정각 시작인데 왜 한일전만 이렇게 편성됐을까요. ’19:24’란 숫자에 한일전만의 의미라도 담겨 있는 걸까요.

일본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후지TV 본사/tokyo-odaiba.net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이번 대회 일본 측 중계사인 후지TV의 방송 편성 특성 때문입니다.

후지TV뿐 아니라 공영방송 NHK 등 일본 방송사는 편성표를 1분 단위로 촘촘하게 짭니다. 디테일에 집착하는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주죠. 편성 전략이 치밀할수록 높은 시청률을 얻을 수 있다는 마인드. 예컨대 경쟁사에서 오후 7시에 뉴스를 시작하면, 우리는 7시 2분에 시작해 채널을 돌리는 시청자를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겠단 것입니다. 이 때문에 편성표를 짜는 편성부가 각 방송사의 중추로 꼽힙니다.

이번주 일본 후지TV 방송 편성표 일부. 프로그램 계획이 1분 단위로 촘촘하게 짜여져 있다.

한일전에 한정된 게 아니라 일본의 이번 동아시안컵 모든 경기가 오후 7시 24분에 시작합니다. 방송 자체는 7시에 시작하는데요. 축구 경기는 시작과 동시에 킥오프를 하지 않죠. 각 팀 라인업 소개와 선수단 입장, 국가 제창, 골대 배정 등 절차를 마쳐야 시작합니다.

후지TV는 경기 전 예능이나 뉴스 등 계획해둔 방송이 마치는 시간을 7시로 잡고, 킥오프 전 순서에 들어갈 시간을 ‘24분’이라고 치밀하게 계산한 겁니다. 동아시안컵 주최 기관 동아시아축구연맹에 따르면 이번 대회 공식 후원사 6사 중 절반이 일본 기업입니다. 다른 참가국에 비해 입김이 세 일본 방송사 측 요구가 더 수용됐을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반면 정규 방송에 편성되지 않은 여자 대표팀 경기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정각에 시작합니다.

지난 6일 일본 남자 축구 대표팀이 동아시안컵을 위해 김포공항으로 입국했다. 이날 공항엔 서울일본인학교 학생들이 마중을 나와 응원 편지를 전달했다./주한일본대사관

지난 6일 일본 남자 축구 대표팀이 동아시안컵을 위해 김포공항으로 입국했다. 이날 공항엔 서울일본인학교 학생들이 마중을 나와 응원 편지를 전달했다./주한일본대사관

일본은 이번 대회 디펜딩 챔피언입니다. 자국에서 개최한 2022 동아시안컵에서 3전 2승 1무, 무실점으로 통산 두 번째 우승을 달성했어요. 당시 치러진 한일전이 마지막 성인 대표팀 대결이었습니다.

일본 축구 대표팀은 지난 6일 오전 11시쯤 김포공항으로 입국했습니다. 마포에 있는 서울일본인학교 학생들이 직접 마중을 나가 응원 편지를 전달했습니다. 이번 동아시안컵에 출전한 일본 대표팀은 전원(26명) 자국 프로축구인 J리그 선수들인데요. 동아시안컵은 FIFA(국제축구연맹) 공인 A매치 기간에 포함되지 않아서 유럽 등 해외파 합류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국도 J리거 3명을 제외하면 전원 K리그 선수로 선수단을 꾸렸습니다.

2018년부터 사령탑을 잡고 있는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은 이번 대회 선수단을 다소 실험적으로 구성했어요. 26명 중 12명이 성인 대표팀 첫 발탁입니다. 여기에 베테랑 측면 수비수 나가토모 유토(39)가 캡틴으로 합류했습니다. 나가토모는 J리그에서 이번 시즌 선발 출전 경기가 여섯 경기에 그치는데요.

2010(남아공)·2014(브라질)·2018(러시아) 월드컵에서 세계 수준의 윙백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기량이 나이가 들며 꺾였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는 모리야스 감독 체제에서 지난해부터 선수단 기강을 위한 사실상의 ‘플레잉 코치’로 뛰고 있어요. 이번 동아시안컵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입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일본 남자 축구 대표팀 단체 사진/닛칸스포츠

J리그 득점 순위에서 각각 4·5위, 일본인만 놓고 보면 1·2위인 기타가와 고야(29·시미즈 에스펄스)와 스즈키 유마(29·가시마 앤틀러스)는 아예 명단 제외됐는데요. K리그에서 한국인 득점 순위 1~3위인 전진우(26·전북), 주민규(35·대전), 이호재(25·포항)가 나란히 발탁된 한국 대표팀과는 대비됩니다.

모리야스 감독은 “일본 대표뿐 아니라 J리그 대표로서 우리 선수층이 두껍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설명했습니다. 홍명보 감독이 부임한 지 갓 1년이 된 한국과 달리 일본은 모리야스 체제가 8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고, 러시아·카타르(2022) 월드컵 연속 16강 진출 등 국제 대회에서 보여온 성적도 준수해 이번 대회에서 이변의 결과를 맞는다 해도 사임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은 작습니다. 이에 2026 북중미 월드컵을 1년가량 앞두고 폭넓은 선수단 점검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6일 경기 용인 미르스타디움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모리야스 하지메(오른쪽) 일본 남자 축구 대표팀 감독과 홍명보 한국 감독/뉴스1

일본은 8일 홍콩전에 이어 12일 중국, 15일 한국과 차례로 격돌합니다. 스타 플레이어의 활약보다 조직력을 중시하는 일본 축구가 올해 한국과의 경쟁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 주목됩니다.

모리야스는 지난달 말 일본 지바현에서 열린 홍명보 감독과의 대담에서 “한국과 내년 월드컵 결승에서 맞붙고 싶다”고 했습니다. 쟁쟁한 유럽 강호들을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목표일 수 있지만, “한 경기 한 경기 집중해서 임하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고 합니다.

다음 주 다시 일본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현해탄 건너 당신이 궁금해 할 일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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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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