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가을]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무더운 여름, 새하얀 눈이 쌓인 무대 위로 몽환적인 뱀파이어 로맨스가 펼쳐진다.
8일 오후 서울 중구 소재의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연극 ‘렛미인’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이지영 국내협력 연출과 김준태 국내협력 무브먼트 디렉터를 비롯해 ‘일라이’ 역의 권슬아, 백승연, ‘오스카’ 역의 안승균, 천우진, ‘하칸’ 역의 조정근, 지현준 등이 참석했다.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무더운 여름, 새하얀 눈이 쌓인 무대 위로 몽환적인 뱀파이어 로맨스가 펼쳐진다.
8일 오후 서울 중구 소재의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연극 ‘렛미인’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이지영 국내협력 연출과 김준태 국내협력 무브먼트 디렉터를 비롯해 ‘일라이’ 역의 권슬아, 백승연, ‘오스카’ 역의 안승균, 천우진, ‘하칸’ 역의 조정근, 지현준 등이 참석했다.
‘렛미인’은 쓸쓸하지만 매혹적인 뱀파이어로 생존을 위해 흡혈해야만 하는 소녀 ‘일라이’와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외로운 소년 ‘오스카’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연극.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형식으로 재창작된 스웨덴 작가 욘 린드크비스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렛미인’은 2013년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에서 초연되어 런던, 뉴욕 등 세계 주요 도시를 거친 후 2016년 한국에서 초연을 선보였다. 2020년 재연 시즌이 올라올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전면 무산되었고, 그로부터 5년이 지나 새 시즌을 올리게 되었다.
당시 초연을 선보였던 이지영 연출은 “초연에 이어 다시 한번 이 공연을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다는 게 감격스럽다. 이번에는 특히 멋지고 출중한 배우들이 다 모였다”면서 자신감을 드러냈고, 김준태 무브먼트 디렉터 역시 “10년 만에 느껴지는 새로운 감흥이 있더라. 열심히 준비하고 땀 흘리고 있다. 힘든데도 열심히 해준 배우들에게 감사하다”며 소회와 감사를 전했다.
초연으로부터 9년 만에 찾아온 작품인 만큼 이번 시즌에 참여하게 된 배우들은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무대에 섰다. 특히 작품의 주인공인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 역은 무려 570: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권슬아는 2020년 시즌 오디션에 참여했지만, 공연이 무산되었고, 올해 다시 한번 도전해 같은 배역을 따냈다. 그는 “오디션에 지원하는 것부터 걱정이 앞섰다. 그때는 5년 전이었고, 한번 더 된다는 보장도 없어서 두려웠다”면서, “오디션 보는 동안에는 어떤 생각도 들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던 것 같다. 오디션장에서 지금의 오스카를 만나서 1대1로 연기하고, 움직임도 같이 했는데 파트너를 믿으면서 최선을 다해 임했다”고 말했다.
또 권슬아는 공연이 취소되었을 당시보다 이번 시즌을 준비하는 동안 더욱 가슴앓이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5년 만에 다시 만난 ‘렛미인’은 5년 전 못한 게 아쉬울 정도로 아름다운 이야기라 좋았다”면서, “취소가 되었을 당시에는 모두가 혼란해서 엄청나게 힘든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번에 만난 ‘렛미인’이 너무 아름답고 좋은 이야기여서 그때가 다시 생각나면서 아쉬웠다. 더 열심히 한순간마다 소중하게 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백승연 역시 권슬아와 마찬가지로 2020년 시즌 오디션을 봤지만 최종 단계까지 가서 탈락했고, 5년이 지난 이번 시즌에 역할을 따내 데뷔 무대를 치르게 되었다.
그는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어떻게 일라이 역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인간적이지 않은 움직임을 보여주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인간과 마찬가지로 척추를 갖고 잇는 동물이 있는데 그들이 사냥감을 노릴 때의 움직임을 오디션 때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그게 잘 먹힌 것 같고, 좋게 봐 주신 것 같다”고 말해 웃어보였다.
또 백승연은 “16살 때 예술의 전당에서 ‘렛미인’을 봤었다. 그때 느꼈던 신선함과 충격이 인상적이었고, 나도 저런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컸다”면서 작품과의 남다른 인연을 밝히기도 했다.
“오디션에 떨어진 후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다음에 올라오면 무조건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오디션 공고를 확인하기 위해 신시컴퍼니 홈페이지를 정말 자주 들어갔다. 꿈만 같던 오디션을 간절한 마음으로 준비했고, 그 간절함이 어떻게 보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잘 봐주셨던 것 같아서 운이 좋게 된 것 같다. 그 때 우진이를 연기 파트너로 만났는데 반짝반짝 거리는 마음이 저와 시너지가 났었던 것 같다. 우진이와 무대에 설 수 있어서 감사하고, 좋은 선배 동료와 작업할 수 있어서 매일매일 꿈을 꾸는 것 같다.”
당시 오디션 현장에는 이 자리에 함께한 이 연출과 김 디렉터, 그리고 해외 협력 연출 루크 커너핸이 함께했다.
두 일라이의 첫인상에 대해 이 연출은 “일라이가 정말 어려운 게 몇백 년을 산 사람의 고요함, 고독을 보여줘야 하고, 아이의 모습이지만 슬픔도 있어야 한다. 또 신체를 너무 잘 써야한다. 두 분이 들어왔을 때 루크와 똑같이 ‘일라이가 들어왔다’고 말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김 디렉터는 “슬아 배우는 다시 봤을 때 혹시나 5년의 세월동안 몸이 흐트러지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고, 당연히 들어올 때부터 일라이가 다시 찾아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승연 배우는 열정과 의욕이 넘쳐서 오디션 현장을 보셨으면 깜짝 놀라실 거다. 열심히 오디션 임해주셔서 좋은 인상을 받았고, 훈련도 열심히 참여해 주셔서 좋은 공연이 올라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만족을 표했다.
두 사람이 맡은 일라이는 아름다운 소녀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동물적인 움직임과 어색하고 딱딱한 말투를 구사하는 캐릭터로, 인간도 동물도 아닌 무언가를 연기해야 한다.
권슬아 역시 이에 대해 “일라이라는 인물을 처음 만났을 때는 인간도 동물도 아니고, 너무 다른 세계에 있는 인물 같아서 조금 어렵고 낯설었다”면서 캐릭터를 해석한 방법을 설명했다.
“뱀파이어라는게 저희가 만들어낸 환상의 존재이지 않나. 그러다보니 유니콘처럼 고귀하게 여겨질 수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하찮게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에 되게 많은 것을 담아내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이유로 일라이가 어떨 땐 연민이 느껴지고, 사랑스럽기도 하다보니까 일라이와 제가 친해질 수 있었다. 이후에는 일라이도 마냥 멀리 떨어져 있는 인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너무 인간 같으면 안 되기 때문에 낯선 움직임과 말투를 많이 고민했고, 오스카와 일라이가 서로에게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을 많이 연구하면서 찾아나갔다.”
이어 백승연은 마찬가지로 “일라이 역은 사실상 초현실적인, 다른 세계에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시면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간의 말투와 언어를 학습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감정에 따른 인간들의 반응을 학습하는 생각의 흐름을 말투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말했다.
이러한 ‘일라이’와 엮이게 되는 인간 소년 ‘오스카’는 학교 폭력을 당하는 시달리는 인물로, 일라이와 핏빛 로맨스를 펼치게 된다.
이번 시즌 멤버 중 유일한 경력직으로, 310:1의 경쟁률을 뚫고 초연에 이어 약 10년 만에 ‘오스카’ 역을 맡은 안승균은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나이 들어 보이지 않는 것에 염두를 뒀다”고 농담하면서도 성장한 눈높이에서 바라본 오스카의 새로운 면모를 전했다.
“대본을 다시 들여다보니까 저도 10년의 시간이 흘러서 그런지 오스카가 새롭게 보이는 부분이 많았다. 10년 전 오스카는 사춘기 소년이었다. 화도 많고, 속상함도 많아서 좀 어두웠었다. 근데 지금 보면 오스카의 세상에 참 희망과 사랑이 많다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실망하고 상처 받아놓고서도 다시 기대하고 희망을 잃지 않는 그런 인물이라는 게 보였다. 일라이에 대한 사랑도 편견이 없는 느낌이다. 자신보다도 더 힘들어 보이는 불쌍한 아이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번 오스카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사랑스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있다.”
2017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으로 발탁해서 많은 사랑을 받은 천우진은 8년 만에 무대 위로 돌아와 성인 배우로서 처음으로 작품에 참여하게 되었다.
춤과 밀접하게 맞닿아있는 작품을 인생 첫 작품으로 소화한 그가 두 번째로 참여하는 이번 ‘렛미인’ 역시 독특하고 섬세한 움직임이 많은 작품이다. 이에 대해 그는 “‘렛미인’에서의 움직임은 인물들 간의 부재된 대화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동시에 배우와 무대를 연결시켜주는 도구”라면서 초점을 맞춘 부분에 대해 설명했다.
“‘빌리 엘리어트’를 통해 안무를 다루는 무대를 경험했었는데 그때는 장시간 고강도의 신체훈련으로 춤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더 섬세하고 절제된 움직임으로 서정적인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이 저의 도전 과제였다. 움직임은 속삭임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인상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는데, 저희가 속삭이는 몸짓들이 관객들에게 어떤 떨림과 울림을 줄지 궁금해가면서 하루하루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일라이’와 또 다른 모양의 로맨스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하칸’은 몇십년 전 ‘일라이’와 사랑에 빠졌었지만, 홀로 나이가 들어버린 인간이다.
권슬아와 마찬가지로 2020년 시즌에 합격했던 조정근은 맡은 역할에 대해 “절벽 끝에 선 채 한 발만 더 내딛으면 떨어질 수도 있는 순간에서 항상 고민하고 있는 완벽하게 슬픈 남자”라고 소개하며 캐릭터를 구축해나간 과정을 전했다.
“작품 속에서 보여지는 시간은 짧지만, 그 이면에 쌓여왔던 하칸 개인의 역사는 어땠을지에 대해 연습 때 공책에 끄적이면서 근거를 찾고 상상했다. ‘렛미인’은 결국 사랑이야기다. 오스카와 일라이가 딱 그 나이에 어울리는 알콩달콩한 사랑을 하지만, 하칸에게는 40년전에 그런 모습이 있었다. 10대부터 50대까지 사랑을 느꼈지만, 불행히 그 상대가 10대에 머물러 있었을 때 인물에게 오는 혼란과 자괴감 등 여러가지 감정을 대본에서 찾아냈다.”
같은 역을 맡은 지현준은 “‘렛미인’은 하면 할 수록 연극과 극장 안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세계를 많은 방면으로 여러분께 선물하는 좋은 작품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작품과 캐릭터가 지닌 본질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외로움에 관해 얘기하는 것 같다. 그 외로운 사람들의 마음에 있는 불씨 하나를 서로 알아봐 주는지, 그리고 그 불씨를 따뜻하게 해주는지 태워버리는지에 대한 문제인데 하칸은 기꺼이 타는 사람인 것 같다. 하칸은 외로움을 견디지만, 사랑을 하고 있고, 일라이와 함께한 60년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해 보고 있다. 하칸이 갖고 있는 순수함과 어리숙함, 그리고 오스카와 비슷한 아이 같은 모습이 보였으면 좋겠다는 점이 보였으면 좋겠다는 걸 중점으로 삼고 계속 해 보는 중이다.”
한편 ‘렛미인’은 오는 8월1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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