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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형 신종 마약 국내 반입하려던 일당 잡혔다

조선일보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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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형 신종 마약 국내 반입하려던 일당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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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8일 말레이시아 마약범죄수사부와 공조하여 신종마약을 국내에 대량 밀반입하려던 국제마약조직 총책 등 일당 4명을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 국제범죄정보센터(TCIC)가 말레이시아 마약 수사 당국과 공조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신종 합성 마약 카트리지 증거물. /국정원 제공.

국가정보원 국제범죄정보센터(TCIC)가 말레이시아 마약 수사 당국과 공조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신종 합성 마약 카트리지 증거물. /국정원 제공.


국정원 국제범죄정보센터(TCIC)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말레이 마약수사 당국과 공조해 50만명 동시 투약 분량의 합성 마약 카트리지를 압수하고 싱가포르 총책 등 4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싱가포르인 총책 아이번(31) 등 일당은 말레이시아 등에서 신종 마약 에토미데이트를 코카인과 혼합해 액상형 전자담배에 주입해 한국에 매달 2만개(200만명 동시 투약분)씩 밀반입·유통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국정원과 현지 수사 당국은 검거 과정에서 합성 마약 카트리지 4958개(9.42L)와 전자담배 포장용 종이박스 3000여 개를 압수했다. 이는 50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으로 시가로 따지면 23억원에 이른다.

국정원은 이들이 환각 효과의 중독성을 극대화하려고 에토미데이트에 코카인을 추가한 것으로 파악했다. 에토미데이트는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신마취제인데 프로포폴과 달리 마약류로 지정되어 있지 않다. 불법으로 제조된 에토미데이트는 성분과 함량이 불분명해 유아시 사망 등 인체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에 검거된 싱가포르 총책 아이번은 서울 강남에 헤드헌팅 법인을 설립하는 등 사업가로 위장하고 다녔다. 주로 싱가포르 유학 경험이 있는 한국인 학생들에게 접근해 에토미데이트를 ‘수사기관에 걸리지 않는 마약’으로 소개하며 은밀하게 국내 유통망 구축을 진행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태국과 홍콩 등이 에토미데이트 단속을 강화함에 따라 국제 마약 조직의 국내 진출 여부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2023년부터 한국 입국 빈도가 눈에 띄게 늘어난 아이번을 예의 주시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전자담배가 일상화된 우리나라에 에토미데이트 전자담배가 유입되면 국민 건강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보고 해외에서 선제적으로 차단키로 하고 국제범죄 담당 요원을 마약 중간 경유지인 말레이시아로 급파했다. 현지 수사 당국은 마약 조직원 신원과 범행 수법 등 국정원이 제공한 핵심 정보를 토대로 총책 등 조직원 4명을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국정원이 8일 공개한 텔레그램 마약채널에 올라온 홍보 게시물. /국정원 제공

국정원이 8일 공개한 텔레그램 마약채널에 올라온 홍보 게시물. /국정원 제공


국정원은 이날 텔레그램 마약 채널에 올라온 에토미데이트 홍보 게시물도 여러 건 공개했다. 만화 ‘아톰’을 배경으로 ‘한입하고 하늘 높이 날아가 보자’거나 ‘한 모금이면 우주로 가는 우주 오일’ 등이라고 적힌 포스터 등 주로 환각 효과를 부각한 내용들이었다. 또 “몸이 붕 뜨는 느낌과 함께 하이가 오기 시작한다”거나 “집으로 오는 길에 기절하듯이 하이를 즐겼다” 등 투약 유경험자의 자세한 복용 후기도 있었다.

국정원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신종 마약을 국내에 대량 밀반입하려던 국제 마약 카르텔을 해외에서 선제적으로 무력화한 최초 사례”라며 “국민 안전과 생명 보호를 위해 국제 범죄 조기 경보 활동을 빈틈없이 수행하겠다”고 했다.

앞서 유엔 마약범죄사무소는 지난 5월 인체에 치명적인 전자담배형 에토미데이트 합성마약이 동남아를 중심으로 확산 중이고, 케타민을 비롯한 다른 합성마약 성분이 혼합된 사례도 적발됐다며 위험을 경고했다.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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