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8월1일부터 한국산 제품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7일(현지시간) 통보했다. 이달 8일 종료될 예정이었던 상호관세 유예기간을 3주 남짓 연장하면서 이 기간에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지난 4월 부과했다가 유예한 25% 상호관세를 그대로 적용하겠다고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다만 협상 상황에 따라 추가 유예 가능성은 열어뒀다.
[워싱턴=AP/뉴시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7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브리핑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을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2025년 8월 1일부터 한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대해 기존의 부문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5.07.08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한 관세 서한. 수취인을 이재명 대통령으로, 상호관세율은 25%로 적시했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SNS. |
이날 서한 공개 과정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에게 보낸 서한과 이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을 나란히 관세 통보 첫 타자로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한 점이다. 외교통상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최대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무역전쟁 2막'의 본보기로 삼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행정명령을 통해 관세 유예기간을 공식 연장해 8월1일을 무역협상 합의를 위한 최종시한으로 제시하는 한편, 동맹국을 먼저 압박하는 방식으로 짧은 기간에 최대한 많은 국가를 상대로 협상 타결을 유도하려는 전략이라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관세전쟁을 시작했을 때도 북미 동맹국이자 이웃국가인 캐나다와 멕시코를 첫 대상으로 삼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까지 무역합의를 마친 국가는 영국과 베트남 2곳뿐이다.
관세 부과에 희토류를 무기로 강하게 반발한 잠재적 경쟁국 중국과 달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은 정치적 협상 부담이 적은 데다 대미 무역 흑자가 큰 국가라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와 관련, "(한국과 일본에 보낸 서한을 가장 먼저 공개한 것은) 대통령의 전권"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발표한 주요국 관세율 현황. /그래픽=김지영 |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과 일본에 이어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또다른 12개국에도 관세 서한을 보냈다고 공개했다. 라오스(48%→40%), 미얀마(44%→40%), 카자흐스탄(27%→25%)의 관세는 지난 4월 발표한 수준보다 낮춘 반면, 일본(24%→25%)과 말레이시아(24%→25%) 관세는 인상한 것을 두고 이번에도 기준이 모호한 주먹구구식 책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후속 발언에도 모호한 면이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협상 마감일(상호관세 부과일)이 확정된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확정된 거라고 말할 수 있지만 100% 확정은 아니다"라며 "만약 그들(상대국)이 '다른 방식으로 뭔가를 하고 싶다'고 얘기한다면 우리는 열려 있다"고 답했다. 협상 상황에 따라 추가 유예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자동차와 철강·알루미늄 등에 부과되는 품목별 관세와 상호관세를 합산 부과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확인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로이터는 백악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한국에 25% 상호관세가 부과되더라도 자동차 관세는 상호관세가 합산된 50%가 아니라 25%로 별개라는 점을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뉴스1 |
새 정부 출범으로 협상이 늦어진 우리 정부는 다음달 1일까지 남은 약 3주 동안 치열한 협상을 치를 각오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서한에서도 무역적자 감소와 미국 현지 생산투자를 통한 일자리 확대, 비관세 장벽 철폐라는 25% 관세 이면의 목표를 거듭 강조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외교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조속한 한미회담을 제안했고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공감을 표했다"고 밝혔다.
이날 관세 통보에서 제외된 유럽연합(EU)은 오는 9일까지 무역 합의 체결을 목표로 협상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질적인 돌파구가 마련됐는지는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서한 공개 이후 뉴욕증시는 S&P500지수가 0.8% 하락해 3주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등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유예기간 연장에도 불구하고 관세정책 불확실성이 되살아났다는 심리가 시장을 억눌렀다는 분석이다. 애넥스 자산운용의 브라이언 제이콥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서한의 문구는 '받아들이든지 말든지' 식의 일방적 압박처럼 보인다"며 "관세 이슈가 시장 동력을 꺼트렸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시장은 뉴욕증시와 달리 1%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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