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로스앤젤레스 맥아더 공원에 말을 탄 국경 순찰대와 연방요원들이 들이 닥쳤다./AP 연합뉴스 |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내 공원에서 군대를 동원한 이민 당국 요원이 불법 이민자 단속을 진행했다.
7일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캘리포니아주 방위군 90명이 이민 단속 요원 보호를 위해 배치됐다. 방위군 이외에도 다목적 군용 차량 17대, 전술 차량 4대, 구급차 2대 등도 투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캐런 배스 시장이 직접 공원에서 촬영된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를 보면, 무장한 방위군과 연방 요원 등이 대열을 맞춰 공원을 가로질렀다. 이들 중 일부는 말을 타고 공원에 진입하기도 했다. 공원에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무장한 군 병력이 공원을 휩쓸고 다니면서 공포 분위기가 연출됐다. 배스 시장은 “몇 분 전까지만 해도 20명 넘는 아이들이 놀고 있었는데 군대가 밀고 들어왔다”며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적었다.
배스 시장은 언론을 통해선 “오늘 공원에서 본 모습은 무장 점령 상태의 도시 같았다”며 “말을 탄 병력이 아이들이 노는 공원을 가로질러 행진하는 모습, 도대체 무엇을 찾으러 온 것인가”라고 했다.
7일 미 LA 시내 맥아더 공원에 나타난 주 방위군 병력. /AP 연합뉴스 |
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맥아더 공원에서 국경순찰대등 연방 요원들이 말을 타고 이민자 단속을 하고 있다./AP 연합뉴스 |
이민 당국 요원들과 주 방위군은 약 1시간가량 배치됐다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 당국이 현장에서 실제로 불법 이민자를 적발해 체포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AP는 “연방 당국은 왜 이 공원이 표적이 됐는지, 왜 작전이 갑작스레 종료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응답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큰 호수를 낀 이 공원은 19세기 말에 조성된 곳으로, 원래 ‘웨스트레이크 공원’으로 불리다가 1940년대에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이름을 따 맥아더 공원으로 명명됐다. 원형극장과 축구장, 놀이터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평소 사람들이 북적이는 공공 장소로, 특히 주변에 거주하는 멕시코·라틴계 이민자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이에 맥아더 공원을 지역구로 둔 시의원 유니세스 에르난데스는 “이 공원이 타깃이 된 건 그곳에 누가 사느냐, 무엇을 상징하느냐 때문”이라고 했다.
군대를 동원한 이민 당국 요원들이 공원을 가로지르는 모습. /캐런 배스 시장 X |
이번 단속이 ‘보여주기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미노동자조직 네트워크의 법률 책임자인 크리스 뉴먼은 최근 이민 단속 요원들이 인근의 홈디포 매장 앞의 불법 이민 노동자들을 다수 체포하면서 맥아더 공원 등 시내 중심가에 나오는 사람들의 수가 이미 다수 줄어든 상태라고 짚으며 “실제 단속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리얼리티 TV쇼처럼 보여주기용으로 공포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AP는 국방부 관계자 2명을 인용해 “이들은 이번 작전이 군사 작전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대규모 장비와 병력 배치로 인해 시민들이 군사 작전으로 인식할 수 있음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한 관계자는 “군인들의 주요 임무는 적대적 군중이 몰릴 경우 이민 단속 요원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이번 작전은 우리가 평소보다 더 공개적이고 대규모로 참여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편 LA에는 지난 6월 초 ICE의 본격적인 불법이민 단속 작전으로 이에 반발하는 도심 시위가 촉발된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주 방위군 4000명과 해병대 수백 명이 도시 내에 배치된 바 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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