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하나골드신탁’ 출시… 금융권 최초
금반지 두 개. 실물 금 제품은 오랜 기간 안전자산으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에는 신탁을 통해 보관과 함께 운용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집에 금반지, 목걸이 그대로 두고만 계셨나요? 이제 은행에 맡기면 보관도 해주고, 수익도 낼 수 있습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전국민이 자발적으로 금을 내놓으며 나라 빚 갚기에 나섰던 ‘금 모으기 운동’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시 약 351만 명이 참여해 모은 금은 무려 227톤. 이 운동은 ‘연대’와 ‘희생’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그로부터 25년. 이제 금을 그냥 보관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8일 하나은행은 금 실물을 보다 안전하게 보관하면서도 운용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금 실물 신탁’ 서비스를 선보였다.
국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금은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 이득을 본다”고 믿는 사람이 74%에 달한다. 실제 우리나라 국민이 보유한 순금(24K)은 약 800톤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대부분 집에 보관만 할 뿐,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는 막연하다.
하나은행은 이런 비활용 자산에 주목했다. ‘하나골드신탁’은 손님이 보유한 금을 은행에 맡기면, 금 거래 전문 기관과 협업해 금을 유통 시장에 공급하고 손님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구조다.
특히 8월 출시 예정인 ‘하나골드신탁(운용)’ 상품은, 금 실물을 일정 기간 맡기면 보관은 물론 운용 수익까지 챙긴 뒤, 만기에 금도 되돌려주는 방식이다. 단순한 처분이 아닌, 말 그대로 ‘금의 운용화’다.
현재 ‘하나골드신탁’ 서비스는 서초금융센터와 영업1부 등 두 곳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금을 들고 방문해 신탁 계약을 체결하면, 감정 결과를 모바일로 받아볼 수 있고 이를 보고 처분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처분을 선택할 경우, 하나은행이 협력사인 ‘한국금거래소디지털에셋’을 통해 공정한 가격으로 판매를 대행한다.
‘하나골드신탁’이 출시된 뒤 30~50대 직장인뿐 아니라 고령층과 고액자산가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시범 운영 중인 영업점에서는 하루 평균 상담만 30건이 넘는다.
금 실물을 집에 두면 보관 걱정, 분실 위험이 있지만, 하나은행에 맡기면 그런 부담 없이 은행이 대신 관리해주고, 금으로부터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하나은행 본사 전경. 하나은행 제공 |
하나은행 신탁부 관계자는 “이번 상품은 단순히 금을 맡아주는 서비스를 넘어, 금도 운용 가능한 자산이라는 인식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실물자산을 금융과 연결해 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반지 하나, 목걸이 몇 개쯤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언젠가 오르겠지’ 하며 금고나 서랍에 넣어둔다. 하지만 이제는 그 금이 ‘움직이는 자산’이 될 수 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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