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안철수 혁신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혁신위원장직을 사퇴하고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7.07 /남강호 기자 |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기로 했던 안철수 의원이 7일 혁신위원장에서 사퇴했다. 안 의원은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벽에 부딪혔다. 최소한 2명의 인적 청산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사퇴 이유를 밝혔다. 자신이 인적 청산을 요구한 인사들의 실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정치적 책임을 지는 자리에 계셨던 분들”이라고 말했다. 대선 때 국힘 지도부는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였다.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혁신의 시작은 인적 쇄신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혁신을 시작도 못 할 바에야 그만두겠다는 뜻이다. 안 의원은 자신이 직접 당 대표 선거에 나서겠다고 했다.
안철수 혁신위의 좌초는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국힘은 대선 패배라는 민심의 심판을 받고도 당 내부에서는 “졌지만 잘 싸웠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러더니 계엄과 탄핵의 책임을 져야 할 구주류(친윤계)의 지원을 받은 원내대표가 선출됐고 이들을 중심으로 또 비대위를 구성했다.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세력이 자신들이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해 다시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은 물러나면서 “당의 몰락을 가져온 기득권이 근본적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했는데, 혁신위 좌초를 통해 이 말이 사실로 증명됐다. 구주류들은 계엄을 비판하고 탄핵을 찬성했던 안 의원을 방패 삼아 다음 당권을 잡고 기득권을 유지하려 했다. 국힘의 주류가 교체되면 다음 총선에서 자신들이 공천을 받지 못할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국힘은 총선에서 연패했고 대선도 참패했다. 민주당이 없는 존재 취급할 정도로 국회 의석수도 107석에 불과하다. 정상적 정당이라면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해체에 준하는 수준으로 당을 변화시켜야 한다. 그런 변화에 성공해도 내년 지방선거와 총선 결과가 불투명할 정도로 국민의 불신까지 받고 있다. ‘반(反)이재명’ 외에는 아무런 희생과 비전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텃밭인 대구·경북의 지지율이 대선 때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힘 의원 대다수는 정치를 하는 목적이 개인의 영달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코 희생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을 계속 뽑아주는 유권자들이 변해야만 이들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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