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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실험] 하겐다즈 커팅식 케이크, 정말 30분 걸릴까? … 뜻밖의 반전 "폭염에 너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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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실험] 하겐다즈 커팅식 케이크, 정말 30분 걸릴까? … 뜻밖의 반전 "폭염에 너마저"

서울흐림 / 7.0 °
[김형호 기자]

불에 달군 중식도로 겨우 자를 수 있다는 전설의 케이크. 하겐다즈와 카카오가 협업한 아이스크림 케이크 '리얼블랑'은 '무쇠 케이크' 또는 '손목 브레이커'라고도 불린다. 그만큼 단단해서 자르기 힘들기로 유명하다.

이 불편함이 리얼블랑의 인기요인이다. 리얼블랑은 '나도' 경험하고 싶은 디토(ditto)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커팅식'이라는 밈까지 만들었다.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다. 출시 5년째인 올해 5월에 160만 개 판매를 돌파했고 인증 후기는 여전히 매일 올라오고 있다.

많은 이들이 "30분은 기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ER문화부가 직접 '리얼블랑' 커팅식을 시도했다. 예상을 뒤엎는 '반전의 반전'의 결과였다.

# 커팅 하나로 유행이 된 디저트

리얼블랑은 하겐다즈가 2021년에 카카오와 협업해 출시해 카카오 선물하기에서 단독으로 판매하는 제품이다.

가격은 32,900원으로, TOP5 아이스크림 케이크 평균(33,960원)보다 저렴한 편이다. 만족도는 92%. 자녀가 있는 친구들에게 선물하기에 적당하다.


리얼블랑은 2025년 7월 현재도 MD 추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케이크·디저트 부문 주간 TOP5에 이름을 올렸다(7월 7일 기준). 올해 5월까지 누적 판매량 160만 건을 돌파했다.

이처럼 리얼블랑이 스테디셀러가 된 배경에는 후기를 중심으로 형성된 '체험 문화'가 있다.

누적 후기 수는 21,300건. MD 추천 제품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많다. 그중 사진과 동영상 후기는 7,306건으로, 전체의 34%를 넘는다. 이 정도 인증 비율은 웬만한 맛집 수준이다.


결국 소비자가 리얼블랑을 구매한다는 건, '자르기 인증샷'을 찍기 위한 체험에 가깝다.



# "도대체 어떻게 자르라는 거죠?" 전설의 시작

리얼블랑이 본격적인 인터넷 밈으로 자리 잡은 계기는 2023년 4월 12일 올라온 한 후기였다.


"진짜 X 맛있어요. 근데 이거 어떻게 짤라요?? 불에 중식도 달궈서 짤라도 안 짤려요! 근데 맛있어요."라는 후기와 함께 실제로 중식도로 자르는 영상이 퍼지며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현재까지도 해당 후기는 공감 수 2,411개로 1위 후기로 남아 있다.

현재 후기 2위는 '1위 후기를 리뷰한 리뷰'였다. "직접 이 친구를 경험한 입장으로서, 부엌칼로 성인 남성 여럿이 힘을 모아 30분 정도 투자하면 반으로 갈라놓을 순 있습니다. 초 꽂을 땐 젓가락으로 구멍 먼저 내세요."라는 현실적인 조언은 소비자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리얼블랑은 디저트가 아닌 '콘텐츠'로 소비되기 시작했다. 유튜브 쇼츠, 틱톡 등 숏폼 영상 플랫폼을 중심으로 '커팅 도전기'가 확산됐다. "오늘도 커팅식 거행", "나만 못 자르는 줄 알았는데 다행", "나는 다를 줄 알았다" 등 놀이로 소비되기 시작했다. '맛만 보는 디저트'가 아닌 '잘라보는 디저트'가 되었다.


# '나도 해봤다' 디토 소비 트렌드

리얼블랑의 지속적인 인기를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는 바로 '디토(ditto) 소비'다.

디토는 우리말로 '상동', '이하 동문', 또는 '나도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디토는 1990년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데미 무어(몰리 역)가 "사랑해"라고 말할 때마다 패트릭 스웨이지(샘 역)가 대꾸한 대사로도 유명하다.

디토 소비는 종종 "유명인의 추천 상품을 따라 구매하는 소비"로 정의되지만, 이 설명은 본질을 빗나간다. 그건 기존 '내돈내산' 공동구매나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가까운 방식이다.

디토 소비란 누군가의 체험을 따라가며 '나도 해봤다'는 공감을 공유하는 참여형 소비 구조다. 유명인을 맹목적으로 따라 하는 수동적 소비가 아니라, 후기를 중심으로 검증하고, 그 검증을 다시 놀이처럼 소비하는 과정이다.

리얼블랑의 '커팅식 밈'은 이러한 디토 소비가 어떻게 체험형 놀이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소형 망치가 필요하다", "우리 집 칼 두 자루가 희생됐다"는 등의 후기는 단순한 평가를 넘어, 소비자의 이야기로 확장된 하나의 서사가 되었다.

# ER문화부가 직접 해봤다: 커팅식 실험 설계

ER문화부가 뒤늦게 '커팅식'에 도전한 것도 '디토 소비' 때문이다. 아이들이 유튜브 쇼츠를 보고서는 자기들도 해보고 싶다고 졸랐다.

기왕 하는 김에 비교 실험하기로 했다. 케이크 3개를 주문해, ① 냉동 상태 그대로 ② 실온에서 해동 후 ③ 불에 달군 칼로 각각 잘라보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추천하는 방법을 비교하기 위해서였다.

칼은 가정용 스테인리스 톱니 식도를 썼다.

실은, 중식도를 사려고 아이들과 고르고 있는데 아내가 반대했다. "한 번 하고 말 건데 중식도를 왜 사?"

# 케이크 도착 "너였구나?"

케이크 3개가 도착했다. 상자를 열고서야 알았다. 우리 가족은 이 케이크를 이미 선물로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자르느라 애를 먹었던 녀석이었다.

다만 그땐 이 케이크가 그렇게 유명한 제품이라는 걸 몰랐다. 자르기 힘들었다고 하면 선물을 보내준 사람이 민망할까 봐, 그냥 "맛있게 먹었다"라고만 전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우리가 큰 실례를 했다. '힘들게 자르는 맛'까지 포함된 선물이었다. 그런데 정작 그 마음을 끝내 알아채지 못하고, 진짜 감사 인사를 패스했던 셈이다.


# 실험 ① 순정 커팅식

냉동 상태 그대로 꺼내서 바로 잘랐다. 이를테면 '순정 커팅'이다.

그때 아내가 한마디 했다. "아니, 누가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바로 잘라 먹어? 해동해서 먹는 거지." 하긴, 생각해 보니 그렇긴 하다.

아이들이 나섰다. "엄마, 이 케이크는 안 잘리는 걸 보려고 자르는 거야."

아이들 성원에 힘입어, 첫 번째 실험이 시작됐다. 아이들이 서로 해보겠다고 해서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하고 한 번씩 칼을 댔다. 아내 말대로 '당연히' 단단했다.

자, 문제는 절반으로 가를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 것인가?

결과는 허무했다. 3분 48초. 톱질하듯 썰었더니 '전설의 케이크'는 쉽게 잘렸다. 처음부터 조짐이 있었다. 막내가 칼을 댔을 때부터 크림 부분에 칼집이 이미 났다.

허무한 결과였지만, 아이들은 정작 신났다. "전설을 깼다"며 기뻐했다.

# 실험 ② 실온 방치 커팅식

실온에 5분 동안 그냥 두었다. 본래 계획은 20분을 두려고 했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5분 지나니, 잘릴 거라는 느낌이 확 왔다.

반으로 잘리기까지 1분 23초. 총 6분 23초.

이 정도면 해동이라고 할 것도 없다. 마카롱을 상온에서 숙성시켜 먹는 정도만 기다리면, 초반에 고생할 필요도 없다. 아이들 힘으로도 충분히 가능했다.

# 실험 ③ 불에 달군 칼로 커팅식

아이들이 가장 기대한 방법이었다.

칼을 1분간 불에 달궜고, 자르는 데 3분 21초가 걸렸다. 총 4분 21초.

첫 번째 순정 커팅보다 오히려 시간이 더 걸렸다. 달군 칼로 자른 부분은 결이 무너진다. 게다가 칼의 온기가 금세 식었다.

# 실험 결과 : 순정 방법 추천



실험 결과, 가장 추천할 만한 방법은 첫 번째 방식, 즉 '냉동 상태 그대로 자르기'였다. 시간 차이도 크지 않고, 무엇보다 '자르는 재미'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다.

아이들이 직접 해보고 싶다면 두 번째 방법인 '실온 5분 방치 후 자르기'를 권한다. 순정 상태로 아이들이 칼로 자르기에는 여하튼 위험해서다.

세 번째 '칼을 달구는 방법'은 강력 비추다. 아내에게 칼을 버렸다며 혼났다.

그리고 비교 실험도 비추다. 어른들은 1인 1케이크하겠다고 샀지만, 1개만 먹어도 배불렀다. 결국, 나머지 2개는 다시 냉동실로 향했다. 왜 3개나 샀냐며 또 혼났다.

#결과 해석: 왜 30분 컷이 아니라 3분 컷일까?

소문과 달리 왜 3분 만에 잘리는 걸까?

처음에는 톱니 형태 칼날 때문인가 추정했다. 그런데 유튜브 쇼츠를 찾아보니 큰 차이가 없었다.

비밀은 연일 지속되는 '폭염'으로 추정된다. 에어컨을 꺼둔 상태에서 실내 온도 29도였다. 한 줄로 요약하면, "리얼블랑, 폭염에 너마저!"였다.

이 사실이 아이들과 아빠에게는 '유레카!'였는데, 엄마는 "그걸 해봐야 아냐"며 아빠를 놀렸다. 유레카!

# 실험 후 의외의 발견: '슬라이스'의 매력

실험 후에 체감한 리얼블랑의 진짜 매력은 따로 있었다. 자르고 나서도 금세 녹지 않았다. 실온 29도에서 케이크를 다 먹을 때까지 형태가 어느 정도 유지됐다.

리얼블랑은 우유크림, 벨기에 초콜릿,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층을 이룬다. 수분 함량이 낮고 밀도가 높아 단단한 질감을 형성했다. 치즈처럼 슬라이스해서 썰어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한입에 쏙 들어가서 '퍼먹는 것'보다 훨씬 많이, 깔끔하게 먹혔다.

물론 어디까지나 어른들 기준이다. 아이들은 '퍼먹어야 제맛'이라며 그대로 퍼먹었다. 그러면 도대체 왜 반으로 자르자고 한 거니? 돌아오는 답 "아빠, T야?"

# 리얼블랑 커팅식, 폭염이라 지금이 기회다

하겐다즈 리얼블랑은 '자르기 어려운 아이스크림 케이크'라는 정체성으로 사랑받아 온 제품이다. 반대로 자르기 어렵다고 하니 누군가에게는 '망설여지는 아이스크림 케이크'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폭염이 이어지는 시기에는 그 '어려움'이 사라진다. 망설였다면 지금 폭염의 시기야말로 경험해 볼만하다.

웃으며 자르고, 웃으며 먹는 체험형 케이크. 이 디저트의 진짜 매력은, '고생'과 '공감' 사이에 있다. 누군가의 리뷰로 웃고, 내 이야기로 남기는 즐거움. 그 모든 게 가능한 케이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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