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내가 직접 당대표 돼 칼 들겠다”

쇄신안 수차례 제안, 비대위는 거절
‘安의 메스' 쓰기도 전에 혁신위 좌초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에서 사퇴하고, 당대표 선거에 도전하겠다”고 7일 밝혔다. 지난 2일 “사망직전 코마(Coma·의식불명)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낼 것”이라면서 혁신위원장을 수락한 지 닷새만이다. 안 의원은 당내 인적청산과 혁신위원 인선 문제로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합의되지 않은 날치기 혁신위를 거부한다”면서 “저는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 국민의힘 혁신 당대표가 되기 위해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안 의원은 “저는 당을 위한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위원장 제의를 수락했지만,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며 “최소한의 인적 청산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비대위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했다.

당초 안 의원은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중심의 혁신위 구성과 12·3 계엄부터 대선패배에 이르기까지 책임있는 인사들에 대한 인적청산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송언석 비대위’와 이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날 안 의원은 “최소한 2명에 대한 인적청산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안 의원이 요구한 인적 청산은 탈당에 준하는 조치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안철수 혁신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혁신위원장직을 사퇴하고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이와 관련 안 의원은 “(혁신의)핵심은 인적 쇄신”이라면서 “지난 주말(송 비대위원장과 만나) 2명에 대한 인적 쇄신안을 여러번 제안했지만 결국 ‘받지 않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그렇다면 혁신위를 할 이유가 없다”며 “제가 혁신에 실패한다면 우리 당에는 더 큰 해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인적청산 대상으로 지목한 2명의 실명(實名)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일종의 정치적 책임을 지는 자리에 계셨던 분들”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지난 5월 후보 교체 파동 당시 기자회견에서 “당 지도부의 만행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다를 바 없다”며 당 지도부 사퇴를 촉구했다. 당시 당지도부는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등이었다.

지난 2일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국민의힘은 악성 종양이 뼈와 골수까지 전이된 말기 환자의 모습”이라며 “집도(執刀)가 필요한데도, 여전히 자연 치유를 믿고 있다”고 했었다. 이로부터 닷새만인 이날 안 의원은 “혁신은 인적 쇄신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당원과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며 “그러나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의 수술 동의서에 끝까지 서명하지 않는 안일한 사람들을 지켜보며, 참담함을 넘어 깊은 자괴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메스가 아니라 직접 칼을 들겠다”며 “당대표가 되어 단호하고도 강력한 혁신을 직접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안 의원은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완전히 절연하고, 비상식과 불공정의 시대를 끝내겠다”며 “중도층, 수도권, 청년을 담기 위해서 윤석열 정부에서 바꿔버린 당헌·당규들을 복구시킴은 물론이며 정당을 시대에 맞게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도려낼 것은 도려내고, 잘라낼 것은 과감히 잘라내겠다”며 “우리 당을 반드시 살려내고, 이재명 정부의 폭주를 막아, 내년 지방선거를 잘 치르고 다음 총선의 교두보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며 “ 말뿐인 혁신, 쇼에 불과한 혁신, 들러리 혁신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고 했다. 또 “진짜 혁신, 살아있는 혁신, 직접 행동하는 혁신 당대표가 되겠다”고 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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