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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 전권 받은 위성락, 관세·국방비 인상 ‘원스톱 담판’

조선일보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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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 전권 받은 위성락, 관세·국방비 인상 ‘원스톱 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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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美국무 방한 취소 직후 급파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위성락 실장은 미국 측 인사들과 관세 등 현안 관련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뉴스1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위성락 실장은 미국 측 인사들과 관세 등 현안 관련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방한이 지난 3일 취소된 직후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미국에 급파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6일 알려졌다. 당초 정부는 루비오 장관이 이달 8일 방한하면 한미 간 현안들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미국과 이스라엘 정상회담 일정에 밀렸다. 이번에 양국은 관세 협상, 방위비 분담금, 한미 정상회담 일정 조율, 주한 미군 역할 재조정 등 민감한 현안들을 한꺼번에 협상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위 실장의 ‘카운터파트’는 루비오 장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 협상의 실무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맡고, 위 실장은 루비오 장관을 상대로 통상·안보를 포괄하는 대미 협상을 벌인다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조선 협력, 한국의 알래스카 투자와 LNG 수입 확대, 주한 미군 등 한미 간 현안을 아우르는 ‘원 스톱 쇼핑’ 거래를 원한다”면서 “위 실장은 사실상 이 대통령에게서 전권을 부여받고 담판 협상을 벌일 것”이라고 전했다. 위 실장도 6일 출국 직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미 간) 협의 국면이 중요한 상황으로 들어가고 있다”며 “제 차원에서 관여를 늘리기 위해 방미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인성

그래픽=양인성


안보 분야의 첨예한 현안은 국방비 증액 문제다. 미국은 동맹국들에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까지 올리라고 요구해 왔다. 나토는 최근 이에 호응하는 입장을 밝혔다. 2032년까지 직접 군사비로 GDP의 3.5%를 지출하고 1.5%는 안보 관련 분야에 추가로 지출해 5%를 맞추겠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국방비는 GDP의 2.3% 수준인 61조원이며, 주한 미군 주둔 비용으로 1조4000억원을 분담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위 실장이 한국 국방비를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큰 틀의 협상안을 제시할 것”이라며 “조선 협력, 알래스카 투자, 방산 협력 등도 국방비 인상안과 연계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주한 미군의 역할 재조정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했다. 재비어 브런슨 주한 미군 사령관은 최근 이른바 ‘인계철선(引繼鐵線·Tripwire)’이라는 주한 미군의 대북(對北) 억제 역할을 “‘중국 앞 항공모함’이라는 미 인도·태평양 전략의 대중(對中) 견제로 확장해야 한다”고 공개 발언했다. 미 언론 등 외신에서는 ‘미 국방부가 주한 미군 1개 여단급 병력을 괌 등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이전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기 때 이미 주한 미군 철수 및 감축안을 검토했던 만큼, 이번에도 주한 미군 감축안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은 “주한 미군 역할 재조정 또는 감축안은 국방비 인상 및 주한 미군 방위비 인상 협상과 연동해 한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 미군뿐 아니라 한미 연합 훈련의 성격, 전시작전권 이양 등을 한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위성락 실장의 또 다른 과제는 한미 정상회담을 늦지 않게 성사시키는 것이다. 한국 외교의 중추가 한미 동맹인 만큼, 역대 정부는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관계가 공고하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확인시킨 뒤 다른 외교를 펼쳐 나갔다. 이재명 정부 대통령실 역시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을 추진했지만, 당시 이스라엘·이란 전쟁 등 중동 사태가 터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급거 귀국하는 바람에 불발됐다.


정부는 이 대통령 방미와 한미 정상회담을 이달 말 또는 8월 초를 목표로 추진해 왔지만 여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8월 초 이후로 늦어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 관계의 ‘이상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방미한 위 실장으로선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과의 협상으로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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