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된 안철수 의원이 2일 오후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만나기 위해 국회 본청 원내 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 ‘안철수 혁신위’가 오늘 출범한다. 안 위원장은 지난 탄핵 정국에서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했다. 중도 노선을 주장하며 구주류 친윤과 대척점에 섰다. 지금 국힘의 난맥상이 구주류의 전횡에서 비롯된 측면이 큰 만큼 안 위원장이 당 혁신의 책임을 맡은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안 위원장은 국힘을 “사망 직전 코마(의식불명) 상태”라며 ‘정상 정당’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의 말처럼 지금 국힘은 상식을 벗어난 집단으로 국민 인식 속에 각인돼 있다. 지난 정부를 거치며 ‘윤석열 사당(私黨)’처럼 돼버렸다. 대통령은 당대표가 맘에 들지 않으면 임기 전에도 교체했고, 대통령에 기대 당권을 장악한 구주류는 대통령 부부의 독주에 눈감았다. 계엄 해제에 불참하고 탄핵에 반대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자 후보 교체 파문까지 일으켰다.
그러다 보니 8번째 비대위에 혁신위만 3번째다.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면 해체 수준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당 주류부터 교체해야 한다. 2차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인요한 의원은 “영남 기득권 세력은 의원 배지를 국가와 당, 생명보다 더 귀하게 여긴다”고 했다. 의원 자리에만 매달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국민 지지를 받겠는가.
당의 체질도 수도권, 청년이 지지할 수 있는 정당으로 바꿔야 한다. 국힘 의석 107석의 절반 이상이 영남에 편중돼 있다. 수도권은 19석에 불과하다. 대구·경북 지역 지지율조차 30%대로 떨어졌고, 심지어 민주당에 뒤진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영남당’도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인물, 정책을 모두 재정비해 당의 외연을 넓힐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혁신위의 활동 시한은 길어야 2개월 남짓이다. 혁신안은 비대위 추인을 받아야 하는데, 비대위는 여전히 영남 구주류 중심이다. 이들은 벌써 혁신에 저항한다. 안 위원장이 추진하는 대선 백서를 두고 “만들어봤자 누가 보느냐”고 하고 있다.
안 위원장은 “이번이 (당 쇄신의)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혁신이 성공하려면 안 위원장부터 사심을 버려야 한다. 차기 당대표나 대선 후보 등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염두에 두면 실패하기 쉽다. 오로지 당과 나라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일해야 한다. 그래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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