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2년 8개월 만의 신곡을 발표한 ‘블랙핑크’ 멤버 리사(왼쪽부터), 지수, 로제, 제니. 이틀 동안 7만8000명이 몰린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블랙핑크는 로스앤젤레스, 뉴욕, 파리, 런던 등 세계 16개 도시를 도는 월드투어를 시작한다./YG엔터 |
“블랙 핑크 인 유어 에리어, 뛰어!”
6일 오후 경기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 2022년 타임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걸그룹’이라고 불렀던 블랙핑크의 귀환에는 긴 말이 필요 없었다. 리프트를 타고 강렬한 폭죽과 함께 무대에 등장한 블랙핑크는 우레와 같은 함성 속에 노래를 부르며 팬들이 그토록 기다려왔던 멤버 4명의 ‘완전체’ 퍼포먼스를 펼쳐 보였다. 객석에는 블링크(Blink·블랙핑크 팬덤명)들이 흔드는 뿅망치 모양의 응원봉, 일명 ‘뿅봉’의 핑크빛 파도가 번졌다. 공연 막바지 신곡 ‘뛰어’를 부를 때는 가사 속 ‘블랙핑크가 왔다(Blackpink in your area)’ 한 마디에 장내 열기가 한껏 달궈져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블랙핑크는 지난 5·6일 이틀 동안 관객 약 7만8000명이 몰린 가운데 공연을 펼쳤다. 2년 8개월 만의 신곡 ‘뛰어’ 발표식을 겸한 행사. 2022년 정규 2집 ‘본 핑크’ 후 처음 발매하는 그룹 활동곡인 ‘뛰어’는 걸스 힙합풍 노래에 강렬한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팝을 결합한 곡으로 정식 음원 발매일은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5·6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2년 8개월 만의 신곡을 발표한 ‘블랙핑크’ . 이틀 동안 7만8000명(단일 3만9000명)이 몰린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블랙핑크는 로스앤젤레스, 뉴욕, 파리, 런던 등 세계 16개 도시를 도는 월드투어를 시작한다./YG엔터 |
이날 공연은 블랙핑크가 소속사 YG와 전속 활동 재계약을 체결한 뒤 연 첫 월드투어 ‘데드라인’(DEADLINE)의 출발점이었다. 2023년 12월 YG와 블랙핑크는 팀 활동 재계약 사실을 알렸지만 멤버 개인 전속 활동 계약은 불발됐고, 이후 멤버들은 각자의 소속사를 구해 개인 활동에 돌입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완전체 신곡 활동이 어려울 거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이날 복귀를 통해 이런 우려가 쓸데없는 것이었음을 확인시켜줬다. 4명의 멤버가 목소리를 모아 “안녕하세요, 블랙핑크입니다”란 단체 인사를 할 때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공연 선곡에는 그동안의 ‘따로 또 같이’ 활동의 성과들이 묻어났다. 우선 다 함께 부르는 그룹곡 ‘Kill This Love’로 공연의 포문을 열었고, 2시간 15분간 그룹의 기록적인 히트곡과 솔로곡을 고루 섞은 27곡을 쏟아냈다. 블랙핑크에 2018년 첫 빌보드 메인 송 차트 핫100 진입 기록을 안겨준 ‘뚜두뚜두’(55위), 2016년 데뷔곡인 ‘휘파람’과 ‘붐바야’, K팝 걸그룹 최초의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 1위곡 ‘Pink Venom’ 등이 강렬한 베이스 드럼을 앞세운 밴드 연주에 맞춰 이어졌다.
5·6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2년 8개월 만의 신곡을 발표한 ‘블랙핑크’ . 이틀 동안 7만8000명이 몰린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블랙핑크는 로스앤젤레스, 뉴욕, 파리, 런던 등 세계 16개 도시를 도는 월드투어를 시작한다./YG엔터 |
지수의 ‘earthquake’(빌보드 글로벌200 47위), 리사의 ‘Rockstar’(핫100 70위), 제니의 ‘like JENNIE’(핫100 96위) 등 솔로 무대에선 2년 전보다 훌쩍 성장한 라이브 실력이 돋보였다. 반주가 꼬이는 등 자잘한 음향 실수와 영상 연출이 1분 이상 길어져 라이브 흐름을 자주 끊은 건 아쉬웠지만, 객석의 흥은 전혀 깨어지지 않았다. 작년 10월 로제가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세계 양대 차트(미국 핫100 3위, 영국 오피셜 톱100 2위)를 석권했던 협업곡 ‘APT.’의 전주가 흘러나오자 순식간에 ‘아파트, 아파트~’가 터지며 장내는 거대한 떼창 노래방으로 변했다.
관객은 여성(61.6%)과 20·30대(71.5%)가 많았고, 전광판만 보이는 이른바 시야 제한석(9만9000원)까지 매진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세계 각국에서 투어 공연 티켓이 품귀 현상을 겪으면서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 안내소와 암표 근절 캠페인 현수막까지 등장했다. 홍콩에선 550만 홍콩달러(한화 약 9억5500만원) 규모의 대형 암표 사기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블랙핑크는 이날 공연을 시작으로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토론토, 뉴욕, 파리, 밀라노, 바르셀로나, 런던, 가오슝, 방콕, 자카르타, 불라칸, 싱가포르, 도쿄, 홍콩 등 총 16개 도시·31회 차 공연을 이어간다.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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