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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곳 日 유후인 '라쿠유(樂涌)'에서 고요한 '힐링'

매일경제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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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곳 日 유후인 '라쿠유(樂涌)'에서 고요한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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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산책로 사이에 오밀조밀 놓여 있는 객실.

조용한 산책로 사이에 오밀조밀 놓여 있는 객실.


일본에는 2만7000여 개에 달하는 온천이 있다. 사실상 일본 전역이 온천 지대라는 얘기다.

이 가운에 일본 규슈 오이타현의 유후인(湯布院)은 인근 벳푸와 함께 규슈를 대표하는 온천 관광지로 꼽힌다. 벳푸의 온천이 떠들썩한 분위기라면 유후인의 매력은 정적과 여유가 꼽힌다.

유후인의 매력을 알려면 아침 안개 풍경을 꼭 봐야 한다. 긴린코(金鱗湖) 호수에서 뿜어나오는 안개가 해발 1580m의 유후다케(由布岳)산을 감싸는 모습이 장관이다. 약간 높은 곳에서 보면 안개 사이로 일본 전통 가옥과 료칸(여관)이 오래된 그림책 속 한 장면처럼 다가온다.

안개를 찬찬히 바라볼 수 있는 유후다케산 능선에 자리 잡은 곳이 온천 료칸 '유후인 라쿠유(湯布院 樂涌)'다. 떠들썩한 유후인역 인근 관광지에서 벗어나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유후인 라쿠유는 이름 그대로 '편안한 온천의 즐거움'을 전하는 공간이다. 겉보기에는 소박한 일본식 료칸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곳곳에 담긴 '오모테나시(일본 손님을 환대하는 문화)'를 느낄 수 있다. 내부는 10개의 독립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10개의 별채가 조용한 산책로를 따라 오밀조밀 모여 있다. 다른 손님 신경 쓰지 않고 독립적인 숙박을 할 수 있다.

모든 객실에 노천탕이 있고 소박하지만 일본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정원도 갖춰져 있다. 소위 말하는 '풀빌라'를 온천으로 즐길 수 있는 셈이다.


객실은 전통 다다미방 구조가 기본이다. 여기에 지난해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끝마치면서 현대적인 요소가 가미됐다. 창을 넓게 만들어 객실 내부에서도 유후인의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했고, 테라스에는 아담한 정원과 노천탕이 설치됐다. 마치 일본의 자연 속에 파묻혀 온천을 즐기는 호사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객실 크기도 2명이 묶을 수 있는 곳부터 두 가족이 머물 수 있는 곳까지 다양하다. 별채 입구는 일본 전통 가옥과 동일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내부는 현대적인 느낌이라 더욱 이색적이다.

노천탕은 사계절 모두 독특한 감성을 준다. 봄과 가을에는 상쾌한 날씨 속에서 따뜻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특히 가을에는 단풍이 유명한 유후다케산의 경치를 즐기는 보너스도 숨겨져 있다.


겨울에는 노천탕의 진가가 발휘된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가운데 흩날리는 눈발을 보면서 긴장을 녹이는 온천욕이 가능하다. 머리는 차갑지만 몸이 따뜻한 온천욕을 일본인들은 최고로 여긴다.

이곳서 숙박을 하면 당일 저녁과 이튿날 아침이 제공된다. 식사는 프런트가 있는 공간인 다이닝룸에서 제공된다. 저녁 식사는 일본식 코스요리인 '가이세키' 형태다. 식사의 핵심은 유후인 인근에서 자란 제철 식재료를 중심으로 요리가 차려진다는 것이다.

계절마다 메뉴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회와 생선구이, 고기 요리 등이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식사에 관해서는 최고의 재료로 최고의 맛을 내는 것이 이곳의 가장 큰 원칙이다.


식사에 곁들일 수 있는 술과 음료도 종류가 다양하다. 특히 '3M'으로 불리며 일본 3대 고구마 소주로 통하는 인근 가고시마현의 마오, 모리이조, 무라오도 즐길 수 있다.

아침 식사는 담백하게 구성해 도시락 형태로 제공된다. 밥과 된장국, 절임채소 등이 기본이고 여기에 생선구이나 고기 종류가 얹힌다.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하루를 든든하게 시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음식으로 구성됐다.

'유후인 라쿠유'는 유후인역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있다. 도보로 이동은 어렵지만 택시나 렌터카를 이용하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료칸에 미리 도착시간을 알려주면 무료 픽업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이곳은 지난해 4월 보수 공사를 마치고 새롭게 문을 열었다. 한국인 관광객을 배려해 한국인 스태프도 여기에서 일하고 있다. 처음 료칸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당황할 수 있는 부분도 한국어로 상세히 설명을 듣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 유후인 라쿠유에는 독립된 형태의 별채 10채가 운영 중이다. 2~3년 이내에 바로 윗부분에 새롭게 12채의 별채가 들어설 예정이다. 인근에 지어지는 호시노 리조트나 하얏트호텔의 료칸 브랜드 아토나(ATONA)에 버금갈 정도로 럭셔리 료칸이 콘셉트다.

한국에서 유후인을 방문할 때 가장 손쉬운 방법은 후쿠오카 공항을 이용하는 것이다. 후쿠오카역에서 출발하는 관광열차인 '유후인노모리(ゆふいんの森)'를 타면 약 2시간 20분 뒤에 유후인역에 도착할 수 있다. 창 밖으로 펼쳐지는 일본의 자연을 느끼면서 이동하는 것도 일본 여행에서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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