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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건 정보공개 청구하고 “청구 내역도 알려달라”… 법원 “공개해야”

조선일보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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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건 정보공개 청구하고 “청구 내역도 알려달라”… 법원 “공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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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서울가정법원 건물에 붙어있는 대한민국법원 상징 로고. /뉴스1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서울가정법원 건물에 붙어있는 대한민국법원 상징 로고. /뉴스1


민원인이 공무원 근무 시간과 징계 이력 등 수백 건의 무더기 정보공개 청구를 한 뒤에 자신이 청구한 내역을 정리해 알려달라며 또 정보공개 청구를 한 경우에도 공공기관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답변해줘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김준영)는 A씨가 국민권익위원회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넣었다가 답변을 받지 못하자 2022~2023년 수백 건의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자신의 민원 처리와 관련한 심의결과서, 조사관 배정 시간, 결재 시간, 결재 근거 규정 등 모든 세부 정보를 요구했다. 또 담당 공무원들의 근무 시간과 통화 내역, 출장 내역, 징계 기록까지 공개하라고 했다.

이 같은 반복적인 정보공개 청구에 이어 A씨는 작년 2월 자신이 2년간 신청한 정보공개 청구의 접수일자와 접수번호, 기안·결재 시간을 알려달라는 내용의 정보공개 청구를 넣었다.

권익위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이틀 만에 별도 회신 없이 종결 처리했다. 부패방지권익위법과 내부 민원처리지침 등에 따라 ‘질의성 유사 반복 민원’은 별도 회신 없이 종결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자 A씨는 “비공개 결정을 하면서 근거와 이유를 명시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민원이 아니라 정보공개 청구이기 때문에 권익위법이 아니라 정보공개법을 따라야 하고, 이에 따르면 종결 처리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공무원들에게 수십 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하다가 연락이 되지 않자 해당 공무원의 근무 내역이나 징계 기록에 관한 정보공개 청구를 하고 있어서 공무원들이 심리적 압박이나 불편을 느꼈을 수는 있다고 보인다”면서도, 단지 권익위 공무원을 괴롭힐 목적으로만 정보공개 청구를 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는 자신의 정보 공개 청구가 적정하게 처리됐는지 확인하고자 할 수 있다”며 “권익위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의문 사항을 해소시켜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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