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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 헌터스', 영어로 알리는 한국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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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 헌터스', 영어로 알리는 한국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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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 헌터스', 넷플릭스 영화 부문 글로벌 시청 1위
앞서 사랑받은 '엑스오, 키티'
"시장 변했다"… 한국도 다른 문화 조명하려는 노력 필요


K팝을 소재로 하는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를 무대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한 미국 작품이지만 음식부터 언어, 장소까지 한국에 대한 다양한 요소를 담았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컷

K팝을 소재로 하는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를 무대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한 미국 작품이지만 음식부터 언어, 장소까지 한국에 대한 다양한 요소를 담았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컷


K팝을 소재로 하는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를 무대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한 미국 작품이지만 음식부터 언어, 장소까지 한국에 대한 다양한 요소를 담았다. 한국 문화가 영어로 만들어진 다른 나라 영화를 통해 세계에 알려지고 있는 셈이다.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슈퍼스타인 루미 미라 조이가 화려한 무대 뒤 세상을 지키는 숨은 영웅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세 사람이 소속된 그룹인 헌트릭스는 빌런인 사자보이즈와 대립한다. 그 과정에서 인물들의 신뢰와 우정, 성장이 그려진다. 아름다운 노래, 화려한 액션은 작품에 매력을 더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넷플릭스 영화 부문 글로벌 시청 1위를 기록했다. 넷플릭스 측 관계자는 본지에 "한국 전통 문화의 요소들과 K팝의 트렌디한 요소들이 잘 어우러진 웰메이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전 세계적 인기는 '훌륭한 이야기는 언어, 문화, 포맷을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좋은 예라고 본다"고 전했다.

사랑받는 한국 문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슈퍼스타인 루미 미라 조이가 화려한 무대 뒤 세상을 지키는 숨은 영웅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컷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슈퍼스타인 루미 미라 조이가 화려한 무대 뒤 세상을 지키는 숨은 영웅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컷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문화를 충실하게 반영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작품 속 팬들은 스타의 이름이 쓰여 있는 슬로건을 들고 환호했고, 챌린지 영상 만들기에 참여했다. 아이돌은 팬들을 아끼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 세계의 K팝 팬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요소들이었다. K팝 외에도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이 반영됐다. 김밥, 갓, 한복 등이 나왔고 노래 가사에는 한글이 담겨 있었다. 헌트릭스는 사자보이즈를 가리켜 한국어로 "후배"라고 표현했다. '대세 목욕탕' 등 한글로 된 간판도 볼 수 있었다.

K팝 이야기와 한국 문화 요소를 충실하게 반영했다는 점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 요소가 됐다. 매기 강 감독은 "요즘 K-팝이나 K-뷰티처럼, 뭐든 K가 앞에 들어가면 미국인들은 열광한다. 이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문화가 정말 훌륭해졌고, 이제는 전 세계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문화구나'라는 것을 느껴서 이런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으로 내한한 배우 스칼렛 요한슨 조차도 한국 문화에 푹 빠진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그는 최근 진행된 내한 기자간담회 당시 "아침에 명동에 가서 메이크업 제품을 많이 샀다. 아침 식사로는 7가지 김치를 먹었다"고 밝혔다.

물론 이전에도 한국의 문화를 담은 K콘텐츠가 세계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그럼에도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한국의 매력을 영어로 알렸기 때문이다. 매기 강 감독은 "온전히 한국적인 영화가 미국 회사에 의해서 제작이 된다는 사실은 한국 문화가 가진 강력한 힘을 나타내주는 증거와도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 문화가 얼마나 많이 발전해 왔는지, 한국이 문화적으로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여긴다"고 전했다.


한국 문화가 콘텐츠 업계에서 좋은 소재가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2023년에는 키티가 한국 국제학교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담아낸 넷플릭스 시리즈 '엑스오, 키티'가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영어) 부문 2위를 달성한 바 있다. 이 드라마 역시 미국 작품이었으나 한국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고, 한국어가 등장했으며 한복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엑스오, 키티'와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상황 속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 콘텐츠 업계의 관심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관심의 유지를 위해서는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호기심을 해결해 줄 수 있으면서 질도 높은 작품이 꾸준히 등장해야 한다.

한국 콘텐츠 업계에도 필요한 변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은 한국 콘텐츠 업계에도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는 사실까지 알려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장이 바뀌었다. 해외 자본이 힙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문화를 소재로 작품을 만든 후 전 세계에 릴리즈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도 태국 인도 등 해외의 문화를 잘 고증해 세계적인 작품으로 만들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라고 새로운 가능성을 엿봤다.

앞서 '쿵푸팬더'는 미국 애니메이션지만 동양적 색채를 섬세하게 담아내며 인기 시리즈 작품이 됐다. 국내에서도 '쿵푸팬더'나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같은 이색적인 도전이 필요해 보인다. 2014년 공개된 네이버 웹툰 '시타를 위하여'는 네팔의 살아 있는 신 '쿠마리'의 이야기를 다루며 주목받은 바 있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매력적으로 조명하려는 노력이 국내 콘텐츠 업계에서 활발하게 이뤄진다면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마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