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갈 출신 파코, “에펠탑보다 더한 명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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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에펠탑 촬영 명소인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능숙한 한국어로 영업하는 세네갈인 파코./KBS |
중년 여성에겐 “어머님!” 남성에겐 “형님!”이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 촬영 명소인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능숙한 억양의 한국어로 기념품 영업을 하는 흑인 남성. 한국 관광객들은 이른바 ‘한국어 패치(외국인이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모습)’가 완료된 이 남성의 모습에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자신도 모르게 다가가고 있다.
“다른 나라 사람은 15유로인데 한국 사람은 10유로(약 1만6000원).” “나도 한국 사람이야.”라며 곁에 바짝 붙더니 대형 에펠탑 모형을 쓱 내민다. 작은 열쇠고리 몇 개를 더 건네주며 “써어비스~”라고 외치고, “좀 깎아달라”는 사람에겐 “에이~ 미안해~” “아이, 어머님” 하며 어깨를 툭 친다.
뉘앙스와 표정까지 한국어 원어민에 가깝다. 한 관광객이 농담조로 “10개에 10유로인데 왜 1개에 10유로냐. 바가지”라고 하자 “봉다리 줄게, 봉다리, 이거 5유로짜리야”라고 능청스럽게 대꾸하고, “아냐, 냉장고 자석 하나 더 줘”라는 흥정엔 못 이기겠다는 듯 “아이~” 하더니 꾸러미를 주섬주섬 뒤지기 시작한다. 영락없는 한국의 재래 시장 상인이다.
20~30대로 보이는 이 남성은 세네갈 출신으로 알려졌다. 이름은 ‘파코’. 한국인 관광 유튜버 사이에서 최근 수 개월 간 ‘에펠탑 파코’는 에펠탑보다 더한 명물이 됐다. 에펠탑이 아니라 ‘에펠탑 파코’를 주제로 한 동영상이 수십 개 쏟아질 정도다. 얼핏 들으면 영남·충청 지역 사투리가 섞인 한국어를 구사하는 파코는 한국에 단 한 번도 와보지 않고 한국어를 배웠다고 복수의 유튜브 인터뷰에서 밝혔다.
파코는 “한국어 가이드들과 친한데 그들과 어울리다 보니 한국어를 배우게 됐다”며 “사투리를 쓰는 한국인들에게 한국어를 배웠다”고 했다. “형님!”을 외치며 거수경례까지 하는 자세까지 한국인에게 배운 듯한 ‘각’이다.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스페인어·인도네시아어·필리핀어도 구사할 줄 안다. 한국인이 자주 오지 않는 시각엔 다른 나라 사람에게 해당 국가 언어로 영업을 하는 모습에 “직업인으로서의 열정이 느껴진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파리는 저가 기념품으로 바가지를 씌우기로 악명 높은 곳. 하지만 파코는 “하나 둘 셋!”을 외치며 에펠탑 배경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앞으로 걸어와!” “가만히 있어!” 같은 ‘포즈 주문’까지 하며 열성을 다해 사진을 찍어준다. 관광객들은 “10유로가 아깝지 않은 서비스”라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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