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의 파워가 소크라테스보다 낫다는 것은 어린 아이가 기록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다만 외국인 타자가 리그에 적응하는 시간이 있고, 지난 3년간 소크라테스가 책임졌던 중견수 자리를 누가 메울 것이냐는 과제는 있었다. 위즈덤의 공격 생산력이 너무 떨어지거나, 소크라테스의 자리를 메울 선수로 낙점된 최원준이 공·수에서 기대만큼의 활약을 하지 못하면 자칫 그간 팀이 구축했던 구조 자체가 깨질 수도 있었다. 원래 붕괴는 미묘한 균열에서부터 시작된다.
시즌 중반에 된 지금, 팬들이 소크라테스의 이름을 아직 완전히 지우지 못한 것은 뭔가 문제가 있다는 의미였다. 위즈덤은 분명 좋은 타자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확실히 한 방이 있고, 선구 자체가 나쁜 선수도 아니다. 시즌 OPS(출루율+장타율)는 꾸준히 0.900을 넘었다. 득점 생산력 자체는 소크라테스보다 위였다.
하지만 이상하게 비판을 받을 때도 많았다. 이 좋은 성적이 주자가 있을 때, 팀이 반드시 득점이 필요로 할 때 나오지 않았다. 올해 위즈덤의 득점권 타율은 0.229까지 처져 있었다. 이것도 구간별로 나눠보면 긴박한 상황일 때, 정말 중요한 상황일 때는 최악의 부진이었다. 위즈덤을 놓고 ‘영양가’ 논란이 끊이지 않은 이유다.
KIA는 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경기에서 7-5로 역전승했다. 선발 제임스 네일의 안정적인 투구 속에 6회까지 2-0으로 앞서 있었던 KIA는 7회 2점, 8회 3점을 내주면서 경기를 내줄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8회 2사 후에만 대거 5점을 뽑아내며 상대 불펜을 무너뜨린 끝에 7-5로 역전승했다. 이제 공동 2위인 롯데·LG와 경기차는 단 반 경기다.
사실 네일과 나균안의 선발 매치업이었던 만큼 KIA는 이날 반드시 이겨야 했다. 주말 3연전 남은 두 경기에서 선발 매치업이 우위라고 장담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전을 당했으니 더 쫓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위즈덤과 최원준이 2사 후 집중력을 발휘하며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이어 최형우와 오선우가 각각 코스가 좋은 안타를 치고 나가자 2사 1,2루에서 최원준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았다. 초구 슬라이더가 몸쪽을 파고 드는,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공이었는데 이를 콘택트해냈고, 끝내 2루수 키를 살짝 넘기는 안타로 연결시키며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KIA는 계속 롯데 마운드를 몰아붙인 끝에 2사 만루에서 김태군이 결승 2타점 적시타를 때리면서 7-5로 역전승할 수 있었다.
위즈덤은 이날 안타는 하나였지만 팀 승리에 차지한 지분은 웬만한 경기에서의 2출루 이상보다 나았다. 모처럼 선발 출전한 최원준은 2안타 1볼넷 1타점으로 활약하며 기분 전환을 했다. 이범호 KIA 감독도 경기 후 “8회말 2사 후 위즈덤이 추격의 2점 홈런을 때려낸 후 계속 찬스를 이어갔고, 결국 최원준이 동점타, 그리고 김태군이 결승 2타점을 때려내면서 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선수들을 고루 칭찬했다. 어쩌면 이범호 감독이 한 시즌 내내 하고 싶었던 승장 인터뷰였을 수도 있다. 위즈덤과 최원준이 이런 활약을 계속 이어 가며 구단의 원래 구상을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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