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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염증 난 구태 정치가 키운 맘다니

조선일보 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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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염증 난 구태 정치가 키운 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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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있을 뉴욕시장 선거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조란 맘다니 뉴욕주 하원의원./AFP 연합뉴스

오는 11월 있을 뉴욕시장 선거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조란 맘다니 뉴욕주 하원의원./AFP 연합뉴스


지금 미국 정계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다. 미 언론은 CNN, 폭스뉴스 등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최근 민주당 뉴욕 시장 후보로 선출된 조란 맘다니 뉴욕주 하원의원 이야기를 다룬다. 11월 뉴욕 시장 선거를 앞두고 진보 도시 뉴욕에서 민주당 후보가 된다는 것은, 당선에 성큼 다가섰다는 의미다.

맘다니가 주목받는 이유는 ‘다윗과 골리앗’ 같은 싸움의 승자라는 점이다. 그는 정치 경력 5년인 신예로, 뉴욕 주지사만 세 번 연임한 앤드루 쿠오모를 꺾었다. 맘다니는 인도계 미국인으로 무슬림 신자다. 친(親)팔레스타인 성향인 그가 세계에서 유대인이 둘째로 많은 도시 뉴욕에서 쿠오모를 이기리라고 본 사람은 적었다. 그런데 선거 날 개표가 완료되기도 전에 쿠오모는 “나는 졌고 오늘 밤은 그의 밤”이라며 ‘항복 선언’을 했고,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이 성공 스토리의 감동은 하루도 가지 못했고, 그의 급진적 공약에 관심이 쏠렸다. 공공 주택 임대료 동결, 시간당 최저임금 30달러로 인상, 시(市) 버스 요금 전면 무료, 시 운영 식료품점 개설 등 고물가에 고통받던 뉴욕 시민 마음을 설레게 하는 내용이었지만, 현실성이 떨어지고 무엇보다 시 정부 재정에 구멍을 낼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게다가 맘다니가 “뉴욕시에는 억만장자가 있으면 안 된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면서 세계 자본 시장의 심장인 월가 금융사는 플로리다나 텍사스 등 자유를 중시하는 곳으로 본사를 옮기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허무맹랑한 공약에도 맘다니라는 별종이 먹힌 이유는 몇 가지 있지만,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혁신을 거부한 민주당 탓이 가장 크다.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 때 준비도 되지 않은 카멀라 해리스 당시 부통령을 후보로 내세웠다가 트럼프에게 승리를 헌납했다. 대선 패배 이후 누구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앞장서 당을 수습하는 사람도 없었다. 트럼프가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이고, 국가 재정 적자 문제를 심화시킬 감세 법안을 밀어붙이지만 누구 하나 제동을 걸지 못한다. 2021년 뉴욕 주지사 시절 여성 수십 명을 성희롱한 혐의로 중도 사퇴한 구태 정치인 쿠오모를 이번 선거에서 뉴욕 시장 후보로 내세우려 했으니 이 당이 얼마나 무력하고 한심한 상황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 틈을 맘다니가 파고들었다. 민주당 소속 중 가장 극단적 좌파에 속하는 그는 이제 무주공산 같은 민주당을 상징하는 정치인이 되어 가고 있다. 148년 전통의 워싱턴포스트가 논설실 명의 사설에서 “민주당에는 맘다니보다 훌륭하고 덜 극단적인 차세대 정치인이 있고, 맘다니 당선은 민주당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만시지탄이다. 선거에 지고도 스스로 쇄신할 줄 모르는 정당의 꼬락서니를 미국 민주당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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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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