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김태형 감독을 상대로 호기롭게 소리를 지른 선수가 있다. 그것도 수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경기 중에 그랬다. 롯데 마무리인 김원중(32)이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항명’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는 아니었다. 그 현장에서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한 김 감독도 오히려 대견하게 바라봤다. 선수라면, 그 정도 패기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뉘앙스다.
상황은 이랬다. 김원중은 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LG와 경기에 2-0으로 앞선 9회 등판했다. 모두가 예상한 등판이었다. 다만 첫 타자 승부부터 쉽지 않았다. 문보경을 2루 땅볼로 처리하기는 했지만 1B-2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볼 두 개를 연속으로 던져 풀카운트까지 갔다.
이어 박동원에게도 패스트볼보다는 변화구 위주의 피칭을 하다 볼넷을 내줬다. 그러자 김태형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랐다. 보통 주형광 투수 코치가 올라가 벤치의 지시 사항을 전달하거나 혹은 선수를 격려하고 내려오는 게 일반적인데, 김 감독이 직접 ‘등판’한 것이다.
김 감독은 4일 광주 KIA전을 돌아보면서 “예~ 그러더라”고 웃으면서 “좀 뭐라고 해야 하나, 평상시의 김원중 모습이 안 나오더라. 맞든 안 맞든 그런 모습이 있지 않나. 그게 좀 안 보이더라”면서 “맞든 안 맞든 마운드에서 더 그렇게 던지라고 했다. 그런데 소리를 빼액 지르더라. 웃으면서 내려갔다”고 다시 웃었다.
김 감독은 “시끄럽다 이거지, 알았다 이거다”고 당시 김원중의 마음을 추측하며 다시 미소를 지었다. 정신 무장을 다시 한 효과가 있었는지 김원중은 끝내 위기를 넘기고 2점 리드를 지키며 세이브를 기록했다. 오지환에게 우전 안타를 맞기는 했지만 천성호를 우익수 직선타로 잡아낸 것에 이어 미처 귀루하지 못한 2루 주자 박동원까지 잡아내면서 경기를 마쳤다.
한편 롯데는 이날 장두성(중견수)-박찬형(2루수)-레이예스(좌익수)-전준우(지명타자)-김민성(3루수)-정훈(1루수)-전민재(유격수)-유강남(포수)-김동혁(우익수) 순으로 타순을 짰다. 나균안이 선발로 등판한다. 장두성이 리드오프로 돌아갔고, 나승엽 대신 정훈이 선발 1루수로 출전한다.
김태형 감독은 약간의 불편감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알렉 감보아를 대체할 방법을 아직 고민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코칭스태프 논의 후 5일 정도에는 계획을 공개할 뜻을 드러냈다. 기존 선발 투수들을 하루 당기는 방법도 있고, 대체 선수를 넣는 방법도 있다. 부상 복귀 후 퓨처스리그에서 뛰고 있는 황성빈은 당초 대주자의 몫으로 주말 3연전 콜업도 고려했으나 확실한 회복을 위해 8일쯤 콜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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