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동자동·돈의동 쪽방촌
쪽방촌 10명 중 4명이 시니어
폭염에 실내온도 40도까지 쑥
“잠 못자” 길거리에 나와앉아
정비구역 지정돼 이주 예고에
집주인들은 유지보수 손 놓아
우울증 겪고 술에 의존하기도
“공공개발 서둘러야” 지적 나와
쪽방촌 10명 중 4명이 시니어
폭염에 실내온도 40도까지 쑥
“잠 못자” 길거리에 나와앉아
정비구역 지정돼 이주 예고에
집주인들은 유지보수 손 놓아
우울증 겪고 술에 의존하기도
“공공개발 서둘러야” 지적 나와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쪽방촌에 거주하는 폭염에 지친 한 어르신이 야외에 나와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충우 기자] |
체감온도가 35도까지 오른 지난 2일, 서울 종로소방서의 소방관들이 도심 속 대표적 노후주거단지인 종로3가역 인근 돈의동 쪽방촌에 모였다. 소방호스를 들고 줄지어 선 소방관들은 미로 같이 얽힌 쪽방촌 내 길거리에 본격적으로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한증막 같은 이곳의 열기를 잠시나마 식혀주기 위해서다.
기상청이 폭염특보를 발효한 지난 1일 영등포역 쪽방촌에 주거하는 시니어들은 거리로 나와 바닥에 주저앉아 부채질했다. 찜통더위에 집안 온도가 40도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전국 쪽방촌 주민 10명 중 4명이 노인이다.
부채질에도 시니어들의 상의는 땀으로 흠뻑 젖었고 강렬한 햇빛에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에어컨은 전기요금 때문에 못 틀고, 선풍기 바람도 뜨겁다”는 볼멘소리가 거리를 가득 채웠다.
수년간 이곳에 머물렀다는 이 모씨(67)는 “여기가 개발 예정지다. 그렇다 보니 집주인들이 유지보수를 안한다”고 말했다. 공공주택개발지인 이곳은 여러 구역으로 나눠 순환식 개발을 추진 중이다. 50대의 A씨는 “더워지니 화장실 냄새가 심하다”고 방문을 닫았다.
폭염에 쪽방촌 시니어들이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 냉방도, 환기도, 통풍도 잘되지 않은 1~2평 남짓한 공간에서 고립되는 시니어가 늘고 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있는 한 쪽방촌의 모습. 하나의 공간을 여러 방으로 쪼개 사용하고 있다. [차창희 기자] |
최근 매일경제신문이 서울의 대표적인 쪽방촌인 영등포역, 동자동, 돈의동 지역을 방문한 결과 거주하는 대부분 주민이 폭염 속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쪽방촌은 하나의 공간을 여러 방으로 쪼갠 공용 거주 공간이다. 평균 거주면적은 5㎡(1.5평) 안팎에 불과하다. 노후화된 무허가 시설이 많아 위생·안전에 취약하다.
특히 쪽방촌은 고령자 거주 비중이 높은 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쪽방촌 주민 중 만 65세 이상 시니어 비중은 약 41%에 달했다. 올해 5월 중순부터 이달 1일까지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총 52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늘었는데 이중 30%가 시니어다.
지난 1일 고층 업무지구 빌딩이 즐비한 서울역 인근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곳에 있는 동자동 쪽방촌 시니어들은 ‘쿨링 포그(안개형 냉각시설)’가 설치된 인근 공원에 모여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던 한 시니어는 “밤에 잠을 도저히 잘 수가 없다” 인상을 찌푸렸다.
수도권은 지난달 말부터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다. 창문조차 없는 방도 즐비하다. 에어컨이 설치된 쪽방도 있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시니어가 많아 전기요금 부담에 가동을 꺼린다.
실제 쪽방촌 거주민 중 절반 이상인 63%가 미취업 상태로 경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년간 월평균 소득은 97만원에 불과하다. 쪽방촌의 월세는 15~20만원 수준으로 전기요금도 상당한 부담인 셈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쪽방촌에 거주하는 한 시니어가 2평 남짓한 쪽방에서 부채질을 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
대부분 쪽방촌에 거주하는 시니어들은 홀로 지낸다. 가족, 지인과 연락이 끊기거나, 변변찮은 일자리마저 없는 경우가 많다. 폭염, 혹한기에 외로움, 우울증과 같은 정서적 불안정성이 더욱 강해지는 이유다.
실제 쪽방촌 주민의 우울증 유력 비율은 71%로 2021년 대비 10%포인트 증가했다. 괴로움을 잊기 위해 술에 의존하는 이들도 많다. 쪽방촌 주민 중 10명 중 4명이 일주일에 7~14잔을 훌쩍 넘도록 술을 마시는 문제성 음주 문제를 안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하루빨리 쪽방촌 개발을 통해 주거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앞서 2025 홈리스주거팀은 동자동 쪽방촌 공공주택지구 지정 촉구 1만 시민 서명을 제출하며 “쪽방촌 공공주택사업은 산 자들의 소망이자 집다운 집을 바라던 죽은 자들의 원망”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공공형 에어컨, 쿨링 포그 설치 및 밤더위 대피소 조성 등을 통해 온열 질환 예방을 위한 조처를 하고 있다. 후원 생필품을 쪽방촌 주민이 활용할 수 있는 ‘온기창고’도 영등포·동자동·돈의동 쪽방촌에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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