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중앙일보 언론사 이미지

미 국무, 방한 닷새 앞두고 취소…한·미 정상회담 조율 차질

중앙일보 박현주
원문보기

미 국무, 방한 닷새 앞두고 취소…한·미 정상회담 조율 차질

속보
김건희특검, '양평고속도로 의혹' 김선교 의원실 압수수색 착수
오는 8일쯤 한국을 찾을 예정이었던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방한을 취소하면서 이를 한·미 정상회담 의제와 일정을 조율하는 기회로 삼으려던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이재명 대통령이 아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상견례도 하지 못한 가운데 루비오 장관의 방한 무산이 조기 한·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일 “한·미는 루비오 장관의 방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의해왔으나, 미 내부 사정상 조만간 방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는 고위급 인사 교류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루비오 장관은 방한이 성사될 경우 카운터파트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만나고 이 대통령을 예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었다.

미국 측이 방한 취소 결정을 알린 건 2일(현지시간)이라고 한다. 오는 7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방미에 따른 미·이스라엘 정상회담에 루비오 장관이 배석해야 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설명하며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루비오 장관은 방한과 연이어 추진하던 일본 방문도 함께 취소했다.

다만 각료급 인사의 방한이 사실상 확정된 상황에서 1주일도 남기지 않고 취소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의제 협의에서 양측이 쉽게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한·미는 당초 관세 등 통상 분야와 국방비 등 안보 분야에서 투트랙 실무 협의를 진전시킨 뒤 이 대통령의 방미 등을 통해 정상회담에서 합의하는 구상을 그리는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관심을 두는 관세와 안보비용 문제에서 당장은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자 루비오 장관이 방한을 차순위로 미룬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관세 협상에 대해 “(‘줄라이 패키지’ 시한인)7월 8일까지 끝낼 수 있을지도 확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한·일 방문을 건너뛰고 미국에서 곧바로 말레이시아로 이동, 오는 10일 동남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일본은 루비오 장관이 단독 방일을 하지 않더라도 이를 기회로 미·일 외교장관회담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도 확정되지 않아 한국에서는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에 대신 참석한다고 외교부가 이날 밝혔다. 현지에서도 루비오 장관을 비롯한 미·일·중·러 등 주요국 외교 수장과 양자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뜻이다.

첫 정상회담이 오는 9월 유엔 총회나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중국이 외교채널 등으로 오는 9월 전승절(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전쟁 승리 80주년 대회)에 이 대통령을 초청한 가운데 첫 한·미 정상회담 전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 여부를 결정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