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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석의 남자의 물건] [16] 90년대 빈티지 패션이 올여름 다시 돌아왔다

조선일보 김교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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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석의 남자의 물건] [16] 90년대 빈티지 패션이 올여름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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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밴드 티셔츠
록밴드 티셔츠를 입은 두 남성./junkfoodclothing

록밴드 티셔츠를 입은 두 남성./junkfoodclothing


이번 여름 메가트렌드는 빈티지 록밴드 티셔츠다. 몇 해 전부터 미국의 유명 스타들이 1990년대 록밴드 티셔츠를 경쟁적으로 입기 시작하면서 들불처럼 퍼져나갔다. 새 옷을 일부러 낡아 보이게 가공하는 고가의 브랜드부터 SPA 브랜드, 아동복까지 록밴드 로고가 보이지 않는 곳이 없다. 그 덕분에 단짝 부츠컷 청바지도 오랜만에 돌아왔다.

록밴드 티셔츠는 원래 음반 발매나 투어를 기념하는 홍보용 굿즈(goods)였다. 물론 그 당시는 머천다이즈라 불렸다. 굿즈는 일본 오타쿠 문화에서 발화해 K팝을 통해 세계화된 비교적 요즘 표현이다. 여기에 미국 특유의 팬 문화인 부틀렉(bootleg)이 1990년대의 감성에 희소성을 보탰다. 정식 라이선스를 받지 않고, 팬들이 자체 제작한 상품이나 음반을 통칭하는 부틀렉은 애초에 한정판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빈티지 락 티셔츠의 대중화의 주역인 밴드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핀터레스트

빈티지 락 티셔츠의 대중화의 주역인 밴드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핀터레스트


이 트렌드는 남자의 물건이란 측면에서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지속되는 빈티지 열풍에는 성별이 따로 없다. 록밴드 티셔츠의 유행도 할리우드 여배우들의 지분이 지대하다. 그런데 1990년대 이전 생산된 ‘오리지널 록밴드 티셔츠’만큼은 남자들이 주로 열광한다. 군복, 청바지, 스웻셔츠 등등 빈티지에 가치를 부여하고 수집하는 건 남자들의 몫이었다. 최대한 저렴하게 제작한 양산품 티셔츠가 수십 년의 세월을 보냈으니 누군가에겐 넝마와 다를 바 없지만, 오리지널이란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거금을 들여 구매한다. 30년 된 낡은 티셔츠가 최소 10만원대 이상이다. 유명한 그래픽이 있는 티셔츠나 부틀렉 버전은 수백만 원을 호가한다. 한발 떨어져 바라보면 ‘튤립 버블’을 연상케 하는 구석이 있다. 불현듯 스치는 기억이 있다면 장롱을 뒤져보자. 심지어 핀홀이라고 일컫는 구멍, 늘어난 목과 해진 원단, 프린트가 빛을 바래 있을수록 귀하게 여겨진다.

월트디즈니 코리아 영화 아이어맨에서 블랙사바스의 티셔츠를 입은 토니 스타크 (1).jpg

월트디즈니 코리아 영화 아이어맨에서 블랙사바스의 티셔츠를 입은 토니 스타크 (1).jpg


과거 어떤 시기도 지금처럼 밴드 티셔츠가 유행한 적은 없었다. 예전에는 밴드 티셔츠가 자신의 문화적 취향을 드러내는 행위이자 수단이었다면, 지금은 입고 있는 티셔츠 속 밴드의 곡이나 멤버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 유행의 이유다. 젊은 세대의 빈티지 패션 애호와 Y2K에 대한 관심이 1990년대의 그래픽과 화학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유행은 무엇일까. 힌트는 역시나 1990년대에 있다. 너바나를 끝으로 몰락한 록음악의 왕좌를 대신 차지한 건 힙합과 거기서 영향을 받아 확장한 스케이트보드 문화였다. 미리미리 장롱에서 추억을 건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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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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