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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효과 없는 할당관세…1.4조 세금 깎아줘도 ‘물가 불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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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효과 없는 할당관세…1.4조 세금 깎아줘도 ‘물가 불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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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정부가 주요 식품원료에 할당관세 적용을 확대하는 등 물가 관리 수단으로써 할당관세를 적극 검토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할당관세란 가격 안정 등을 위해 특정 수입물품의 관세율을 낮춰주는 제도인데, 특히 윤석열 정부 때 물가잡기용으로 종종 활용했다. 일각에선 줄어드는 세수에 비해 정책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가공식품 및 농축수산물 등 먹거리 물가가 최근 치솟은 것으로 나타나자 정부는 할당관세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계란가공품, 고등어 각각 1만톤(t)에 대해 지난달 24일 할당관세 0%를 적용하기로 한 데 이어, 주요 식품 원재료 21종에 대한 할당관세를 연말까지 연장하는 등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통계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달걀 가격은 산지 가격 인상 등으로 1년 전보다 6.0% 오르는 등 2022년 1월(15.8%) 이후 3년5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고등어도 어획량이 줄면서 전년 대비 16.1% 올랐다.



새 정부 취임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할당관세 적용이 확대되자 일각에선 지난 정부 때처럼 할당관세를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할당관세로 인한 세수 감소는 확실하지만, 소비자의 가격 체감으로 이어지는지는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기재부의 연도별 할당관세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1년 92개였던 할당관세 적용 품목 수는 윤석열 정부 때인 2024년 125개로 늘었다. 이에 따른 세수 감소분은 같은 기간 6758억원→1조4301억원으로 2배 이상 확대됐다.



반면 물가 안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24일 보고서를 통해 “일부 농·축산물의 경우 할당관세 적용으로 인한 수입가격 하락이 국내 출고가격 등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다. 반면 관세 수입 감소 규모는 적지 않아 재정부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난해 바나나(할당관세 0%)에 대해 1108억9천만원의 관세를 깎아줬는데,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소매가는 0.25% 하락하는 데 그쳤다고 한다. 한 식품회사 쪽은 통화에서 “제품 가격 형성에는 유통, 인건비 등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일부 원재료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한다 해도 가격 인하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말했다.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이형일 기재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은 2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식품원료 할당관세 물량이 실제 사용기업에 우선 배정되도록 이번주 중 배정기준을 개선한다”고 했다. 그동안 할당관세 물량을 선착순으로 배정한 탓에 중간 유통상들이 이를 차지하면서 유통상만 혜택을 보는 경우가 잦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할당관세 같은 손쉬운 해법에만 기대지 말고 근본적인 물가관리 대책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농산물 등의 가격 문제는 수요가 아니라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공급 관리가 중요하다. 구조적 측면에서 공급망에 문제가 없는지, 이상기후로 인한 수확량 감소 등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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