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 각서 안 쓰면 (방에서)못 나가.”
부하 직원들에게 ‘서로 결혼하겠다’는 각서를 쓰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모 협회 간부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9단독 설일영 판사는 강요 혐의로 기소된 60대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부하 직원들에게 ‘서로 결혼하겠다’는 각서를 쓰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모 협회 간부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9단독 설일영 판사는 강요 혐의로 기소된 60대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21년 3월 벌어졌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당시 경기 의왕시에 있는 모 복지협회서 경영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던 A씨는 서류 결재를 요청하기 위해 부하 여직원 B(29)씨가 본부장실에 들어오자, 같은 부서 남성 직원인 C씨를 불러 그의 옆에 앉혔다.
A씨는 이들에게 A4용지와 펜을 가져다주고는, “너네 음양 궁합이 잘 맞아” “5월 말까지 결혼하지 않으면 퇴사하겠다는 각서를 써라”라고 했다. 이에 B씨가 “이건 좀 아닌 거 같다”며 각서 쓰기를 거부하자, A씨는 “이거(각서) 안 쓰면 못 나가”라고 하는 등 업무상 불이익을 가할 것처럼 협박해 결국 각서를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씨는 두 직원이 각서를 쓸 때까지 수십 분 동안 둘 사이의 교제를 권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이 사건 이후로도 수시로 불러 교제를 강권했다고 한다. B씨는 결국 정신과 진료와 병가, 휴직 등을 거쳤고 끝내 퇴사했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강요의 고의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설 판사는 “피고인은 당시 경영총괄본부장이었고 하급 직원들에게 퇴사 내지 사표를 언급하며 각서의 작성을 요구했다”며 “당시 직접적으로 해고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더라도 피해자 입장에서는 인사 및 처우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피고인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불이익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게 하는 내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은 개인 사생활 영역에 속하는 문제에 관해 각서 작성을 강요했고 각서 작성 이후에도 둘의 교제를 강권하는 언동을 반복했다”며 “피해자가 겪었을 정신적 고통의 정도가 컸음은 용이하게 예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원=김수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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