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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5월 15일 김정은 당 총비서의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선전했다. /노동신문 뉴스1 |
북한에서도 성형 수술이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얼굴 모습을 완전히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변형시키거나, 지문을 바꾸는 성형 수술 등은 엄격히 제한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2일 북한이 2016년 제정한 ‘성형외과치료법’ 전문을 공개했다. 이 법안은 작년 말 NK TechLab 프로젝트가 입수한 북한산 스마트폰에 탑재된 북한 법률 데이터베이스에서 확인됐다고 한다.
성형외과치료법은 2016년 11월 23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제정됐다. 이후 2019년 6월 23일, 2024년 2월 6일 각각의 회의에서 두 차례에 걸쳐 개정됐다.
이 법은 선택적 미용 수술에 대한 여지를 꽤 넓게 허용하면서 이를 정당화하기까지 했다. 북한은 성형 수술에 대해 “인민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외모로 행복하고 문명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발전시키는 중”이라며 “이는 우리 나라의 인민 대중 중심의 사회주의 제도의 본성적 요구”라고 명시했다. 또 “국가는 인민의 외모를 건강하고 아름답게 치료하는 목적에 복무하도록 성형외과 치료를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성형외과치료법 11조는 성형수술이 허용되는 경우를 상세히 나열했다. 선천성 기형 교정, 연조직 외상, 화상, 종양, 염증성 질환 등으로 인한 손상 복구, 정형외과적 외상 환자 치료 등이다. ‘심미적 목적의 외모 향상’, 즉 단순 미용 목적을 위한 성형수술도 허용된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다만 이 경우 구체적인 예시는 제시되지 않았다.
심지어 성전환 수술을 원칙적으로는 금지한다면서도, ‘특수한 경우’에 한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여기서 언급된 ‘특수한 경우’가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다만 모든 성형수술이 허용되는 건 아니었다. ‘얼굴을 다른 사람의 외모로 완전히 바꾸는 수술’ ‘지문 변경’ 등은 엄격히 금지했다. 이에 38노스는 “이러한 조항은 내부 보안 목적 때문으로 보인다”며 “북한에서 생체 인식 보안이 중요한 요소임을 시사한다”고 했다. 이 외에도 북한은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국에선 보편적인 눈썹이나 속눈썹 문신도 제한했다.
법에 따르면 북한에서 성형수술은 성형외과 전문병원과 중앙급 병원, 도급 병원의 성형외과를 전문으로 하는 과에서만 가능하다. 북한 전역의 지방 진료소나 종합 진료소 성형외과에서는 시술이 허용되지 않았다. 북한은 ‘성형외과 전문가 자격’을 가진 의사가 성형외과 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경우에만 성형외과 치료를 할 수 있게 했다. 38노스는 “이런 법이 존재한다는 것은 합법적 시술 건수가 매우 많거나, 불법 시술 문제 등이 발생해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성형외과 치료법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북한의 관영 매체나 북한 관련 외신 등을 통해 북한 내 성형외과 수요가 커지고 의료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는 정보는 이따금 알려진 바 있다. 2007년에는 북한 내에서 쌍꺼풀 수술·눈썹 문신 수요가 커졌다는 데일리NK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 매체는 2019년 아마추어 ‘안면외과의’가 불법 시술 혐의로 사형당했다고도 보도한 바 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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