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유예' 연장에 "생각 안해…각국에 서한 보낼 것"
미일 협상은 韓 '가이드라인'…"예의주시하며 대책 마련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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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네덜란드 헤이그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6.24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
(세종=뉴스1) 이정현 김승준 기자 = 미국이 예고한 90일간의 상호관세 유예 조치 마감 시한이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협상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우리와 가장 비슷한 처지인 일본을 향해선 "버릇이 나쁘다. 30~40년간 우리를 속여왔기 때문에 협상하기 어렵다"며 지지부진한 협상을 문제 삼으며 '최후통첩'까지 한 상태다.
미일 협상은 무역 불균형, 대미 수출 주력품목 구조 등 한국과 비슷한 쟁점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트럼프식 압박 전략'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통상당국의 판단이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한일 양국의 공통 쟁점은 자동차다. 양국의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미국으로의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47~49%(2024년 기준), 일본은 28~30%다.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 수입 확대, 알래스카 가스관 프로젝트 참여, 조선업 협력 등을 지렛대 삼아 자동차 품목관세 예외를 끌어낸다는 전략으로 나섰지만,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통상당국은 미일 간 협상 과정을 주시하면서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상호관세 유예종료 D-5, 트럼프 "유예 연장 생각 안 해" 압박 수위↑
3일 통상당국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8일(현지시간)로 종료되는 상호관세 유예 시한을 연장할 뜻이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역협상이 지지부진한 일본을 향해서는 지난 4월 상호관세 유예 발표 당시보다 관세율이 더 상향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대통령 전용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관세 유예를 연장할 계획인가'를 묻는 질문에 "아니다. 그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각국에 (상호관세에 관한) 서한을 쓸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일본에 대해 "일본과 협상을 진행했는데, 성사될지 확신하지 못한다. 일본은 매우 강경하다"면서 "그들은 정말로 버릇이 나쁘다고 해야 한다. 30~40년간 우리를 속여왔기 때문에 정말로 협상하기 어렵다"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미일 무역협상이 삐걱거리는 표면적인 원인은 자동차와 쌀 문제로 보인다. 자동차 관세 25%를 없애려는 일본과 물러서지 않는 미국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고, 트럼프가 자국 내 농민들을 의식하고 일본의 약점을 공격하기 위해 일본 쌀 시장을 의도적으로 흔들면서 잡음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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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2025.02.07.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
미일 협상 어땠나…日 "자동차 관세 예외'vs 美 "품목관세는 대상 아냐"
일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기조는 한국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통상당국의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핵심 쟁점으로, 현실적인 타협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이 관세 부과 명분으로 내세운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 수입을 확대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숙원사업인 알래스카 가스관 프로젝트에 참여를 검토하는 등의 현실적 조치들을 지렛대 삼아 '우호적인 관세 혜택'을 끌어내겠다는 전략적 판단도 동일하다.
문제는 한국보다 일찍 미국과 협상을 시작한 일본의 사례에 비쳐 이 같은 전략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7차례에 걸쳐 협상을 진행한 일본은 최근 미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관세율을 인하하는 방안을 미국 측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자동차 관세 전면 철폐 요구에서 단계적 인하로 전략을 바꾼 것으로, 실질적인 혜택을 얻겠다는 현실적인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일본은 미국에 미국산 옥수수 수입 확대, 조선분야 협력 등을 협상 카드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약 50개 항목의 대책을 담은 제안서도 미국 측에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일본 정부의 바람과 달리 미국은 처음부터 협상 대상이 되는 것은 상호관세의 '추가 세율'뿐으로, 자동차 등의 '품목별 관세'는 대상으로 하지 않을 의향을 나타내 왔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2일 일각에서 제기되는 '상호관세 유예 연장'조치 가능성도 일축하면서 미국이 요구하는 최종 서한을 일본 등 각국에 보낼 것이라며 주요협상국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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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면담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24/뉴스1 |
'남 일 아니네' 같은 처지 韓…통상당국 "미일 협상 주시 중"
우리 통상당국은 미일 협상 과정을 주시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처지가 비슷한 일본의 협상은 우리나라로선 대(對)미 협상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주 '한미 고위급 면담'과 '3차 기술협의'를 진행, 새 정부 출범 후 사실상 본협상에 첫발을 뗀 상태다.
통상당국 한 관계자는 "이미 합의한 영국과 달리 한국과 일본은 대미 무역 구조가 비슷해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의미가 다른 거 같다"면서 "일본은 (우리나라에)상당히 벤치마킹이 되기 때문에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일본과 한국은 처지가 비슷하다. 농산물 분야에 민감하고, 자동차 수출 구조 등 유사한 점이 많다. 엄중한 상황인식을 갖고 관계 부처와 협의 하면서 대응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사례에 비춰 '자동차 품목 관세 인하'를 요구하더라도, 의제를 더욱 세분화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한아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을 살린다는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례로, 현대차의 투자 사례를 발표하면서 함께 기자회견까지 한 적이 있다"면서 "이런 부분들을 적극 강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 기업은)투자를 하고 있지만, 시차가 있으니 투자기업에는 우호적인 조건을 허용해 달라는 식의 요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또 자동차 외에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분야에서 양국이 윈윈하는 형태로 협상을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이 예고한 90일의 상호관세 유예 조치는 8일을 끝으로 종료된다. 당장 7월 9일부터는 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15%의 상호관세까지 추가로 적용돼,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하는 품목에는 기적용 중인 10%의 기본관세를 포함해 총 25%의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 정부는 올해 4월 2+2 고위급 회담에서 '7월(줄라이) 패키지', 즉 상호관세 유예기간 종료 전까지 협상을 타결한다는 목표로 미 측과 논의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조기 대선 등 국내 정치 상황으로 협상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기존 7월 패키지 처리 목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고, 새 정부가 들어선 지금에야 협상이 본격화했다.
새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협상을 이어가되, 미 측의 상호관세 유예 연장을 최대한 끌어낸다는 목표다. 하지만 공을 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상상대국들에 '속도'를 압박하고 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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