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참모회의서 추진 지시
朴정부 때 도입돼 8년 넘게 공석
朴정부 때 도입돼 8년 넘게 공석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를 방문해 브리핑을 듣고 있다./대통령실 |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 친인척 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 추진을 지시한 것으로 2일 전해졌다. 특별감찰관은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도입했지만 초대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2016년 사퇴한 뒤 문재인·윤석열 정부까지 8년 넘게 공석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참모 회의에서 특별감찰관 임명을 추진하라고 지시하며 “우리 다 감시받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감찰관의 감찰 대상은 대통령의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대통령실의 수석비서관급 이상 공무원이다.
특별감찰관의 감찰 범위는 인사 관련 등 부정 청탁, 금품 수수, 공금 횡령 및 유용, 공기업 및 공직 유관 단체와 하는 수의(차명)계약 등이다. 과거 정부에서 대통령 친인척이나 고위 참모의 비위가 불거질 때마다 특별감찰관 임명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실제 임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차관급 정무직인 특별감찰관은 국회가 후보 3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된다. 국회 추천 없이는 대통령이 임명할 수 없는 구조이지만, 대통령이 임명 의지를 보이면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호응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곧 국회에 추천을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특별감찰관 임명은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이 대통령은 대선 때 “대통령 친인척 등에 대한 감찰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특별감찰관 즉각 임명과 실질적 권한 보장을 약속했다.
◇국회가 특별감찰관 후보 3인 추천… 대통령이 지목하면 청문회後 임명
특별감찰관은 2014년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관련법을 통과시켜 도입됐다. 하지만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이 초대 특별감찰관에 검사 출신 이석수 변호사를 임명한 것이 유일하다. 이 전 감찰관은 2016년 9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 결과 유출 논란으로 사퇴했다. 이 감찰관은 2018년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후 문재인 정부도, 윤석열 정부도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아 그 자리는 8년 넘게 비어 있다. 관련법은 특별감찰관이 공석이 될 경우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하게 되어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국회에 요청했지만 여야가 추천 방식에 이견을 보여 후보 추천을 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그 뒤 후보 추천을 요청하지 않았다.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특별감찰관 임명 대신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주장하며 “공수처가 생기면 특별감찰관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 주변을 집중 감시하며 ‘예방적’ 역할도 하는 특별감찰관과, 고위 공직자 비리가 드러났을 때 수사에 들어가는 공수처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특별감찰관 임명을 공약했고 “국회가 후보자를 추천하면 100%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선임을 연계하자고 주장했고, 민주당이 이에 반대해 실제 추천은 이뤄지지 않았다. 작년 10월엔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내부 찬반 갈등만 벌어지고 흐지부지됐다. 윤 전 대통령도 특별감찰관 임명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5월서울 종로구 타워8에 입주해 있는 특별감찰관실의 모습./ 장련성 기자 |
특별감찰관이 임명되지 않아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지만 매년 사무실 임차료와 파견 공무원 인건비 등으로 10억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갔다. 예산 낭비라는 비판과 함께 “특별감찰관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이번에 이 대통령이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시작하라고 지시한 것을 두고 과거 정부와 차별화하는 차원이라는 해석이 있다. 다만 실제 임명으로 이어질지 두고 봐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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