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시에라리온 조혼-매매혼- 2
(이어서) 사실 파티마 비오의 캠페인도 팬데믹 탓에 휘청댔다. 영부인의 사진과 함께 ‘결혼은 나의 선택; 교육은 나의 권리’라는 문구가 적힌 캠페인 광고판이 도로에 세워졌지만 거리에는 보행자가 없었다. 대민 직접 홍보는 사실상 불가능했고, 컴퓨터 보급률이 미미해 인터넷 홍보도 무의미했다. TV나 라디오를 못 가졌거나 전파가 닿지 않는 곳도 허다했다.
가난한 시에라리온의 부모들에게, 더욱이 코로나 사태로 일거리마저 사라지다시피 한 상황에서 객지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그 자체로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현지 여성 보건 NGO 관계자의 말처럼 "아이들을 결혼시키면 부모로선 입 하나를 덜게 된다". 부모 역시 대부분 조혼 부부여서 조혼이 아이들에게 해를 끼친다는 인식 자체도 없고, 오히려 어린 딸을 부잣집에 시집보내면 굶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더욱이 ‘흥정’을 잘 하면 지참금을 받을 수도 있다.
2020년 12월 AP 뉴스는 시에라리온의 초등학교 5학년 마리 카마라(Marie Kamara)가 얼마간의 쌀과 마을 우물 이용권에다 50만 레온(약 50달러)을 받고 부모의 강요에 의해 이웃 마을 광부의 아내가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카마라는 자신의 나이를 알지 못했지만, AP기자에 따르면 같은 반 아이들은 대부분 12세였다. 시에라리온 정부가 법으로 조혼을 규제하고 나선 건 캠페인의 한계를 절감한 결과인 동시에 “조혼은 아동 강간”이라는 파티마 비오의 강력한 주장에 대한 화답이기도 했다.
18세 미만 여성은 지금도(2024년 기준) 3초당 한 명꼴로 강제결혼을 당하고 있다. wvi.org |
(이어서) 사실 파티마 비오의 캠페인도 팬데믹 탓에 휘청댔다. 영부인의 사진과 함께 ‘결혼은 나의 선택; 교육은 나의 권리’라는 문구가 적힌 캠페인 광고판이 도로에 세워졌지만 거리에는 보행자가 없었다. 대민 직접 홍보는 사실상 불가능했고, 컴퓨터 보급률이 미미해 인터넷 홍보도 무의미했다. TV나 라디오를 못 가졌거나 전파가 닿지 않는 곳도 허다했다.
가난한 시에라리온의 부모들에게, 더욱이 코로나 사태로 일거리마저 사라지다시피 한 상황에서 객지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그 자체로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현지 여성 보건 NGO 관계자의 말처럼 "아이들을 결혼시키면 부모로선 입 하나를 덜게 된다". 부모 역시 대부분 조혼 부부여서 조혼이 아이들에게 해를 끼친다는 인식 자체도 없고, 오히려 어린 딸을 부잣집에 시집보내면 굶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더욱이 ‘흥정’을 잘 하면 지참금을 받을 수도 있다.
2020년 12월 AP 뉴스는 시에라리온의 초등학교 5학년 마리 카마라(Marie Kamara)가 얼마간의 쌀과 마을 우물 이용권에다 50만 레온(약 50달러)을 받고 부모의 강요에 의해 이웃 마을 광부의 아내가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카마라는 자신의 나이를 알지 못했지만, AP기자에 따르면 같은 반 아이들은 대부분 12세였다. 시에라리온 정부가 법으로 조혼을 규제하고 나선 건 캠페인의 한계를 절감한 결과인 동시에 “조혼은 아동 강간”이라는 파티마 비오의 강력한 주장에 대한 화답이기도 했다.
유엔인구기금(UNPF)에 따르면 2024년 현재 지구에 생존한 여성 6억4,000만 명이 조혼을 통해 기혼자가 됐다. 지금도 3초당 한 명꼴인 연간 120만 명의 18세 미만 여성이, 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 일부 이슬람권 국가를 중심으로 강제결혼을 당하고 있다. 유엔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는 2030년까지 조혼을 종식한다는 것도 포함돼 있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