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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반대 장관도 방조한 가해자” 다단계사건 구조와 같다고 보는 특검

조선일보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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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반대 장관도 방조한 가해자” 다단계사건 구조와 같다고 보는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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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특검, 尹정부 국무위원 소환
안덕근(왼쪽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일 밤 서울 서초구 ‘내란 특검’ 사무실에서 각각 조사를 받고 나오는 모습. 안 장관은 9시간, 유 장관은 5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두 사람은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엔 참석하지 않았다./뉴스1

안덕근(왼쪽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일 밤 서울 서초구 ‘내란 특검’ 사무실에서 각각 조사를 받고 나오는 모습. 안 장관은 9시간, 유 장관은 5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두 사람은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엔 참석하지 않았다./뉴스1


조은석 내란특검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지난 정부 국무위원들을 줄소환하고 나섰다. 전 정부 국무위원 중 계엄 실행에 가담한 정도에 따라 내란을 동조 또는 방조한 가해자와 국무회의 심의·의결권을 침해받은 피해자로 구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검팀 한 관계자는 “이 사건은 계엄에 반대한 피해자이면서도 결과적으로 계엄을 용인해 가해자가 될 수 있어 다단계 피라미드 사기 사건과 구조가 유사하다”며 “국무위원들이 계엄에 반대했더라도 결과적으로 국무회의를 거쳤기 때문에 범죄에 동조한 것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법조계에선 “국무위원들은 대통령이 불러서 갔는데, 너무 범죄자 다루듯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2단계에 걸친 국무위원 호출

작년 12월 3일 밤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를 연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는 국무위원 9명이 두 차례에 걸쳐 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오후 8시쯤 계엄 선포 계획을 알리기 위해 한 전 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등 국무위원 4명과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을 호출했다. 이들은 오후 8시 30분에서 9시 사이 대통령실에 도착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선포 계획을 들었지만, 조 장관 외에는 뚜렷한 반대 의견을 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픽=정인성

그래픽=정인성


이때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를 열자”고 건의했다. 이에 김정환 전 대통령실 수행실장 등 대통령실 직원들이 연락을 돌려 오후 10시 17분쯤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송미령(농림축산식품부)·조규홍(보건복지부)·오영주(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국무위원 4명이 추가로 대통령실에 모였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5분짜리 국무회의를 연 뒤 계엄을 선포했다. 이날 처음부터 계엄 선포를 준비한 김용현 전 국방장관은 내란 주범으로 지목돼 지난해 12월 구속 기소됐다.

◇韓 ‘계엄 방조’ 겨누는 특검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을 말리지 못하고 국무위원들을 추가 호출한 한 전 총리와 일부 국무위원들이 비상계엄을 묵인·방조 또는 동조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실에 갔을 때 모여 있던 김용현 장관을 포함해 국무위원은 5명이었다. 윤 전 대통령과 한 전 총리를 더해도 국무회의 개의 정족수(11명)가 모자랐다. 하지만 한 전 총리의 건의로 국무위원들을 추가 호출하면서 국무회의 개의 요건을 갖추게 된 것이다. 계엄법상 계엄 선포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한 전 총리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도록 도운 셈이 된 것이다. 한 전 총리 측은 “국무위원들을 불러 함께 윤 전 대통령을 만류하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내란 방조 혐의를 받고 있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 사무실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뉴스1

내란 방조 혐의를 받고 있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 사무실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뉴스1


한 전 총리를 둘러싼 의혹은 더 있다. 그는 계엄 선포 이틀 뒤인 지난해 12월 5일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작성한 비상계엄 선포 문건에 서명했으나, 며칠 뒤 해당 문건을 폐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사후적으로 계엄 선포 요건을 갖추는 데 협조하는 등 계엄을 묵인했다고 특검은 의심하고 있다. 한 전 총리는 또 앞선 경찰 조사에서 계엄 선포 당일 상황과 관련해 “대통령실에서 계엄과 관련된 문건을 보거나 받은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는데, 대통령실 방범카메라에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포고령 문건을 받아 검토하는 장면 등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불러서 간 건데, 죄인 취급”


특검팀은 이날부터 전 정부 국무위원 전원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특검팀의 수사가 과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계엄 당일 국무위원들은 단순히 대통령이 불러서 대통령실에 간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공개 소환으로 범죄자 다루듯 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오전 한 전 총리가 출석하는 과정에서 특검 수사관이 그의 팔을 잡아끄는 모습이 연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수사관이 출입 경로를 안내하기 위해 팔을 잡은 것인데, 마치 한 전 총리를 강제 연행하는 것처럼 비친 것이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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