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서 열려... 100여팀 500여명 지원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K팝 페스티벌 & 넥스트 제너레이션'에 참가한 글로벌 지원자들이 공연을 펼치는 모습./윤주헌 특파원 |
“무대 공포증이 있어 너무 떨렸어요. K팝은 제게 재미있는 휴식 방법이고, 춤은 항상 위안을 주죠.”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세계 문화 중심지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K팝 페스티벌 & 넥스트 제너레이션’에 참가한 카린 코즈루-살리포스카씨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자신은 미국 시민권자지만 아버지는 마케도니아, 어머니는 일본 국적이라는 그는 다른 다섯 멤버와 함께 ‘엔시틴즈(NCTEENZ)’라는 팀을 꾸려 수개월 동안 연습한 끝에 이날 3위를 차지했다며 기뻐했다.
이 행사는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K팝의 차세대 주인공을 뽑기 위해 한국 연예기획사와 BBQ·에어프레미아·오푸드 등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뉴욕 기반 공연 기획사가 공동으로 기획한 공연 형식의 오디션이다. 각 팀이 연습해 온 무대를 공연을 통해 보여주면 심사위원과 관객이 함께 점수를 매겨 1~3위를 시상하는데, 각 기획사는 순위와 관계없이 눈에 띄는 지원자를 접촉해 데려갈 수 있다. 지금까지 해외에 숨어 있는 보석을 찾기 위해 각 기획사가 개별적으로 해외 오디션을 진행한 적은 있지만, 뉴욕 한복판에서 공동 오디션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팝을 바탕으로 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가 글로벌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뉴욕 한복판에서 K팝 열풍을 입증하는 또 다른 현장이 펼쳐진 것이다.
주최 측은 지난 석 달 동안 북미 지역 K팝 팬들을 대상으로 참가 신청을 받았다. 100여 팀(약 500명)이 차세대 K팝 스타가 되겠다며 도전장을 냈다. 이들이 사전에 보낸 영상은 유명 기획사인 하이브 산하 독립 레이블 어도어와 쏘스뮤직, 플레디스, 스타쉽, 모어비전, 젤리피쉬 등 열세 곳에 보내졌고 이 중 열한 팀(약 80명)이 추려져 이날 본선 무대를 펼쳤다. 스카우트 결정권이 있는 기획사 팀장들은 한국에서 건너와 공연장 제일 앞줄에 앉아 매의 눈으로 오디션을 지켜봤다.
참가자들은 모두 K팝을 배경음악으로 그동안 갈고닦았던 춤과 노래를 선보였다. 인기 그룹 르세라핌, 에스파의 노래부터 2009년 데뷔했던 원조 걸그룹 2NE1의 곡까지 다양한 음악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오디션이 끝난 뒤 점수 산정을 위해 잠시 빈 시간에 K팝이 흘러나올 때마다 참가자들은 모든 곡을 알고 있다는 듯 너나 할 것 없이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오디션을 기획한 공연 제작사 베터솔루션 임오혁 대표는 “참가자 중 70%는 미국, 30%는 캐나다와 남미 국적으로 K팝의 인기가 이제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이날 우승팀 제제(JEJE)의 멤버 제이컵 코미어는 “K팝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주의적이지만, 다른 그룹과 함께 여러 음악적 시도를 해볼 수 있는 다양성을 가진 것이 매력”이라고 했다.
기획사들은 재능 있는 참가자를 선점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눈치 싸움을 벌였다. 서로 어느 팀이나 참가자에게 관심 있는지 일절 함구했다. 심지어 조용히 관객석에서 오디션을 지켜보고 자신들에게 필요한 참가자들 이름만 적어 간 기획사도 있었다. 최근 기획사들 사이에선 다양한 국적의 멤버들로 구성된 글로벌 그룹을 만드는 게 트렌드. 데뷔 일 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빌보드 ‘핫 100’에 이름을 올린 걸 그룹 캣츠아이(KATSEYE)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이날 오디션을 지켜본 한 기획사 소속 팀장은 “참가자들 수준은 기대 이상이었다”며 “세계 각지의 인재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두 시간가량의 오디션이 끝나고 무대 불이 꺼진 뒤 기획사들은 자신들이 찾아낸 유망주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구애(求愛)’에 들어갔다. 이날 순위에 오른 한 그룹의 멤버에겐 기획사 여덟 곳에서 동시에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위에 들지는 못했지만 숨겨진 재능을 보여준 한 히스패닉계 참가자도 열 곳의 기획사에서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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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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