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국일보 언론사 이미지

李대통령, 中천안문 망루에 설까... 시험대 오른 '실용외교'

한국일보
원문보기

李대통령, 中천안문 망루에 설까... 시험대 오른 '실용외교'

서울흐림 / 7.0 °
中 "한국 측 참석 환영한다"
대선 기간부터 여러 채널 통해 초청 의사 타진
대통령실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2015년 9월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관석이 마련된 베이징 톈안먼 성루를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2015년 9월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관석이 마련된 베이징 톈안먼 성루를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이 오는 9월3일 베이징 천안문(톈안먼)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 전쟁 승리 80주년 기념 열병식’(전승절 기념식)에 이재명 대통령을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통령실은 참석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동맹인 한미 정상의 만남이 아직 성사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의 손짓에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정부의 고민이 커진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전승절에 참석한 사례에 비춰 이재명 정부의 미중 사이 '균형 잡기'와 실용외교가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한중국대사관 "이재명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 환영"


주한중국대사관은 2일 "중국은 최근 '한일전쟁 및 반(反) 파시스트전쟁 승리' 80주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개최할 것"이라며 "중국 측이 70주년 행사를 개최했을 당시 한국 지도자가 초청에 따라 방문해 좋은 효과를 거뒀고, 중국측은 이번 기념행사에도 한국 측의 참석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공식적인 초청 의사로 풀이된다.

중국과 러시아 등 권위주의 체제 국가들은 5·10년 단위의 정주년 행사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70주년 행사인 2015년에는 박 전 대통령이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해 천안문 망루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열병식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해 '친중국 진영' 국가 정상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중국은 대선 전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통해 열병식 참석 가능성을 타진했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대선 기간 이재명 후보의 외교안보보좌관 신분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관련 발언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공식 초청이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한국이 열병식에 참석하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중국의 전승절 초청과 관련해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도 열리지 않아…이재명 대통령, '친중' 이미지 문제도


다만 정부로서는 한미 정상회담이 조율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방문을 먼저 발표하는 것은 큰 부담이다. 미중 갈등이 계속되고 있고 미국은 공개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입장을 내고 있다. 지난달 초 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는 미국 백악관의 메시지에서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을 우려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친중' 성향을 우려한 미국의 우회적인 견제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이 대통령은 당대표 및 대선후보 시절 "중국에 '셰셰'하면 된다"는 발언으로 잇따라 구설에 올랐다.

2015년 박 전 대통령 전승절 참석 후폭풍 사례도 고민이다.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박 전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이 한미동맹 및 한미일 협력에서의 이탈로 인식해 전방위적 압박을 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열병식 한 달 뒤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개적으로 "중국이 국제규범 준수에 실패한다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발언하며 한국을 압박했다. 이듬해 7월 북한의 핵실험을 이유로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가 발표됐고, 이후 한중 관계는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일단 대통령실도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초청을 타진하고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교도통신은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도 공식 초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미국은 9월 말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를 요청하고 있다. 양국 모두 상대방을 초청하고 있지만 당장 성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외교가 관측이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공식 초청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 얘기를 하기는 어려운 사안"이라며 "다만 이후 대내외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연구센터장은 "중국은 이재명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주석이 참석하는 것을 교환해 한중 관계의 퀀텀 점프와 인태 지역에서 다자주의 확립 등을 노리고 있다"며 "중국의 전승절 초청으로 한미동맹, 한중·한러 관계 등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가 시험대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한중 외교 국장급 협의…서해·한반도 문제 등 의견 교환



강영신 동북·중앙아국장은 1일 한국을 방문한 류진송 중국 외교부 아주국장과 서울에서 한중 국장급 협의를 가졌다. 외교부 제공

강영신 동북·중앙아국장은 1일 한국을 방문한 류진송 중국 외교부 아주국장과 서울에서 한중 국장급 협의를 가졌다. 외교부 제공


한편 강영신 외교부 동북·중앙아국장은 한국을 방문한 류진송 중국 외교부 아주국장과 전날 한중 국장급 협의를 가졌다고 외교부가 이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만의 국장급 협의로, 양측은 APEC 정상회의 계기 한중관계를 발전시켜나가자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각급에서 소통을 지속해나가기로 했다.


양국은 서해 및 한반도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도 류 국장을 접견하고 한중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을 지속해서 노력해 나가자고 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구현모 기자 nine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