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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관리를 넘어 자산 전략 중심으로', 김인송 DNK 대표가 꿈꾸는 PMS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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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관리를 넘어 자산 전략 중심으로', 김인송 DNK 대표가 꿈꾸는 PMS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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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7개월 만에 2.5만 세대 확보, 일본 현지 법인까지 성공시킨 DNK의 역주행

20년 넘게 엑셀과 수기에 의존해온 아시아 임대관리 시장에 던진 디지털의 실체

새벽 2시,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 관리사무소. 직원 한 명이 전화기를 붙들고 있다.

"3층 화장실 변기가 막혔다고요? 지금 업체 연락해서..." 통화를 마친 그는 엑셀 파일을 열고 'A/S 접수현황' 시트에 수기로 내용을 입력한다. 오전에는 월 임대료 입금을 확인하고, 오후에는 연체자 독촉 전화를 한다. 이어진 저녁에는 입주 희망자 안내까지. 하루 종일 반복되는 이 풍경이 불과 수년여전 임대관리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같은 시각, 도쿄 시부야의 한 부동산 자산운용사 임원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공실률과 임대료 수납률을 확인하고 있다. 민원은 자동 분류돼 우선 순위별로 정리되고, AI가 예측한 '이번 달 공실 위험 세대' 리스트가 메시지로 전송된다. 불과 7개월 전과는 다른 풍경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 DNK가 있다. 일본 진출에 성공하며 제품 출시 7개월 만에 2만5,000세대를 확보한 이 회사는, 아시아 임대관리 시장의 20년 묵은 관행을 흔들고 있다. 단순한 '디지털화'가 아니라 임대 관리 자체를 '자산 전략'으로 재정의한 것이다.

김인송(35) DNK 공동대표 겸 CSO는 위워크코리아에서 사업 개발을 총괄하고, 투자사에서 대형 부동산 프로젝트 투자 경험을 쌓은 부동산 전문가다. 서울 용산 이태원에 자리한 DNK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PMS 시장의 판도 변화와 DNK의 차별화 전략, 그리고 일본 진출 성공 배경을 설명했다.


운영자가 만든 PMS, '임대인 중심' 설계의 차별성

DNK의 강점은 '현장성'이다. 단순히 소프트웨어 회사가 개발한 PMS가 아니라, 직접 부동산을 운영해본 경험에서 나온 솔루션이라는 점이다.

"선진국의 주거시장에서는 기업형 임대주택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반면, 국내는 대부분 개인소유로 이뤄져 있죠. 선진 트렌드를 따라 국내에도 임대관리를 전문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2020년 DNK의 전신인 '동네'를 창업했어요."

초기 '동네'는 프리미엄 신축 아파트를 낮은 보증금과 고정 월세로 제공하는 '동네 FLEX' 서비스를 운영했다. 하지만 직접 운영하면서 계약 관리, 임대료 수납, 입주자 소통 등 반복적이고 비효율적인 업무들의 문제점을 절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개발한 PMS가 운영 효율성을 크게 개선했고, 이 경험이 DNK의 경쟁력이 됐다.


김인송 대표가 설계한 DNK의 차별적인 요소는 PMC(위탁관리사)가 아닌 임대인(자산 소유자)에게 어필하는 상품 구조다. "일반적인 PMS는 현장 운영자가 사용하는 기능 중심으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지만, 저희는 부동산 수익성과 투자성과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기능을 전면에 배치했죠."

실제 DNK의 '리싱 매니저(Leasing Manager)'와 인베스트먼트 매니저는 공실 관리와 임대료 상승률 모니터링, 투자 성과 분석 등 자산 수익성에 집중한 기능들을 제공한다. 이러한 구조는 일본 내 주요 리츠와 자산운용사, 패밀리오피스 등에서 강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이를 통해 PMS의 고객 범위를 PMC에서 자산 소유자로 확장시키고 있다.



일본 진출 성공, 보수적 시장을 뚫은 '임대인 언어'

DNK는 2024년 일본 법인을 설립하며 국내 PMS 기업 중 유일한 해외 진출 사례를 만들어냈다고 했다. 일본은 임대주택이 1,500만 세대 이상 존재하는 거대 시장이지만, 대부분 엑셀과 수기 기반으로 운영되는 보수적 특성을 갖고 있다.


"일본이 보수적인 시장인 것은 사실이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디지털 전환에 대한 수요가 부각됐습니다. 무엇보다 고령화로 인한 인력 수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반복적이고 복잡한 업무가 많은 주택 관리 영역에서 자동화 솔루션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었죠."

김인송 대표는 일본 시장 진출의 핵심 돌파구로 'PMS는 단순한 관리 도구가 아니라 자산 수익성과 연결된 전략적 인프라'라는 메시지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PMS는 PMC 중심으로 설계돼 임대인 입장에서 운영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보기 어려웠다. 반면 DNK는 실제 임대인으로서 부동산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품을 설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단순히 기술회사가 PMS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임대료 수납, 공실 리스크, 임차인 응대, 투자수익률 관리 등 임대인이 마주하는 문제를 겪고 해결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일본 고객들은 높은 신뢰를 보여주었죠."

특히 공실률 관리, 임대료 성과 추적, 운영 효율화 등의 기능을 '임대인의 언어'로 설명한 것이 효과적이었다. 이는 단순한 기능적 필요가 아니라, 실제 자산 수익성과 직결되는 가치로 인식되면서, 임대인을 고객으로 두는 자산운용사, 리츠, 패밀리오피스와의 신뢰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본 진출을 고려하는 다른 스타트업들에게 김인송 대표는 세 가지를 조언했다. 첫째, 기존 시스템 대비 명확한 성과 차이를 증명할 수 있는 구조적 우위가 필요하다. 둘째, 현지 네트워크 구축이 성패를 가른다. 셋째, 외국계 기업들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술보다 먼저, 고객이 절실하게 원하는 확실한 차별성과 좋은 현지 팀 구성부터 준비해야 '진입'을 넘어서 '지속'할 수 있습니다."

AI 기반 전략과 아시아 시장 확장 로드맵

DNK의 중장기 전략에서 중요한 방향은 PMS에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자동화의 고도화다. 현재 PMS에는 공실 관리, 임대료 청구, 민원 응대, 회계 정산 등 부동산 운영과 관련된 반복적인 업무 흐름이 구조화된 형태로 축적되고 있다.

"DNK는 AI 기술 자체를 차별화 포인트로 보기보다, AI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와 데이터 기반을 갖추고 있는지가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김인송 대표는 최근 AI 기술이 빠르게 대중화됨에 따라 '기술 그 자체'보다 '기술을 작동시키는 환경과 데이터 품질'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DNK의 강점은 아시아태평양 시장에 맞춰 설계된 PMS를 기반으로 방대하고 정확한 운영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미 솔루션들이 정형화된 운영 모델을 전제로 설계된 반면, DNK는 한국과 일본처럼 비표준적인 업무가 많은 시장에서 실제 PMC와 임대인의 운영 흐름을 디지털화하며 현실적이고 현장성 있는 데이터셋을 확보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단순한 '공실 여부' 데이터가 아니라, 임대료 변경 시점, 입주자 민원 히스토리, 자동 청구 실패 내역, 현장 대응 시간까지 실시간으로 기록되며, 이를 기반으로 AI가 판단하는 리스크 예측, 유지보수 우선순위 도출, 수납 자동화 로직이 보다 정교하고 실제 운영성과에 밀접하게 연결된다.

향후 DNK는 AI 기반의 운영 KPI 분석, 투자성과 시뮬레이션, ESG 자동 리포팅, 공공데이터 연계 리스크 분석 등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DNK는 PMS를 넘어 AI 기반의 운영 인프라 플랫폼으로 진화하며, 노동인력 감소와 복잡해지는 임대 운영 환경 속에서 PMC와 임대인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고자 해요."

아시아 시장 확장 전략에 대해 김인송 대표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했다. "아태지역은 북미, 유럽 등 지역에 비해 PMS 보급이 활성화되지 않은 반면 주거용 부동산 가치는 최상위권에 속하는 잠재력 높은 시장입니다."

2023년 세빌스가 발표한 주거용 부동산 가치 상위 10개국 중 중국, 일본, 한국, 호주가 각각 1위, 3위, 8위, 10위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아태지역 공략이 곧 글로벌 순위권 기업으로의 도약과 직결된다고 분석했다.

한국 시장에서도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전세 제도의 부작용으로 월세시장이 성장하면서, 매월 임대료 수납, 주택 유지보수, 임대인-임차인 간의 소통, 계약 변경 등이 빈번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PMS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으며, DNK는 이미 이러한 트렌드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솔루션을 개발해왔다.



공공주택 및 도심복합사업 영역에서도 기회를 모색 중이다. "정부의 도심복합사업 확대와 민간참여 허용은 임대주택 산업에 질적·양적 전환점을 가져올 겁니다. 도심복합사업에서 민간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사업성 확보가 핵심인데,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세대 단지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PMS 기반의 자동화 기술이 필수적이죠."

DNK는 2028년까지 아태 지역 PMS 시장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제품 출시 7개월 만에 2.5만 세대를 확보한 성장 동력을 바탕으로, 시장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솔루션을 적시에 제공하는 전략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다.

김인송 대표는 DNK의 성장 과정에서 가장 큰 전환점으로 "단순한 '기능 제공자'가 아닌, 고객의 운영 성과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운영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시점"을 꼽았다. "고객이 '도입하고 나서 공실이 줄었다', '민원 대응이 빨라졌다', '보고가 쉬워졌다'는 피드백을 얻기 시작하면서, 제공하는 가치가 단순히 소프트웨어 이상의 것으로 인정받았고, 그것이 성장을 가속화시키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제품 출시 7개월 만에 2만 5,000세대 확보라는 성과를 거둔 DNK.
김인송 대표가 그려내는 아시아 PMS 시장의 미래가 현실이 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지형 스타트업 기자단 1기 기자 jack@rsqua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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