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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혁 대상’들이 권력 쥐고 있으니 ‘개혁 의지 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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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혁 대상’들이 권력 쥐고 있으니 ‘개혁 의지 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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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1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기재부 차관 출신으로 특정 계파에 속하지는 않지만,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 구주류(친윤계)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이날 지명한 비대위원 중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고 관저 앞에서 열린 반탄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도 포함됐다. 계엄으로 탄핵과 대선 패배라는 준엄한 민심의 심판을 받고도 구주류가 당내 주도권을 놓지 않고 있다. 수도권 아닌 영남 지역구인 송 의원이 당 원내대표로 뽑힌 자체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날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난 김용태 의원은 퇴임 회견에서 ‘대선 이후 국민의힘 개혁 점수’를 묻는 질문에 “0점”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당의 몰락을 가져온 기득권이 근본적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면 국힘에 더 이상 미래는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이 말하는 ‘기득권’은 당내 구주류들이다. 김 의원은 대선 패배 후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 후보 교체 시도 당무 감사 등 개혁안을 내놨지만, 이들의 반대로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신임 송언석 비대위원장도 이에 반대했다.

구주류들이 개혁에 반대하는 이유는 당이 개혁되면 다음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할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국힘은 영남 지역으로 쪼그라들었지만 구주류는 국힘 안에서는 여전히 다수다. 개혁이 이뤄질 수가 없다. 국힘 김재섭 의원은 김용태 의원 퇴임에 대해 “당은 변화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저 변화를 말하는 사람(액세서리)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했다. 국민을 눈속임할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라는 말이다.

구주류는 국힘이 지난 대선에서 40% 이상 득표한 것을 두고 “선전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자신들의 존재 근거로 삼는다고 한다. 국힘 후보에게 표를 준 40% 국민 중 상당수는 국힘 지지가 아니라 ‘반이재명’이었을 뿐이다. 이 사실을 구주류들도 잘 알 것이다.

국민의힘은 2016년 이후 총선에서 연전연패했다. 한때 과반을 차지하던 의석이 이제 100석 남짓으로 줄었다. 민주당의 수도권 의석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국민의힘이 개혁을 거부하면 다가오는 선거의 결과도 같을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국회에서 아예 없는 것처럼 취급하고 있다. 그래도 아무 문제가 없다. 야당의 견제 없는 정치는 독주로 흐르고 이는 나라에 해롭다. 국힘이 바뀌려면 영남 지역 의원들이 바뀌어야 한다. 그러려면 영남 지역의 유권자들이 알량한 의원 자리를 지키려 개혁을 거부하는 지역 의원들에게 불벼락을 내려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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