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경찰청과 국가수사본부. 권도현 기자 |
이재명 정부 첫 경찰 고위급 인사로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맡을 경찰청 차장과 국가수사본부장 자리에 모두 ‘수사통’이 임명됐다. 경찰 내에선 “수사·기소 분리 등 검찰개혁에 대비한 수사역량 강화”라며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반면 상대적으로 선배기수들을 등용하면서 정년이 얼마남지 않은 이들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 내에선 지난달 30일 임명된 유재성 경찰청 차장 겸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 등을 놓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경찰청장이 직무정지된 상태에서 경찰청의 ‘투톱’에 모두 수사 전문가가 임명된 것은 이례적이다. 게다가 두 사람 모두 정년을 앞둔 선배급 인사라 기대와 우려가 함께 나온다.
우선 유 직무대행은 직전까지 국가수사본부 형사국장을 지냈다. 경찰청 수사기획과장, 사이버수사국장도 맡았다. 내부에선 ‘인품이 훌륭하다’거나 ‘일 처리가 꼼꼼하다’는 호평을 받아왔지만, 이번 고위급 승진 인사에 포함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이들이 많다. ‘수사통’은 고위급 승진에서 소외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통상 수사보다는 경비·정보·기획 업무에 능통한 인사들이 청장직을 맡아왔다는 점에서 보면 유 직무대행의 발탁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검찰개혁 국면도 있고 국민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범죄 대응과 수사에 더 집중하게 하려는 것 아니겠냐”며 “형사국장을 맡다가 경찰청장 대행으로 간 건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박 본부장도 수사통으로 꼽힌다.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으로 2019년 ‘버닝썬 게이트’ 사건 수사를 총괄한 것이 대표적이다. 내부에서도 ‘고위급 인사 중 정통 수사파’라고 평가한다.
박 본부장 취임도 검찰개혁 국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박 본부장은 전날 취임식에서 “수사·기소 분리라는 시대적 요구를 더 미룰 수 없다”며 “경찰 수사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정부 첫 경찰 고위급 인사 대상자가 기존 인사들보다 나이와 기수가 올라갔다는 점에서 변화와 개혁보다는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평가도 있다. 12·3 불법계엄 사태 이후 조직의 안정을 위해 경험 많은 고참급 인사를 발탁했다는 것이다. 1966년생인 두 사람은 경찰에 재직할 수 있는 ‘연령 정년’(61세)이 1년여가량 밖에 남지 않아 내년에 정년 퇴임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박 본부장은 국가수사본부장 법정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유 직무대행과 박 본부장은 1989년 임용된 경찰대 5기로 ‘기수 역주행’ 사례이기도 하다. 직무가 정지된 현직 조지호 경찰청장은 경찰대 6기(1968년생)이고, 전임인 윤희근 전 청장은 경찰대 7기(1968년생)다. 박 본부장의 전임인 우종수 전 본부장(1968년생)은 1999년 경정 특채로 임용됐고, 2023년 퇴임한 초대 남구준 전 본부장(1967년생)은 동기인 경찰대 5기다.
한 경찰 총경급 간부는 “젊은 직원들과의 소통이 쉽지 않은데, 경찰 지휘부의 나이나 기수는 거꾸로 높아지는 것은 우려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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