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란문화재단의 연극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은 지난 달 30일 전 회차 공연을 성황리에 마치며 막을 내렸다. 현대사회의 모순과 불안을 연극의 언어로 정면 돌파한 공연은 관객들에게 '무엇이 우리 사회의 두려움과 폭력을 생산하는가'라는 질문을 깊이 각인시키며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은 영국 극작가 데니스 켈리(Dennis Kelly)의 대표작으로, 폐쇄된 한 가정의 거실이라는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도덕적 충돌과 심리적 압박을 밀도 있게 담아낸 작품이다. 한밤중, 피투성이가 되어 나타난 동생을 마주한 부부의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인간의 윤리, 가족의 책임, 침묵과 방관의 모순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13일간 이어진 이번 공연은 배우들의 밀도 높은 심리 연기와 연출의 미장센, 촘촘한 대사 리듬으로 매 회차마다 관객들의 깊은 몰입을 이끌어냈다. 특히, 무대 전환 없이 단 한 공간에서 펼쳐진 120분간의 정적 드라마는 '심리적 압박이 물리적 긴장으로 확장되는 경험' '폭력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무대적 질문'이라는 평을 이끌어냈다.
특히 이번 공연은 초연임에도 불구하고 티켓 오픈 직후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해 웰메이드 공연의 저력을 입증했다. 관객들은 숨을 죽인 채 무대 위 세 인물의 선택과 침묵을 응시했고, 객석은 때로는 침묵으로, 때로는 숨 막히는 정적으로 화답하면서 '보는 내내 숨이 막혔다' '단 세 명의 인물만으로도 인간 내면의 폭력을 해부해냈다' '배우 셋의 시너지가 만든 심리적 전투' 등 극찬을 쏟아냈다.
우란문화재단은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은 우리가 외면해온 사회적 질문들을 무대 위로 올리는 용기 있는 시도였다. 예술이 관객에게 감동을 넘어 사유의 시간을 줄 수 있다는 믿음으로 기획한 작품이 의미 있게 마무리되어 감사하다"고 인사하면서 "앞으로도 우란문화재단은 사회적 감수성과 예술적 실험을 겸비한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라고 전해 다음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은 이번 초연을 통해 인간 본성과 도덕의 경계를 예리하게 건드리는 문제작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공연은 막을 내렸지만,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가 외면한 침묵은 다음 무대에서 다시 말을 걸어올 것이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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