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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산업 울산공장 전경 /사진제공=태광산업 |
석유화학 기업 태광산업이 1조5000억원을 투자해 화장품·에너지·부동산개발 사업에 진출한다. 이를 위해 교환사채(EB) 발행 등 외부자금 조달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은 태광산업의 EB 발행결정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태광산업은 화장품·에너지·부동산개발 관련 기업의 인수와 설립을 위해 조 단위의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태광산업은 올해와 내년 1조5000억원가량의 투자 로드맵을 설정해 놨는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화장품·에너지·부동산개발 관련 기업 인수와 설립에 투입한다는 것이다.
새 사업 진출을 위해 태광산업은 오는 3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정관을 개정해 △화장품 제조·매매 △에너지 관련 사업 △부동산 개발 △호텔·리조트 등 숙박시설 개발·운영△리츠와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등에 대한 투자 △블록체인 기반 금융 연관 산업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다. 앞서 태광산업은 지난달 27일 자사주 전량(지분율 24.41%)을 기반으로 3186억원 규모의 EB 발행을 의결했는데, 이같은 새 사업을 위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에 대해 태광산업 2대주주인 트러스톤자산은 같은 날 태광산업 이사회에 대해 위법행위를 중지해달라며 서울 중앙지법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자사주 헐값 매각에 따른 막대한 재산상 손실뿐 아니라 투명성과 책임성을 중시하는 기업지배구조의 훼손, 자본시장에서의 평판 저하 등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된다는 논리였다.
트러스톤자산은 태광산업의 EB발행 필요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태광산업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1조4000억원의 현금성 자산과 SK브로드밴드 지분 매각대금 9000억원 등 충분한 현금자산을 보유한 반면 부채는 880억원에 불과해 굳이 교환사채를 발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트러스톤 자산은 태광산업이 과거에도 투자계획 발표 후 실제 집행에 나서지 않은 사례가 있어 이번 화장품·에너지·부동산개발 투자 계획 역시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태광산업은 그룹이 2022년 내놓은 10년간 12조원 투자계획 가운데 약 10조원 가량을 담당할 예정이었지만 지금까지 실질적 집행은 없는 상태다. 이런 맥락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경영상 합리적 판단이 아니라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과 주주 보호 정책을 회피하려는 꼼수이자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도 태광산업의 EB 발행에 제동을 걸었다. 금융감독원은 1일 공시를 통해 태광산업의 자기주식 처분결정과 EB 발행결정에 대해 정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발행 상대방 등에 대한 중요한 누락'을 정정명령의 사유로 지목했다. 태광산업은 지난 27일 이사회를 통해 EB 발행을 결정했지만 공시에는 EB 인수자를 명시하지 않은 채 '미확정'으로 기재해 거래 상대방과 발행 조건 등을 명확히 해야하는 상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태광산업 관계자는 "현 정부의 정책을 반영해 자사주를 소각하고 이를 통해 주식가치를 높이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적극적인 투자와 사업재편을 통해 생존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며 "EB 발행을 통한 투자자금 확보는 회사의 존립과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f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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