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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 조사한 국정원에 ‘대북송금 변호인’ 꽂은 李정부

조선일보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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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 조사한 국정원에 ‘대북송금 변호인’ 꽂은 李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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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실장에 김희수 발탁 논란
기조실장으로 임명된 김희수 변호사./대통령실

기조실장으로 임명된 김희수 변호사./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에서 자신의 변호를 맡았던 김희수(65) 변호사를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으로 임명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정원 기조실장은 국정원의 인사(人事)와 조직·예산을 책임지는 핵심 보직이다.

‘쌍방울 대북 송금’은 지난 2019년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 방북 비용 등으로 총 800만달러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대납하도록 했다는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이 전 부지사는 징역 7년 8개월 형이 확정됐다. 이 대통령도 이 사건으로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통령 취임으로 재판 중단 상태다.

앞서 이화영 전 부지사 재판의 쟁점은 대북 송금액 800만달러의 ‘성격’이었다. 이에 대해 이 전 부지사 측은 “쌍방울이 계열사의 주가 조작을 위해 대북 송금한 것”이라는 등의 주장을 했다. 반대로 검찰에선 “당시 경기도가 내야 할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 경기지사 방북 비용 300만달러를 쌍방울이 대신 부담한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그래픽=김성규


양측은 지난 2020년 1월 국정원 블랙요원(비밀요원)이 만들었다는 국정원 내부 문건을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이 문건은 국정원 요원이 북한 관련 단체의 대표 등을 접촉해 작성한 것으로, 쌍방울의 대북 사업과 관련한 내용이 담겼다. 문건 일부에는 ‘대북 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최근 쌍방울 계열사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 일각에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주가조작 가능성 등을 지적하고 있다’는 내용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법원에 출석하면서 “국정원 보고서에 쌍방울의 대북 사업을 위한 송금이다, 주가조작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며 “국정원 기밀 보고서가 맞겠나, 아니면 조폭 출신으로 부도덕한 사업가(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말이 맞겠느냐”고 했다. 국정원장 출신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당시 페이스북에 “국정원 문건은 주가조작이었지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의 방북 비용이라 언급하지 않았다”고 썼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국정원 문건에 대해 “이 문건은 제보자 진술에 기초한 것으로 보이는데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국정원이 (주가조작 목적이었다는) 진술 내용을 검증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불분명하다”며 “문건 내용과 달리 쌍방울이 계열사 주식 매각 등 차익 실현을 시도한 정황이 없다”고 했다. 국정원 문건에 나오는 ‘주가조작 목적 대북 송금’ 대목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 5일 대법원도 쌍방울 측이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통령의 방북 비용 등을 북한에 대납했다고 판단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김희수 변호사의 국정원 기조실장 발탁은 법조계의 주목을 받았다. ‘2급 비밀’로 분류된 국정원 문건은 이 전 부지사 재판 과정에서 민감한 부분이 삭제된 채로 검찰에 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을 생산한 국정원 블랙 요원이 증인으로 출석한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되기도 했다. 법조인들은 “이번 인선은 ‘대북 송금 사건 변호인(김희수 기조실장)이 재판과 관련한 국정원 내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해 준 것’이라는 오해를 살 만하다”며 “자칫 이해 충돌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민변 출신인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로 재직하던 시절인 2020년 개방형 직위인 경기도 감사관으로 임명됐다. 이 대통령의 ‘대북 송금 사건’ 변호인 활동은 감사관 임기를 마친 뒤에 시작했다. 국정원 주변에서는 “이번 국정원 기조실장 인선은 이종석 국정원장이 아니라 대통령실에서 관여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편, 이 대통령 변호인 출신 법조인들은 대통령실에도 여러 명 입성했다. ‘대북 송금 사건’ 변호인 출신인 이태형 변호사와 이장형 변호사는 각각 민정비서관과 법무비서관으로 발탁됐다.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변호를 맡았던 전치영 변호사는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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