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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재앙 막아줄 것”…냉동창고에 ‘사람 대변’ 1000여점, 무슨일?

조선일보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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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재앙 막아줄 것”…냉동창고에 ‘사람 대변’ 1000여점, 무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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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취리히 대학교의 '종말의 날' 저장고./마이크로볼타 프로젝트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의 '종말의 날' 저장고./마이크로볼타 프로젝트


과학자들이 인류 종말에 대비하기 위해 사람의 대변 샘플을 모아 냉동 창고에 보관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 27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저널에 게재된 논평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미래 세대가 의료 및 기타 건강 위기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미생물을 보존하고자 ‘마이크로바이오타 볼트’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를 주도하는 연구진은 현재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의 ‘종말의 날’ 저장고에 발효 식품 200종과 급속 냉동한 인간 대변 샘플 1000여 점을 보관 중이다.

이 프로젝트의 장기적인 목표는 인간, 동물, 식물 및 환경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백업 사본을 확보해 미래 세대가 연구를 수행하고, 생태계 복원 또는 의료적 필요에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미생물의 손실은 알레르기, 자가면역 질환, 대사 질환 등 만성 질환의 놀라운 증가와 관련이 있다”며 “미생물 다양성 손실은 환경 생태계로 확대되어 농업과 생태계 회복력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인간 활동이 인간이나 동물, 환경의 미생물 군집을 파괴하고 있다며 현존하는 모든 유형의 미생물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기후변화나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인해 영구 동토층이 녹고, 항생제 과다 사용 등으로 미생물 군집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현재 냉동된 미생물을 해동시켜 인간의 장이나 생태계에 다시 도입할 경우 미생물이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언젠가는 과학이 충분히 발전하면 그런 기술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마이크로바이오타 볼트 프로젝트는 2018년 스위스에서 시작됐다. 연구진은 노르웨이에 있는 ‘최후의 날’ 종자 저장고인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국제종자저장고는 유전적 다양성을 보존하고 혹시 모를 종말의 날에 대비해 전 세계에서 제공받은 약 130만종의 식물 종자 샘플을 보관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오타 볼트는 지난 7년간 브라질, 에티오피아, 가나, 라오스, 태국, 스위스 등지에서 총 1204점의 배설물 샘플과 190점의 식품 샘플을 수집했으며, 이 샘플들은 현재 취리히 대학교의 영하 80도 냉동고에 보관 중이다.

연구진은 2029년까지 1만 점에 달하는 샘플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스위스나 캐나다처럼 추운 기후를 가진 국가를 중심으로 영구적인 금고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한 계획도 진행 중이다.

연구진은 “아마도 100년 후에는 이 미생물들이 큰 재앙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미래 세대에 대한 우리의 의무는 미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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